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 (사 54:2).“
악기와 녹음 장비, 그리고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인해 요즘은 음반을 만들기 편리하고 쉬운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아무리 ‘홈 레코딩’이나 ‘개인 작업실’에서 음원을 만들었어도 결국 LP나 CD나 tape로 찍는
단계와 자켓을 인쇄하는 단계로 인해서 결국 외부 작업을 하는데 상당한 예산이 들었지만,
지금은 음원 파일로 출시하는 시대이기에 음반 제작 비용이 많이 절약되었다.
음악을 잘 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이 있다면, 우선 되도록 이른 나이부터 음악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음악을 하기 위한 도구와 환경들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하나님께서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인 능력을 주셔야 함은 당연하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이 음악을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음악을 잘 할 수는 없으며, 음악을 잘 하는 ‘음악가’들은 단지
음악 교육을 받았다거나 음악적 도구와 환경들이 뒷받침 되었다고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받은 것과 그 재능을 자신이 열심히 갈고 닦아서 이룬 결과이다.
내가 오래 동안 꾸었던 꿈들 중 하나는 나의 음악적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단계까지는 음악적 환경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했다.
그래서 싸구려 기타도 마다하지 않고 연습했고, 다른 사람이 복사한 테이프나 비디오를 다시 복사해서
음질이나 화질이 열악해도 그것으로 음악을 배우면서 만족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드 디스크 레코딩을 할 때 나는 멀티 트랙 테이프 레코딩으로도 감사했으며,
모두들 가상악기와 샘플을 쓸 때 나는 하나 밖에 없던 신디 음색만으로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열악한 음악적 도구와 환경들로는 작업을 하기가 불편한 때가 왔으며,
나는 조금씩 수 년에 걸쳐서 악기와 장비들을 업그레이드 해 왔다.
하지만, 내게 가장 벅차며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꿈은 음악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의 문제였다.
처음 얼마 동안은 솔직히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서 필요한 컴퓨터나 악기나 그 외 장비들을 사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적인 어려움 보다 공간적인 제약이 더 크다.
과거 컴퓨터 음악이나 미디(MIDI) 음악이라고 했던 용어가 지금은 주로 ‘홈 레코딩’이라고 한다.
홈 레코딩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 집에서 녹음 장비를 갖추고 음반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고,
과거처럼 비싼 사용료를 내고 비싼 녹음 스튜디오에 가지 않고 개인 장비로 충분히 수준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집에서 홈 레코딩 형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무명이거나 아마추어가 많으며, 거의 모든 알려진 뮤지션들은 집 외에 개인 작업실을
따로 두거나 아니면 소속사 건물에 작업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다.
음악 작업은 어느 정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며 소음 방지와 방음 문제도 있기에 사실 일반 가정 집에서
제대로 갖추어 놓고 음악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가상 악기와 신디사이저 덕분에 실제 피아노나 드럼을 갖추지 않아도 되고,
큰 믹싱 콘솔이나 각종 이펙터와 프로세서들을 배치할 공간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음악 작업에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녹음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해도 음악 작업용 컴퓨터 한 두 대에, 모니터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마이크와 스탠드, 보면대,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믹서, 어쿠스틱 기타, 일렉 기타,
기타 이펙터와 앰프, 베이스 기타, 키보드 및 신디사이저, 때로는 전자 드럼 등을 모두 다 각종 케이블들로
다 연결해 두려면 뭔가 작업하기 편하게 넓게 펼쳐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책이나 옷 등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나의 음악 작업은 안방(큰 방)에서 이루어진다.
작업 책상 위에 컴퓨터와 신디 음원 모듈과 앰프와 스피커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겸 믹서를 놓고 벽 한 쪽에
건반을 놓았다.
그리고 나니 사실 나머지 악기들과 장비들을 놓은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기타나 이펙터나 마이크도 다 세팅을 해 두어야 금방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지금 대부분의 기타들은
케이스에 들어가서 안방과 작은 방에 분산되어 있고 이펙터도 역시 가방이나 박스에 들어가 있으며,
각종 케이블도 다 감겨져서 여기저기에 들어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꺼내서 연결해 두면 참 편리할 텐데 집과 방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음악 작업을 하려면 마치 교회 예배를 앞두고 음향 세팅을 하듯이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가까이 악기와 장비들을 꺼내서 배치하고 연결을 해야 하는 시간이 든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사를 가게 되어 새로 살 집을 알아 볼 때 되도록 방 3개 짜리를 구했다.
식구는 우리 둘 뿐이지만 음악 작업실이 하나가 온전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직도 기본 작곡/편곡 작업을 통기타와 오선지 악보로 하는 이유도 곧바로 건반을 켜서 컴퓨터로
작업하기가 불편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건반 앞에는 여러 기타들이 세워져 있고, 건반 위에는 각종 악보들과 잡동사니들이 가득하다.
그러니, 건반으로 작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 얼른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 악보 노트와 펜을 잡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열악한 상황과 좁은 작업 공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간 여러 곡들을 쓰고,
편곡하고, 연주하고, 부르고, 녹음하고, 발표해 왔다.
별 건 아니지만 가끔 자신의 작업실이나 장비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울 때가 있었다.
지금 내 작업 책상은 마치 이사하기 전날 마구 짐들을 꺼내 놓은 것처럼 각종 물건들이 마구 쌓여 있어서
도저히 어디 공개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때로는 유튜브로 내가 음악 작업하는 것이나 음악 레슨 영상을 올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도저히 ‘깨끗한 배경 각도’가 잡히지 않아서 현재 잠시 포기한 상태이다.
기타 레슨 영상도 한 쪽 벽을 배경으로 한 동안 찍어 올렸지만,
그것도 촬영하려면 이리저리 짐을 치우고 세팅을 해야 해서 준비 시간이 많이 들어서 부담스러워서
지금 잠시 중단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더 넓은 집을 원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사려는 것도, 집에 투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하나님을 위해 더 좋은 찬송을 만들 환경을 넓히려는 소망이다.
전에 어떤 사람이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안전하게 편리하게 싣고 운반하기 위해 큰 차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큰 차를 산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의 음악을 위해서 투자한 것이었다.
나 역시 그렇다. 크고 화려한 집에 살면서 부유하게 사는 것이 내 목표가 아니다.
나는 하나님을 위한 ‘음악 제작의 성소’를 나의 집에 마련하고 싶을 뿐이다. 마치 오벧에돔처럼 말이다.
“여호와의 궤가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에 석달을 있었는데
여호와께서 오벧에돔과 그 온 집에 복을 주시니라(삼하 6:11).“
원래 하나님의 궤는 온전하고 거룩한 성전의 지성소 안에 모셔져야 했다.
그런데, 아직 성전이 없었고 다윗은 아직 법궤를 모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크고 놀라우신 하나님의 임재의 궤는 한 작고 겸손한 예배자의 작은 집에 머물게 되었다.
아직 나의 집은 작고 나의 음악 작업 환경은 불편하고 좁지만 날마다 하나님의 크신 영광의 임재를
모시는 마음으로 나는 감사하며 음악 작업을 할 것이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나의 지경과 장막터를 그분의 영광에 합당하게 넓히실 때까지....
(7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