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84>
<김진수의 약초산책 84>
축농증, 비염, 두통, 치통, 피부병 - 구릿대(白芷)
축농증(蓄膿症)은 대개 감기 후기의 합병증으로 속발하여 만성화 되는 잘 낫지 않는 병이다. 콧속에 고름 같은 농이 쌓인 상태를 말하는데, 초기엔 열이 나고 염증이 생기며 냄새가 난다. 점막이 부어 코가 막히고 아프며 그 영역이 점차 머리 전체로 확산 되면서 두통, 치통, 후비루(콧물이 뒤로 넘어가는 증상)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부비동염(副鼻洞炎, 코 주위의 동굴 염증)이라고도 하는데 콧속의 농을 기기로 뽑아내고 염증치료를 하면서 스테로이드스프레이, 혈관수축제 등을 처방한다.
보통 초기감기라 말하는 풍한(風寒)은 추워서 몸이 굳고 전신의 기혈이 잘 통하지 않으며 오한과 함께 두통과 사지관절통이 따르는데, 열은 나지만 땀이 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때 따뜻한 성질의 방풍 형개 계지 자소엽(각 3), 마황 생강 대추(각 1)만 써도 금세 낫는다. 증상이 좀 더 깊다 싶어지면 백지 오약 천궁 각 2에 세신 위령선 각 1을 보강하면 된다. 그런데 초반에 방치하여 호전되지 않으면 실열과 함께 비연(鼻淵, 축농증), 비색(鼻塞, 코막힘), 치은통, 편두통, 미릉골통(眉稜骨痛, 눈썹 주변부 통증), 해수, 천식 등으로 전변하게 된다. 이 단계는 화열(火熱) 또는 습열(濕熱)을 맑히는 처방 예컨대 황금 황백 의이인 감초 대조 각 2의 기본 방에 두통이 심하면 국화 금은화 만형자 각 3을, 코막힘에는 백지 신이 각 3, 미릉골통 치통 축농증엔 백지 천궁 각 5를, 해수 천식이 있을 때는 백지 상백피 길경 사삼 각 3에 오미자 1을, 알레르기비염이면 창이자 국화 유피 각 2를 더하여 치료할 수 있다.
비염은 보통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많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매개물질 보다 개인의 체질 또는 기질성의 요인이 앞선다. 외기에 민감한 얇은 피부를 가진 사람이나 정서적 긴장도가 높은 성향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예컨대 한더위로 달궈졌던 몸이 갑자기 가을 숙살의 냉기를 맞으면 몸에 풍기(風氣)가 요동하는데 열(화)이 풍기를 타고 상공(上氣症, 氣逆)하여 두부를 친다. 이때 반사적 재채기와 함께 눈물콧물이 멈추지 않고, 눈 코 주변이 가려워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데 축농증이나 비염을 진정시키려면 심폐와 두부로 쏠린 열을 내려 전신 순환으로 되돌리는 치료가 필요하다.
백지는 양성(陽性)의 약으로 구규(九竅)를 통하게 하고 발한(發汗, 땀내기)을 하는데 위경락인 인체 상부 특히 안면 부위를 잘 순행한다. 맑은 기향을 상달시켜 두부의 경맥을 열고 찬 기운을 발산시키며 습하고 탁해서 막힌 비규(鼻竅, 콧구멍)를 열어주는 소임이 산뜻하다. 백지의 대표적인 다른 능력으로는 소종배농(消腫排膿, 부종을 가라앉히고 고름을 배출함), 조습지대(燥濕止帶, 습을 말리고 대하를 그치게 함), 활혈지통(活血止痛, 혈의 운행을 활발히 하여 통증을 다스림), 거풍지양(祛風止痒, 풍사를 몰아내고 가려움을 멈추게 함)이다. 백지에 백출 산약 황백을 더하여 대하과다에 쓰고, 백지에 상지 상기생을 더하여 근육통 관절통 류머티즘에 대응한다. 백지는 개창(疥瘡, 옴. 전염성 전신가려움증), 목양누출(目痒淚出, 눈이 가렵고 눈물이 남) 같은 피부소양증 및 기미, 여드름, 귀부종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백지(白芷)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두 해에서 세 해살이 초본 구릿대의 뿌리를 말하며, 보통 2년생을 9월에 채취하여 볕에 말려 쓴다. 밑동의 지름은 8cm 정도이고 높이는 2m에 달한다. 이 약초는 향기가 맑아 ‘白’이라 하였으며, 초형이 곧게 높이 치달아 극점까지 가서 그치는 상서로운 풀이라는 의미로 ‘芝’라 하였다. 이른 봄에 여린 순을 살짝 데쳐서 찬물에 우려낸 뒤 무쳐먹는 별미의 산나물이기도 하다. 성미는 맵고 따뜻하며 폐, 비, 위, 대장경으로 들어가 폐기(肺氣)를 열고 땀을 내어 살갗에 맺힌 사기(邪氣)를 흩는다. 맵고 따뜻한 맛으로 차고 습한 기운을 닦음으로써 주로 상지관절의 동통을 다스리며, 혈을 피부까지 순조롭게 돌게 하여 건선, 백반증에도 이용하는데 그 유효성이 검증되어 있다.
백지의 약성은 여성의 부정기 자궁출혈, 적백대하, 경폐, 음종(陰腫), 혈붕, 어혈로 인한 심복자통(心腹刺痛), 협통을 치료할 수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 자궁내막 또는 자궁경부의 종양에 대한 항암성도 인정되었다. 또한 유방의 멍울을 풀고 유선염의 치료제로도 쓸 수 있다. 그밖에 전통적으로 백지를 독사의 교상에 이용하였는데 이는 백지가 뇌의 연수를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독사의 신경독에 의해 마비되는 중추신경계를 보호하고 회복하는데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 열이나 화로 인해 출혈 또는 구토가 있는 사람, 반대로 음혈이 부족하여 허열이 오르내리는 사람의 경우엔 백지를 다량으로 쓰지 않는다.*
꽃
꽃, 잎, 줄기
뿌리
백지(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