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신명나다
발간일 2021.11.17 (수) 16:27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⑱ 신명여자고등학교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열여덟 번째 등굣길을 따라 간석동 골목길을 오른다. 50년 전, 만월산 자락에 터를 잡고 명문의 탄생을 알렸던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 간의 우애와 사제 간의 예의, 견고한 뿌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그 길을 김은주 동문(2회 졸업), 원나영(18) 학생과 함께 걸었다.
학교를 닮은 삶, 학교를 위한 삶
가을을 닮은 탐스러운 꽃을 든 여성이 학교로 들어선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교문은 그 시절 그대로다. 학교 본관까지 이어지는 소향로를 천천히 걸어 본관에 다다르자 한 중년 남성이 그녀를 맞이한다. 손에 든 꽃다발을 건넨다. 맞잡은 두 손에 진한 추억이 배어 있다. 주인공은 김은주(63) 동문과 김주한(59) 교장이다. 1989년 3월 1일, 대학을 갓 졸업한 김주한 교장은 신명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당시 김은주 동문은 학교 총동창회 동문회장이었다. 그들은 십수 년이 넘는 세월을 학교 발전을 위해 함께 애썼다. 김은주 동문이 22년간의 동문회장 역할을 마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그 옛날 초임 교사는 교장으로 취임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 꽃다발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학교를 위해 헌신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라 생각해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한다.’ 졸업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김은주 동문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했던 학풍은 지금까지도 선후배 간, 사제 간의 정을 두텁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1973년 문을 연 학교 구석구석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그런 모교를 바라보는 김은주 동문의 눈에 아련한 추억이 서린다.
“당시는 허허벌판이었어요. 요즘 같은 계절이면 학교 주변에 코스모스가 만발하기도 했었죠. 입학 초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벽돌을 나르면서 학교 조성에 일손을 보탰어요. 비 오는 날 흙탕물을 피해 가며 등교하던 기억도 소중한 추억입니다.”
▲ 신명여자고등학교의 교문은 처음 그대로 변함없이 학생들을 맞이한다.
▲ 1989년 초임 교사 때부터 신명여자고등학교와 함께한 김주한 교장
예의로 지켜가는 명문의 길
김은주 동문이 원나영 학생과 너른 잔디 운동장을 걷는다. 세대를 뛰어넘어 ‘신명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애틋한 동문이다. 두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닮은 점이 있다. 그 시절 학도호국단 대대장과 현재의 학생자치회 회장으로서 학교를 위해 봉사했고,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군사 교육을 받던 시절이라 교련 과목이 있었어요. 인천시 전체 교련 대회도 열렸는데 신명여고는 1등을 놓치지 않았죠.”
학구열도 뜨거웠다. 막차 시간이 지난 늦은 밤까지 교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드넓은 운동장은 학생들을 데려다줄 차량들로 빼곡했다. 한때는 인천에서 명문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입학시킬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곳이 바로 신명여고다. 하지만 학교는 공부보다 예의를 더 강조했다. 경쟁보다 우애와 협력을 가르쳤고, 시기보다 이해와 존중이 몸과 마음에 밸 수 있는 교육을 실천했다. 신명여고만의 특색인 ‘차茶 예절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귀례 전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과거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 손수 교육을 진행했다. 이귀례 회장은 일제강점기 말살 된 우리 차 문화를 살려내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이후에는 최소연 가천대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명맥을 잇고 있다. 학교 역시 예절 교육관을 따로 조성해 학생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인설차문화전·차예절경연대회’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결실을 맺고 있다.
“예의와 화합은 학교의 오랜 철학입니다. 매년 봄이면 춘계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1~3학년을 한 팀으로 구성해 함께 땀 흘리고, 승패와 관계없이 강강술래를 하며 하나가 됩니다. 경쟁을 화합으로 승화시키는 신명여고만의 자랑스러운 전통입니다.”
▲ 신명여자고등학교는 가천길재단이라는 튼튼한 뿌리에서 자라난 건강한 줄기다.
학구열도 뜨거웠다. 막차 시간이 지난 늦은 밤까지 교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드넓은 운동장은 학생들을 데려다줄 차량들로 빼곡했다. 한때는 인천에서 명문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입학시킬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곳이 바로 신명여고다. 하지만 학교는 공부보다 예의를 더 강조했다. 경쟁보다 우애와 협력을 가르쳤고, 시기보다 이해와 존중이 몸과 마음에 밸 수 있는 교육을 실천했다. 신명여고만의 특색인 ‘차茶 예절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귀례 전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과거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 손수 교육을 진행했다. 이귀례 회장은 일제강점기 말살 된 우리 차 문화를 살려내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이후에는 최소연 가천대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명맥을 잇고 있다. 학교 역시 예절 교육관을 따로 조성해 학생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인설차문화전·차예절경연대회’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결실을 맺고 있다.
“예의와 화합은 학교의 오랜 철학입니다. 매년 봄이면 춘계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1~3학년을 한 팀으로 구성해 함께 땀 흘리고, 승패와 관계없이 강강술래를 하며 하나가 됩니다. 경쟁을 화합으로 승화시키는 신명여고만의 자랑스러운 전통입니다.”
▲ 학교의 트레이드마크인 돌계단에 나란히 앉은 김은주 동문(오른쪽)과 원나영 학생(왼쪽)
▲ 여고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학교 뒤편 정자
함께 호흡하고, 함께 승리하다
신명여고는 교정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개교 초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교문과 고즈넉한 돌계단은 TV 드라마의 단골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호텔 델루나’ 등에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에는 ‘펜트하우스’와 ‘마이 네임’에도 깜짝 등장하며 유명세를 탔다.
“사계절이 모두 예쁘지만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매년 가을이면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시끌벅적해야 할 계절이 코로나19로 잠잠해 아쉽습니다.”
신명여고 하면 ‘소향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틀 동안 펼쳐지는 축제 기간에는 학교의 담장이 허물어진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총출동하는 것은 기본, 금남禁男의 구역인 여고에 남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즐긴다. 인근 주민들도 운동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마을 잔치를 벌인다. 축제 하나에도 화합을 중시하는 신명여고만의 역사와 전통이 스며 있는 셈이다.
2019년부터는 인천 지역에서 유일하게 교내 ‘골든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얼룩질 수 있는 고교 생활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건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었다.
신명여고는 든든한 뿌리를 갖고 있다. 인천 지역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천길재단의 의료와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다채로운 인프라와 장학제도는 학생들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날개가 되어주고 있다.
“신명여고는 학생을 존중하는 학교입니다. 소수의 학생이 원할지라도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다 폭넓은 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긴 세월 쌓아온 학교만의 전통과 노하우, 튼튼한 뿌리가 신명여고를 변치 않는 명문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신명여자고등학교에는 차 예절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 신명여자고등학교에는 차 예절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 방송인 이혜영(13회 졸업)
1990년대 모델과 가수, 배우를 오가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펼친 이혜영. 최근에는 화가로 전향해 개인전을 여는 등 ‘아트테이너’로서 인생 제2막을 열어가고 있다. 평소 황신혜 등 인천 출신 연예인 등과 함께 SNS와 방송을 통해 인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 아나운서 최영주(13회 졸업)
SBS 공채 1기 아나운서인 최영주도 신명여고 출신이다. ‘백세 건강시대’ ‘SBS 생활경제’ 등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1997년 한국방송대상 여자 아나운서 부문, 2009년 한국아나운서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