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화엄경 강설 44】 11
9, 여영인(如影忍)
(1) 쌍차(雙遮)와 쌍조(雙照)로써 밝히다
佛子야 云何爲菩薩摩訶薩의 如影忍고 佛子야 此菩薩摩訶薩이 非於世間生이며 非於世間沒이며 非在世間內며 非在世間外며 非行於世間이며 非不行世間이며 非同於世間이며 非異於世間이며
“불자여,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그림자 같은 인이라 하는가.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세간에 나는 것도 아니고 세간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세간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세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세간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세간에 다니지 않는 것도 아니며, 세간과 같지도 않고 세간과 다르지도 않느니라.”
▶강설 ; 세상의 일체 존재는 이미 모두 상대적인 양면을 함께 부정[雙遮]하기도 하고 함께 긍정[雙照]하기도 하면서 원융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림자 같은 인을 설하면서 화엄경의 주인공으로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보살의 실체를 들어 상대적 부정[雙遮]과 상대적 긍정[雙照]으로 밝혀본 것이다.
쌍차(雙遮) 쌍조(雙照)란 일체 존재의 중도성(中道性)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를 함께 부정하는 것이 쌍으로 막아 부정한다는 차(遮)의 의미이고, 남자와 여자를 함께 긍정하는 것이 쌍으로 비추어 긍정한다는 조(照)의 의미이다. 살활(殺活)이라는 말이나 적조(寂照)라는 말도 같은 의미이다. 경문에서 “보살은 세간에 나는 것도 아니고 세간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세간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세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 긍정과 부정을 함께 들어 밝힌 것이다. 실은 보살뿐만 아니라 일체 존재가 다 그와 같다.
非往於世間이며 非不往世間이며 非住於世間이며 非不住於世間이며 非是世間이며 非出世間이며
“세간에 가지도 않고 세간에 가지 않음도 아니며, 세간에 머물지도 않고 세간에 머물지 않음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니니라.”
▶강설 ; 이 또한 보살이 세간에 머물고 머물지 않음을 원융하여 걸림이 없게 하는 것을 이와 같이 설한다.
非修菩薩行이며 非捨於大願이며 非實非不實이라
“보살의 행을 닦음도 아니고 큰 서원을 버림도 아니며, 진실함도 아니고 진실하지 않음도 아니니라.”
▶강설 ; 큰 서원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보살행을 닦는다는 뜻이고, 진실하지 않음도 아니라는 것은 진실하다는 뜻이다. 보살은 경우와 상황에 맞춰서 보살행을 닦기도 하고 닦지 않기도 하며, 진실하기도 하고 진실하지 않기도 한다.
雖常行一切佛法이나 而能辦一切世間事하며 不隨世間流하고 亦不住法流하나니
“비록 일체 부처님의 법을 항상 행하면서도 능히 모든 세간의 일을 행하며, 세간의 흐름을 따르지도 않으면서 법의 흐름에 머물지도 않느니라.”
▶강설 ; 보살은 일체불법을 항상 행하지만 또한 일체 세상사를 능히 행한다. 예컨대 세상사를 행하면 불법을 행하지 않아야 하고 불법을 행하면 세상사를 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겠으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원융한 보살은 불법과 세상사를 다 행하고 다 행하지 아니한다. 세간의 흐름을 따르는 일이나 불법의 흐름에 머무르는 일도 역시 그와 같이 한다. 세상사와 불법을 함께 부정하게 되면 다 같이 부정하고 세상사와 불법을 함께 긍정하게 되면 다 같이 긍정한다. 이것이 일체 존재의 실상을 바로 아는 보살의 삶이다.
(2) 비유로써 밝히다
譬如日月男子女人舍宅山林河泉等物이 於油於水와 於身於寶와 於明鏡等淸淨物中에 而現其影이나 影與油等이 非一非異며 非離非合이라
“비유하자면 해와 달과 남자와 여인과 집과 산과 숲과 강과 샘물들이 기름에나 물에나 몸에나 보배에나 밝은 거울 등의 깨끗한 물상에 그림자를 나타내지마는, 그림자가 기름들과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떠남도 아니고 합함도 아니니라.”
▶강설 ; 이 비유는 어떤 사물의 그림자가 거울에 나타나지만 그 그림자와 거울은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 떨어진 것도 아니고 합한 것도 아니라는 내용이다.
於川流中에 亦不漂度하며 於池井內에 亦不沈沒하야 雖現其中이나 無所染著이어늘
“강물에 흘러 건너가지도 않고 못 속에 빠지지도 않으며, 비록 그 속에 나타나면서 물들지 않느니라.”
