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5일 독일이 운영 중인 3기의 원자로의 가동을 모두 멈추고 재생에너지 시대를 선포하였습니다. 독일 시민들의 지난 50년간 탈원전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2022년 말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지하겟다고 선언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력 부족에 대비해 원전 3곳을 약 3개월간 연장 운전한 뒤, 2023년 4월 15일 모든 원전을 중지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탈원전을 위해 시민운동을 전개한 독일 시민들은 원전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된 순간을 환호했습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도 탈원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역사적인 순간을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1980년에 설립된 그린피스 독일사무소는 지난 40년간 탈원전 캠페인을 꾸준히 운영하며, 시민들의 탈원전 운동을 함께하였고 적극적으로 정책에 개입하며 원전의 단계적 폐지에 힘썼습니다.
그린피스는 탈원전 캠페인을 오래도록 함께한 시민들과 독일의 탈원전을 이룩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한국과 같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수 있는 장소가 아직 없습니다. 수명이 긴 방사성 핵종을 포함한 일부 핵폐기물은 10만 년이 지나도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구 저장소가 없는 원자력 발전은 미래 세대에게 폐기물을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므로, 처리할 방법이 없는 폐기물 생산을 멈추는 것은 세대 간의 정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독일은 적어도 더 이상 이런 무책임한 길을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2022년 기준 독일의 에너지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가 넘습니다. 2000년에는 약 7%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6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탈원전 정책 덕분입니다.
독일은 2000년에 탈원전에 대한 사회정치적 합의가 이뤄졌고, 2002년 원자력의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재생에너지법(Erneuerbare-. Energien-Gesetz: EEG)을 제정하여 재생에너지 확대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구축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사회의 시민 운동과 녹색당 정부의 큰 공이 있었습니다. 현재 독일 에너지 발전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20년간 진행되었던 원전의 단계적 폐지는 궁극적으로 화석 연료의 증가를 막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독일은 탈원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재생에너지법을 통해 탈석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그 목표를 2030년까지 앞당기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독일 탈원전 결정은 전력 공급의 탈탄소화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채택하였고, 재생에너지를 주력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이후로 석탄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한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석탄 사용을 중단하기 위한 준비를 해 온 것입니다.
독일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3%에서 2020년 23.4%로 감소하였습니다. 2007년 이후에는 신규 석탄 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았습니다.
독일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0%까지 늘릴 방침이며, 이 목표는 꾸준히 상향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원자력을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첫째, 원자력은 기후위기에 적합하지 않은 에너지원입니다.
2022년. 유럽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심한 가뭄을 겪었었는데요. 이때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절반이 가동을 멈췄고 일부는 부식과 같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강 수위가 저하되는 바람에 냉각수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입니다. 해안지역에 위치한 원전의 경우 해수면 상승과 같은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기후위기에 취약한 에너지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서 발표한 2040년 유럽의 에너지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 전망을 비교했을 때 원자력은 1Mkh당 $110이지만,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65입니다. 원자력 에너지를 발전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재생에너지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신규 원전 건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네덜란드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원전 건설 비용은 약 100억 유로이며 완공까지 최소 11년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수록 원자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안전하고 경제적인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량은 줄어들어야 합니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이 있는 재생에너지와 대용량 발전기로 고정적인 에너지를 출력하는 원자력은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은 탈원전 정책으로 주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결과, 안전한 탄소 중립 정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탈원전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함께 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독일 시민들의 탈원전 운동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1962년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독일은 원전의 부지 선정과 건설을 착수하였는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가 시초가 되어 확산되었습니다.
1975년에는 2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독일 서부 Whyl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점거하고 건설 중단을 이끌어냈습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탈원전을 요구하였습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초르노빌 원전 사고로 시민운동은 한층 고조되었고, 독일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를 계기로 2002년 탈원전 공식 발표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독일 메르켈 총리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소 수명 연장을 발표하여 독일 전역의 시민들이 모여 이를 규탄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에서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재고가 진행되었습니다. 사고 이후 독일 정부는 가장 오래된 원자로 8기의 가동을 중단하였고, 원전의 단계적 폐지를 2038년까지 연장하려던 계획을 다시 2022년 말로 앞당겼습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만 명의 시민들은 탈원전을 외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사회정치적 합의를 통해 실현한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독일 사례를 통해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다시 고찰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의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한국 정부가 ‘원전 아닌 안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요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