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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토)
사막이 보이는 길을 따라 이집트 시장에 다녀왔다.
염소들이 길가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리가 아침마다 바게트를 사는 독일 빵집.
(이집트까지 와서 ‘독일 빵집’에 간다고 하면 좀 웃기지만,
우리도 한국에서 프랑스 ‘파리 바게트집’에 자주 가지 않는가.ㅎ)
민승쌤께서 여기서 복숭아 케익을 사주셨다.
게다가 음료수에 과자까지.(과자는 마트에서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여 대신 받은 것이다.)
이런 맛에 시장에 오는 거구나 싶었다.
카르카디- 이것은 붉은색 꽃잎의 한 종류인데, 이집트에서 이것으로 차나 주스를 많이 만들어 먹는다.
먼저 밀가루를 파는 가게에 갔다.
사실 나는 엄청 큰 마켓 한곳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작은 슈퍼들에서 따로따로 필요한 것들을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밀가루가 싼 가게에서 밀가루 5봉지를 샀다.
이곳은 채소 가게.
민승쌤의 친구들이 이렇게 반겨줬다.
이곳에서는 당근, 파프리카, 오이, 고추 등의 채소를 샀다.
다음으로 간 곳은 닭집.
닭집에 진짜 이렇게 닭이 있을 줄이야. 토끼와 비둘기도 있었다.
닭을 시키니 퍼덕퍼덕이는 닭을 직접 닭장에서 꺼내주었다.
닭은 처음에는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상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아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일찍 목숨을 포기한 듯 보였다.
단순히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분하고 슬플까.
그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닭에게는 미안했지만, 내가 최고 포식자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렇게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우리도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니. 이것은 그저 거스를 수 없는 생태계의 순리일까?
내가 이 닭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감사히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인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닭 6마리를 사왔다. 우리는 이 닭으로 닭개장을 맛있게 해먹었다.
이곳은 우리가 소고기를 사는 정육점.
오늘은 닭을 샀기 때문에 소고기는 따로 안샀다.
이곳은 팔라펠(falafel)집.
팔라펠은 콩을 으깬 것을 튀긴 튀김 같은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정말 많이 먹는 음식이다.
아침이면 사람들이 이 팔라펠 집에 길게 줄을 선다고 한다.
우리도 자주 이곳에서 팔라펠 샌드위치를 사먹는다.
크게 붙어있는 사진 속 얼굴이 이 팔라펠집 주인 아저씨고,
나는 실제로 이 아저씨가 가게 입구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사막이 보이는 길을 걸으니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왠지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희망차게 보였다.
꽤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었지만 그 무게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냥 신나고 좋았다.
역시 시장 나들이만큼 재밌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다합에 머무는 동안 자주 시장을 보러 가야겠다.
7/22(일)
<민승쌤표 라이스 푸딩 만들기>
준비물: 밥(쌩쌀이어도 되고 남은 밥이나 누룽지를 이용해도 됨), 설탕, 우유, 전분, 버터, 바닐라(있으면 좋음)
조리법:
1.밥에 설탕, 우유, 전분을 넣고 끓인다.
2.버터를 넣고 천천히 저으며 계속 끓인다.(밥알을 뭉겔 필요는 없다)
3.걸쭉해질 때까지 전분을 더 넣는다.
4.소금을 약간 넣는다.
5.완성이 되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피가루를 뿌려준다.
6.냉동고에 얼렸다가 먹는다.
비주얼은 ‘이게 뭔가’ 싶지만, 정말 맛있답니다!
남은 밥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7/23(월)
요즘 우리는 저녁마다 호떡 장사를 하고 있다.
박정우 사장이 반죽을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속을 채우고 굽고, 장사하는 일을 한다.
나는 처음 호떡 10개를 만들면 호떡 1개를 먹게 해준다고 해서 호떡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랬다가 호떡을 하나 더 먹고 싶어서 장사를 나가게 되었는데,
내가 장사에 꽤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매일 같이 장사를 나가게 되어
어느새 나는 하반하 호떡 컴퍼니 영업 부장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호떡을 담은 바구니를 이고 장사를 했다.
다합은 휴향지라 호텔 밖을 나가면 특히 밤에 사람이 정말 많다.
나는 장사를 하면서 호떡을 잘 파는 스킬을 스스로 터득했다.
<호떡 잘 파는 스킬>
1.일단 길가는 사람이면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따라 붙어서
“Do you wanna taste Korean pancake?”하고 묻는다.
2.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 “It’s handmade, organic!We made it by ourself”이라고 말함으로써 음식에 대한 믿음을 준다. 이때 시식용 호떡을 내밀며 맛보도록 유도한다.
고기가 들어간 음식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very sweet라고 말한 후,
재료를 물으면 “no meat, just flour and suger”라고 얘기한다.
3.시식을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가격에 대해 언급한다. “One at 4LE”라고 한 후, “But we give three at 10LE.”를 강조해서 최대한 3개를 살 수 있도록 유도한다.
