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18도를 오르내리던 겨울이 며칠 전인 것 같았는데 아침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나의 일터인 스키장 영업은 비가 오는 날이면 죽쑤는 날이지만 조경담당인 나는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하늘이 내려주는 만포짐한 휴식날이다. 난로에 장작을 가득 넣어두고 음악을 틀었다.
일전에 어떤 유튜버가 우리세대는 놀줄을 모른다 하더라. 문득 그 말이 와 닿았다. 일만 죽어라 했지 쉬어가며 놀아보는 여유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주5일 근무가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연차휴가도 있는 줄은 알았지 아에 찾아먹을 생각조차 않았었다. 지금이야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기도 하지만 어디 우리 때야 특근도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바야흐로 코로나가 일년을 넘기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인다. 무급휴직이다 재택근무다 하다 보니 라이프 싸이클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다 비대면 생활이 관례화되다 보니 살가웠던 인간관계가 그리워지고 있다. 한해를 보내는 송년모임도 없어지고 각종 모임이 원천 차단되니 옛날이 그리워진다. 옛날이라 해봤자 일년 전 이지만.
컴퓨터가 친구된지도 오랜날 되었다. 요새는 음악에 심취하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임박에 “라 노비아”를 접했고, 지금은 “마이웨이“를 배우고 있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오래전 부른 히트송이지만 그 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세상이 좋아져 유튜브가 가사는 물론 악보에다 시나트라의 열창까지 한꺼번에 들으면서 배울 수 있으니 감개무량이다.
And now, the end is near.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이제 거의 다 왔군. 그래 마지막 커튼이 내 앞에 있어.
친구여 내 이건 분명히 말하지, 내가 확고하게 지켜왔던 내 삶을 말이야...“
마이웨이. 그 말 속에 무언가 있을 법 하지 않는가? 나는 내 인생을 그냥 무덤덤하게 일개 필부필부로 살아왔다 싶다. 엔드 나우, 지금 인생이 끝나가는 구나. 친구여 나는 내 인생을 내 방식(My way)대로 살았어. 후회스러움과 미련을 남기면서.
지나온 긴 세월을 뒤돌아 보니 노래가사 처럼 살지 못했다.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난 그 모든 것과 맞섰구 당당했었네. 그리고 내(방)식으로 인생을 살았지”
1절 끝나는 부분에서 노래선생은 And did it 가사를 설명하면서 “~하다”의 과거형 did를 설명하면서 인생을 살만큼 산 사람이 불러야 실감나는 단어라 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자신 있게 나는 나의 길을 걸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부러웠다.
그러나 이 노래의 절정인 끝 부분 “마~이 웨~이!”를 불러쟀기면서 울컥해졌다. 서러워지기도 했다.
참 좋은 노래다.
낼 모레면 칠순이다.And now 하며 내 인생 걸어온 길을 한번 불러보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선배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표현들 귀중한 정보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