▶강설 ; 거울 속에 나타난 그림자 강물에는 흘러 건너가지도 않고, 그림자 못 속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然諸衆生이 知於此處에 有是影現하고 亦知彼處에 無如是影하나니 遠物近物이 雖皆影現이나 影不隨物하야 而有近遠인달하야
“그러나 모든 중생들은 여기에는 이 그림자가 나타나 있음을 알고, 또한 저기에는 이러한 그림자가 없음을 아나니, 먼 데 물상과 가까운 데 물상이 비록 다 그림자가 나타나지마는 그림자는 물상을 따라 멀거나 가깝지 않느니라.”
▶강설 ; 거울에 비친 그림자는 멀리 있는 물건이나 가까이 있는 물건이나 다 나타나지만 1미리도 안 되는 얇은 거울 안에 다 나타난다. 어찌 멀다하고 가깝다 하겠는가. 이와 같이 일체 법은 그림자와 같다.
菩薩摩訶薩도 亦復如是하야 能知自身과 及以他身이 一切皆是智之境界하야 不作二解하야 謂自他別이나 而於自國土와 於他國土에 各各差別하야 一時普現하며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내 몸이나 다른 이의 몸이나 모든 것이 다 지혜의 경계임을 알아서 두 가지 해석을 하여 나와 남이 다르다고 하지 않지마는 자기의 국토와 다른 이의 국토에 각각 차별하게 일시에 나타나느니라.”
▶강설 ; 보살은 일체 법을 그림자와 같이 알기 때문에 자기의 몸이나 다른 이의 몸을 모두 지혜의 경계라고 알아서 두 가지 해석을 하여 나와 남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다. 즉 하나의 그림자라고만 알고 있다. 몸이 그러하듯이 국토도 또한 그와 같다.
如種子中에 無有根芽莖節枝葉호대 而能生起如是等事인달하야
“마치 씨앗 속에는 뿌리와 싹과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이 없지마는 그런 것들을 능히 내는 것과 같으니라.”
▶강설 ; 꽃씨 속에는 뿌리와 싹과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과 나비와 벌과 푸른 하늘까지 어느 것도 없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미 다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이와 같은 무진연기(無盡緣起)의 이치를 잘 표현한 서정주 선생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있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菩薩摩訶薩도 亦復如是하야 於無二法中에 分別二相하야 善巧方便으로 通達無礙하나니 是名菩薩摩訶薩의 第八如影忍이니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둘이 없는 법에서 두 가지 모양을 분별하며 교묘한 방편으로 통달하여 걸림이 없느니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여덟째 그림자 같은 인이라 하느니라.”
▶강설 ; 일체 법이 그림자와 같다는 사실에는 보살이 둘이 없는 법에서 두 가지 모양을 분별하며 교묘한 방편으로 통달하여 걸림이 없다.
(3) 여영인(如影忍)의 과(果)를 밝히다
菩薩摩訶薩이 成就此忍에 雖不往詣十方國土나 而能普現一切佛刹하야 亦不離此하며 亦不到彼하고
“보살마하살이 이 인을 성취하면, 비록 시방국토에 가지 않더라도 일체 세계에 널리 나타나되 또한 여기를 떠나지도 않고 또한 저기에 이르지도 않느니라.”
▶강설 ; 그림자와 같은 인을 성취한 결과를 밝힌 내용이다. 자신의 지혜가 곧 그림자의 공능과 같아서 시방국토에서 오고감이 없이 일체 세계에 다 나타난다.
如影普現하야 所行無礙하야 令諸衆生으로 見差別身이 同於世間堅實之相이나 然此差別이 卽非差別이라 別與不別이 無所障礙하나니
“그림자가 두루 나타나듯이 간 데마다 걸림이 없으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차별한 몸이 세간의 굳고 진실한 모양과 같음을 보게 하지마는 그러나 이 차별도 곧 차별이 아니니, 차별과 차별 아닌 것이 장애가 없느니라.”
▶강설 ; 중생에게는 몸도 세간도 이와 같이 확실하게 모양을 가지고 차별하게 나타나지만 실로는 그림자인 까닭에 저와 같이 차별한 것이 곧 차별이 아니다. 그러므로 차별과 차별이 아닌 것이 장애가 없다.
첫댓글 그림자의 높고 낮음과 옳고 그름과 남녀노소의 차별을 따진들 무엇 하겠는가. 또 세상에 어느 바보가 그림자를 가지고 남녀노소를 따지는 이가 있겠는가.
此菩薩이 從於如來種性而生하야 身語及意가 淸淨無礙일새 故能獲得無邊色相淸淨之身이니라
“이 보살은 여래의 종성으로부터 나서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하여 걸림이 없으므로 능히 그지없는 몸매와 청정한 몸을 얻느니라.”
▶강설 ; 보살은 그림자와 같은 인을 성취하였으므로 여래의 종성으로부터 나서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하여 걸림이 없으며 그지없는 몸매와 청정한 몸을 얻었다. 이것이 그림자와 같은 인을 성취한 공과(功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