4.호떡에 관심이 아주 약간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Really? You made this?”하고 되묻거나, 왜 만들었냐, 무슨 목적으로 장사를 하는 거냐, 어떻게 만들었냐 등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 이때 “We are traveling students. We are from South Korea.”라고 말해 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언급한 후 “We are learning Businesses”라고 얘기하여, 사람들이 곧바로 호떡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우리에 대해 어필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아주 멋있다고 칭찬해주거나, 하고 있는 일을 응원하다며 호떡을 사줄 것이다. 사진까지 함께 찍자고 한다면 가장 성공적인 장사다.
*만약 맛있긴 한데 지금은 너무 배부르다고 한다면, “Why don’t you keep it for later? You’ll be hungry at night!”이라고 애교있고 재치있게 얘기함으로써 최대한 설득시켜 본다.
5.이 과정을 모두 성공한다면 “Thank you so much! Have a good day!”라고 웃으며 인사한다.
만약 장사에 실패한다하더라도 상심하지 말고 꼭 웃으며 인사한다.
몇번 장사를 나가다 보니 이제는 단골 손님들도 생겼다.
대부분 식당이나 상점 주인 아저씨들인데 우리가 장사를 하고 있으면 우리를 반갑게 불러주신다.
우리는 총 7회 호떡 장사를 통해 약 470LE 정도를 벌었다.
(나는 첫번째 장사를 빼고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장사에 나갔다)
사실 재료비와 인건비까지 생각했을 때는 적자를 겨우 면하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쌩판 모르는 외국땅에서 장사를 해서 이 정도 벌었으면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돈으로는 아이들에게 이집트 (똥싼)바지를 하나씩 사줄 예정이다.
앞으로는 양념치킨, 볶음밥 등도 장사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장사가 대박나서 우리 호떡 컴퍼니가 대박나기를! 빈다.
7/24(화)
이집트 비자 연장을 위해 엘토르(eltor)에 있는 여권 사무소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는 온통 사막뿐이었다.
누가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진이 앨범에 남아있었다.
이렇게 곤히 3시간 정도를 잤더니 여권 사무소에 도착했다.
독수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서 무슨 박물관인줄 알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었다가 써니쌤께 혼이 나서 더 이상은 못찍었다.
이런 데에서는 잘못 걸리면 큰 일 날 수도 있다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긴 총을 멘 경찰들을 보니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자 연장을 하기 위해 접수를 하는 과정에서
써니쌤과 사무소 직원 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문제는 ‘수수료’였다. 우리는 한 사람당 1003LE가 들 것으로 계산을 하고 갔는데
갑자기 1200LE를 내라는 것이었다.
써니쌤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건 분명 black money라고 주장했고,
직원이 영어를 못하는 관계로 둘 사이에는 목소리만 커져갔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시도해본 결과 197LE 차액은
express 요금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샤르만 셰이크나 다른 대사관에서는 비자를 연장하려면
보통 1박 2일이나 그보다 더 오래 걸리는 데,
이곳은 하루만에 급행으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추가 요금이 붙은 것이다.
다행히 우리를 눈속임하기 위한 돈은 아니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신 써니쌤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1200LE를 내기로 결정하셨다.
오늘 이 사무소 일을 통해 배운 교훈은 - ‘돈을 낼때 항상 왜 그 값인지를 파악하자’이다.
물론 오늘은 다행히 값이 더 붙은 데에 타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여행지에는 특히 값을= 몇 배로 더 불려 파는 사람들이 많고,
자칫하면 무관심한 사이에 근거 없는 돈을 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그동안 여행하면서 이미 많은 돈을 그렇게 생각없이 냈을 것이다.
앞으로는 진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돈 계산을 확실히 해야겠다.
여행자에게 돈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내기 전에 해야 할 일>
1.왜 이 값인지 이해한다.
2.값을 메모한다.(메모를 해두어야 나중에 비교할 수도 있고,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확히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최대한 흥정해 본다.(처음엔 확 낮게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면 값을 조금씩 올려 부른다)
4.다른 곳과 비교해 본 후 가장 합리적인 곳에서 소비를 한다.
비자를 연장한 후 근처 이집트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집트에서는 닭을 이렇게 구워서 잘 먹는다.
그리고 밥에는 이런 면 비슷한 것을 넣어먹는다.
이집트 매생이 국?
국물에 이렇게 오돌토돌한 식감이 특이한 무언가가 들어가 있었다. 쌀을 불린 건가 싶기도 하다.
7/25(수)
요즘 우리와 함께 사는 식구들이 셋이나 더 늘었다.
얘랑
얘랑
얘이다.
위의 두 개는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녀석이다.
둘은 종류가 같은 친구 개인 듯 한데, 둘다 맨날 우리 방에 들어누워 있는다.
냄새가 좀 심하지만, 워낙에 무겁고 둔해서 쫓아내기가 힘들다.
이제는 다들 그러려니 하며, 이 개와 함께 거주한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정우’다. 대장님께서 붙여주신 이름인데,
여러모로 정우와 비슷한 점이 많다.(먹기를 좋아하는 것, 게으른 것 등ㅋ)
이름이 ‘정우’이기에 막 함부러 대할 수 없어, 다들 친절히 이 고양이를 돌봐주고 있다.
