대구 공연 시낭송 포퍼먼스:대구공연2023.9.22.(금)
추억과 그리움 희망으로 가는 길(시낭송가오순찬, 시낭송가최여연 공동 제작)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오순찬 낭송)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는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밥숫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 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 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 이기철(수피아(최여연)낭송)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희망시
희망엽서 / 홍수희(아이들4명과 함께 윤송)
희망한다는 것은
바로 저거야
가시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마는
작은 화분 속의
선인장을 들여다 보렴
희망한다는 것은
참고, 참고
오래오래
기다리는 것이야
여리기 만한 너의 마음
그 순한 속살이
세상사
날카로운 가시에
거듭 찔리울지라도
마침내
이 세상에 살다 간
열매하나
오롯이 맺기 위해선
그래,
울고 싶을 때도 웃는 것이야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신나게 사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