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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 장 쿠셍 2세가 그린 ‘최후의 심판’.
창조와 더불어 심판 교리는 타 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 신학의 핵심으로 꼽힌다. 국민일보DB
A: 한국 개신교인 가운데 34%가 불교의 윤회설(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에 긍정적이며, 해탈설(누구나 진리를 깨달으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에 대한 긍정률은 4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한국갤럽, 2016)는 한국 교계에 구원론에 대한 교리 교육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불교 문화에 친숙한 일반인들의 일상에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군” “이번 생은 망했어”같은 말들이 오르내린다. 혹자들은 기독교의 엄격한 심판 교리보다는 계속해서 많은 기회를 주는 불교의 윤회론이 더 자비롭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교의 윤회론은 여러 모순을 지니고 있다.
‘최초 기원’ 설명 못하는 윤회론
무엇보다도 윤회전생론은 세상의 기원과 최초의 생애를 설명하지 못한다.
불교의 윤회론은 무수한 전생을 상상하기 때문에 결국 최초의 생애는 없다. 객관적인 우주와 인류의 기원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제1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무한하게 반복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우주천문학의 빅뱅이론(우주는 138억년전 무에서 시작됐다)에 따르면 시간·공간·물질·인간·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우주와 만물은 시작된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원인론과 빅뱅이론을 적용한다면 불교의 윤회전생론은 최초의 기원에 대해 어떤 합리적인 설명도 제시할 수 없다.
차별·불의 정당화, 천부인권과 충돌
둘째 윤회론은 전생의 업보를 근거로 현실 세계의 차별과 불의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천부인권사상과 충돌한다. 힌두교는 개인의 영혼(아트만)이 거듭되는 윤회와 환생을 통해 우주 자체(브라만)에 흡수되어 간다고 본다. 힌두교의 범아일여 사상이다.
힌두교의 윤회사상은 전생의 업보가 현생의 계층과 각자의 처지를 결정했다고 본다. 그래서 부당한 차별과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카스트 신분제도를 정당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종교가 현실의 불의를 외면하면서 내세를 강조하고 기득권을 위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문 1조 ‘인간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존엄성을 갖고 있다’에 위배된다.
석가모니는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가르침은 윤회와 업보론을 중심축으로 한다. 불교의 기본 가르침인 사법인은 ‘제행무상·제법무아·열반적정·일체개고’로 표현된다. 고통이 가득한 윤회의 세계를 벗어나서 해탈하려면 현생의 ‘나’는 ‘참된 나’가 아니고,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억 못하는 전생, 무의미한 윤회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업을 짓는 자와 윤회하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 점에서 불교의 윤회론과 무아론은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데 윤회론은 생명의 소멸(무아)을 궁극적인 최후의 상태로 설명한다. ‘무아지경’에 이르면 윤회의 사슬이 끊어지고 열반(니르바나)에 이를 수 있다.
열반은 인격을 가진 생명체가 촛불이 꺼지듯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존재의 소멸’이 모든 생명체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따라서 무아가 된다는 것은 자기를 보존하려는 내재적 본성과도 어긋난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전3:11)’는 성경 말씀처럼 무아가 아니라 ‘불멸의 영생’을 바라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셋째 영국의 종교철학자 존 힉(1922~2012)은 윤회론에 대해 심리적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윤회론이 사실이 되려면 인간은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윤회는 무의미하다. 전생에 대한 기억은 인류의 보편적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윤회론은 인류 전체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노출한다.
인간의 존엄성 강조하는 기독교
결론적으로 윤회론은 천부인권의 존엄성과 충돌하고, 우주의 기원과 최초의 생애를 설명하지 못한다.
즉 논리·과학적 차원에서 모순을 드러낸다. 윤회론과 달리 성경의 창조교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최초의 생애를 가장 잘 설명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소멸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엄하며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는 개별성을 지닌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히9:27)”는 기독교의 심판 교리가 인간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더욱 강조한다는 점에서 윤회론보다 훨씬 더 탁월하다.
김기호 교수 / 한동대·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 예수와 석가의 대화 (정성민 지음·CLC)
기독교 신학자인 저자는 원전을 중심으로 불교 철학과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종교다원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불교와 기독교 사상, 석가모니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균형있게 비교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불교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기사원문 : https://www.themiss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