이집트에도 터키 못지 않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는데, 그 중 ‘정우’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요염한 ‘정우’의 모습.
이집트에 와서 식구들이 배로 늘었다.
개미, 고양이, 개 식구들까지.
우리는 서로 다르긴 하지만 서로에게 꽤나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7/26(목)
Seven heaven hotel은 사촌 7명이 함께 운영하는 호텔이라 이름이 ‘일곱 천국’이다.
이 사촌들은 대부분 스쿠버다이빙 강사이며, 이 호텔에서 함께 일한다.
아버지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이들의 아이들은 호텔 식당이나 리셉션에서 시간을 보낸다.
함께 뭉쳐 노는 이 아이들은 내게 헤르만 8총사를 떠올리게 했다.
매일같이 몰려다니며 뛰어 노는 모습이 내가 어렸을 적 동네 아이들과 놀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동네 아이들.
이름: 사미르(미수의 첫째 아들)
이름: 시네-시나이 반도에서 딴 이름이다(미수의 둘째 아들)
이름: ? (아덴의 첫째 아들)
이름: 요셉(아덴의 둘째 아들)
이름: ? (하템의 아들)
이름: ? (하템의 딸. 이 여자아이는 너무 산만해서 가만히 있는 사진을 못찍었다ㅋ)
이 호텔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서로 어떻게든 핏줄이 이어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의 동생이고, 누구의 사촌의 형이고, 누구의 동생의 아내고.
한 호텔을 이렇게 대가족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Seven Heaven 호텔은 아마도 이 가족들 한명한명에게 정말 중요할 것이다.
이 호텔이 망하면 대가족이 모두 무너져 내리니 말이다.
그래서 모두들 가족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호텔 구석구석에서 그런 절실함이 느껴진다.
7/27(금)
요즘 내가 꽂혀있는 아이스림이다.-일명 오레오 아이스크림.
터키쉬 딜라이트 이후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먹거리랄까.
여행을 하며 정말 수입해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본다.
이 오레오 아이스크림도 그 중 하나인데, 나는 왜 충분히 발전된 한국같은 선진국에
아직도 이 훌륭한 오레오 아이스크림이 들어와 있지 않은지가 정말 의문이다.
한국에 이 아이스크림이 들어온다면 사람들이 모두 ‘오늘은 뭐먹지?’같은 페북 음식 페이지나
‘인스타그램’등에 올려 오레오 아이스크림 열풍이 불텐데.
아무래도 내가 무역을 배워서 직접 수입을 해와야겠다.
시장에 쫓아갈때마다 하나씩 사먹은 과자들이다.
먼 시장까지 가는데 요 정도 즐거움은 있어야지__안그런가?!
이집트 먹거리 문화도 체험할 겸 먹어봤다.
위에건 3LE짜리 초코 쿠키인데 다른 과자들보다 비교적 싸면서 양도 많은 편이었다.
그 아래 초코롤은 동네 슈퍼에선 2LE였지만 시장 쪽에서는 1.5LE였다.
몽쉘과 비슷한 맛으로 당이 떨어질 때 가볍게 하나씩 사먹기 좋을 듯한 롤이었다.
이건 12LE짜리 초코 쿠키.(내 보고서를 봐왔다면 알겠지만, 나는 초콜릿을 무척 좋아한다)
기대했던 것 보다 맛있었다. 양은 좀 적었지만.
냉동고에 넣어놓고 얼려서 먹으면 더 맛있을 듯 하다.
이건 살라에게 받은 토마토 소스맛 감자칩.
우리나라의 포테토칩처럼 가장 보편화된, 이집트 사람들이
많이 먹는 감자칩인 것 같다.(사람들이 먹는 것을 많이 봤다)
토마토 소스맛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는데,
먹다보니 맛있었다.
앞으로도 틈틈히 이집트의 과자들을 하나씩 맛보아서,
우리나라에 또 수입할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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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은재야~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했을텐데 페널티 없는 세상에서 맘껏 은재의 시간을 사용한것같구나~
여리여리하지만 꽉 찬 아이 은재~
해외에서 그정도 성공이면 어디서 뭘해도 대박 날 각~~!!!
은재 보고서를 보고 있으면 세훈이도 그안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를 상상할수있어서 너무 좋아. 은재의 섬세함에 고맙다^^
은재의 생생한 하반하보고서를 볼 수 없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생생정보 고맙다~♡
비병 친구들, 선생님들 모두 은재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질 것 같아...
그동안 은재 덕분에 비병친구들 소식, 깨알 같은 정보들을 알게 되는 기쁨이 컸는데, 많이 섭섭하구나.
6개월간의 특별한 시간을 가지고 새로이 시작하는 이곳에서의 일상들, 계획한 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
그동안 잘 다듬어 온 근육들도 영원하기를~~^^
ㅋㅋㅋㅋ 닭을 산채로 주다니, 옆샘과 한참 웃었어. 누가 그 닭을 잡았을까 상상하며~~~~ <준형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