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일어난 불가능한 범죄와 수상한 강령회평온한 일상을 깨뜨린 검은 안개의 정체는 무엇일까?
심령술에 심취한 호조 가문의 수장 효마를 둘러싸고 초심리학 연구원과 영매가 맞서는 가운데 느닷없이 살인이 벌어진다. 아무도 드나든 흔적이 없는 밀실에서 효마가 머리를 얻어맞아 숨진 것이다. 영매는 귀신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의혹이 깊어져가지만, 집안사람들은 노인이 생전에 희망했던 강령회를 열기로 결정한다. 이후 연이어 사건이 일어나고 사촌 동생 사에코마저 신변의 위협을 당하자, 세이치는 대학 선배인 네코마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가족들과 2명의 연구원은 살인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건은 등장인물을 둘러싼, 흔한 일상의 풍경 속에 살포시 내려앉는데…….
출판사서평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 구라치 준의 일상 미스터리 대저택 안에서 일어난 의문투성이 연속 살인 평범한 일상 속 가면을 쓴 살인자의 정체는?
탄탄한 논리와 유머로 무장한 미스터리계의 교과서출간 즉시 선배 열풍을 일으킨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첫 장편소설
구라치 준은 ‘50엔 동전 스무 개의 수수께끼’라는 공모전에 응모하여 일반 공모 부문 ‘와카타케 나나미 상’을 수상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인 1994년 《일요일 밤에는 나가고 싶지 않아》를 발표하며 문단에 정식 데뷔했으며, 2001년 《항아리 속의 천국》으로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15편의 단행본을 발표해 각종 미스터리 상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구라치 준의 작품은 미스터리의 꽃이라 불리는 ‘클로즈드 서클(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을 테마로 삼은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으로, 이 책의 초판에서 작가는 “‘본격의 화신’을 자청하는 미스터리 팬부터 새잎마크(일본의 초보 운전 마크)를 붙인 미스터리 초심자까지 누가 읽어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고 자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뒤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인 전작과 달리,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풍경에서 의표를 찌르는 진상을 밝혀내는 일상 미스터리를 취했다. 이처럼 본격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를 넘나들며 ‘미스터리계의 교과서’라 불리는 구라치 준은 리얼리즘과 왜곡된 세계에서만 통용될 법한 수수께끼 풀이를 적절히 녹여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구라치 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네코마루 선배’다. 작품 속에서 네코마루 선배는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빼닮은 동그란 눈에 눈썹 아래까지 길게 기른 머리, 헐렁한 검은색 윗옷을 걸친 남자로 묘사된다. 모든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수학과 전기에는 유난히 취약한 이 남자는 정해진 직업 없이 여기저기 불쑥 나타나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면 득달같이 달려와 참견하는 오지랖 넓은 한량이다. 이토록 무심한 듯 다정한, 소위 ‘츤데레’의 전형인 네코마루 선배는 구라치 준의 여러 작품에서 탐정을 도맡아 사건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를 너무 난해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방약무인하고 신출귀몰하며 속 편한 남자. 한심하게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영원한 뜨내기. 깐깐한 시어머니처럼 성가시게 굴지만 동글동글한 그 얼굴을 보면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네코마루 선배다.” _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