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적군의 공세를 5일이나 버텨내고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내지 않았다는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전투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았어요.
1961년 최고조에 달한 냉전 속에서 아프리카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됩니다.
새롭게 탄생한 콩고 공화국은 광물이 풍부한 카탕가를 두고 동서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어요.
콩고의 촘베 장군이 채광 기업들과 결탁해 카탕가 주를 통제하며 콩고에서 독립시키려 하자, UN은 아일랜드 평화유지군 파견을 제의하지요.
퀸란 소령이 이끄는 알파 중대 150명이 콩고 카탕가 주 자도빌 지역으로 파견됩니다.
문제는, 중립국을 표방하는 아일랜드군이었던 만큼 사령관을 포함한 중대 모든 일원이 전쟁경험 없는 초짜들이었다는 것. 거기다 현장엔 제대로 된 무기와 방어구는 물론 식량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은 1961년 UN 소속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콩고 카탕가 주 자도빌 파견 군사작전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전술적인 현장 전투의 치밀함과 치열함을 다루는 한편, 전략적인 수뇌부의 비열함과 무능함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
영화 초반 별명이 카이사르인 퀸란이 말합니다.
"문제는 정치인은 전술을 모르고 군인은 전략을 모른다는 건데, 카이사르는 둘 다 해박했어."
영화의 백미는 현장 전투원들이 수뇌부의 비열한 정치적 희생물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현장 전투 면면도 대단하다는 겁니다. 경험 전무한 150명이 경험 풍부한 3000명을 상대하는데, 판타지나 신화 전설에 기반하는 게 아니라 실화에 기반한다는 것이지요. 프랑스 벨기에 용병들이 숫자만 믿고 전술적 행동 없이 막무가내로 쳐들어오는 반면 아일랜드군에게는 철두철미한 전술적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사실!
UN과 아일랜드는 사망자 한 명 없이 용감히 싸웠지만 무기가 없어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자도빌의 바보들'이라고 치부합니다. 훌륭한 전투 과정과 그 이면의 정치적 술수들을 완전히 묻어버리고, 본인들이 저지른 오판의 결과를 이들에게 뒤짚어씌운 것이지요. 역시 술수에 능한 정치가들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네요.ㅠㅠ
지난 2005년 아일랜드는 비로소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에구구...
처음부터 끝까지 박진감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첫댓글
이 영화, 개인적으로 좋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