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가꾸어온 토종씨앗은 짧게는 수백, 길게는 수천 년간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식물들인데요.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토종씨앗은 다양한 환경변화와 천적, 병해충을 견디며 살아오면서 건강한 먹거리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지켜준 뿌리와 같습니다. 산업혁명과 녹색혁명, 급격한 개발 등으로 토종씨앗은 우리의 삶에서 설자리를 잃었는데요.
당진에는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널리 확산시키며 우리의 문화와 생물 다양성, 지속성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씨앗연구소(소장: 김선주)가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씨앗연구소에서 토종씨앗 묘종작업도 하고 단호박배추물김치를 만들기로 했는데요. 육묘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트레이에 상토를 넣고 칠성초 씨앗을 넣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칠성초는 합덕에서 수집한 품목인데 건네받은 품목이라 특성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칠성초는 경북 영양군 일원면 칠성리 농가에서 재배하던 토종고추로 붕어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명 붕어초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가운데가 통통하여 말려두면 윤기가 난다고 해요. 수분이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적당하며 신맛이 있어 맛이 좋다고 합니다. 꼭지 부분은 매워 못 먹을 정도인데요. 전체적으로는 단맛이 나 샛거리(풋고추)를 찍어 먹으면 엄청 맛있다고 합니다. 과피도 두껍고, 근량이 많아 고춧가루를 내서 김치를 하면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대화초, 청룡초, 제비콩, 사과참외, 담배상추, 약파, 긴단호박, 닥풀, 조롱박, 조선오이 긴것, 오크라 등 토종씨앗을 묘종합니다. 표식기(작업날짜, 작물이름 기재)에 꽂아, 저면관수 후 발아가 잘 돼서 떡잎이 나오면 1차 가식을 한다고 하네요.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한해동안 절기별로 토종씨앗을 파종하고 모종을 길러 육묘 판매및 나눔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공동체 텃밭에서는 작물별로 구획을 나눠 토종작물도 심고 토종작물을 활용한 생태 관찰 체험활동은 물론 건강 먹거리 만들기 체험도 이어 나갈거라고 해요.
토종씨앗 묘종작업을 마치고 전현수 고문께서 토종 긴단호박으로 배추 물김치 만들기 시연을 진행했습니다. 토종긴단호박은 단호박에 비해 단맛은 덜하고 색이 옅었지만 식감이 아삭하고 사각사각한 건강한 맛이라 이유식을 처음 시작하는 영유아들에게 딱 좋을것 같네요.
◇긴단호박으로 배추 물김치 만들기◇
1. 배는 손질해 깎둑썰기를 하고 분쇄기에 갈아 베보자기에 거릅니다. 양파도 잘 손질해 깍둑썰기 합니다.
2. 껍질을 깨끗이 손질해 푹 찐 토종 긴단호박, 양파, 새우젓, 소금, 생수를 넣고 분쇄기에 곱게 갈아 물김치 육수를 만듭니다.
3. 물기를 뺀 절임배추를 용기에 담고, 단호박 육수를 배추가 잠길 정도 부어줍니다. 이때 누룩소금을 살짝 가미해도 좋습니다.
배추 물김치 만들기 시연 후 당진 특산품 둥근마를 넣고 만든 토종 긴단호박죽과 토종 황파를 넣고 만든 쫀득쫀득한 떡국을 맛난 점심으로 내 주셨는데요. 특히 오색무로 만든 석박지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었답니다.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매달 토종씨앗을 활용한 음식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2월엔 김선주 소장이 집에서 직접 만든 조청과 직접 재배한 유기농 고추와 찹쌀로 현미찹쌀고추장을 만들었습니다.
◇현미찹쌀고추장 만들기◇
1. 끓여 식힌물에 조청을 섞은 달인물에 소금을 잘 녹인 후 메주가루와 고춧가루를 순서대로 섞어줍니다.
2. 고춧가루는 덩어리지지 않도록 체를 칩니다.
3. 달인물을 넣어주며 잘 저어 되기를 조절합니다.
4. 고추장을 주걱으로 떠서 올려 뚝뚝 떨어지면 완성입니다.
5. 완성된 고추장은 열탕소독한 용기에 담습니다. 고추장은 당일 먹어도 맛있지만 숙성 후 먹으면 맛이 더 좋습니다.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앞으로 토종씨앗학교를 운영하며 토종씨앗을 알리고, 수확한 작물로 맛의 기억을 찾아 나누며, 과거로부터 미래세대로 토종 종자를 이어 나갈거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됩니다.
한편 우리씨앗연구소는 2023년 ‘우리도 재배품종 발굴 및 보존 지원 촉진 사업’으로 합덕·송악·고대·석문·면천·순성·우강·신평·송산 등 9개 지역에서 토종종자 257종을 수집했는데요.
용의눈의팥, 긴자루조롱박, 흑보리, 키작은밀, 아주까리밤콩, 붉은 강낭콩, 그루팥, 종콩, 재팥, 마가목, 옛날목화 등 한 해 동안 토종종자 수집 과정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씨앗연구소가 수집한 재래품종은 성과공유회를 통해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 기탁했습니다.
김선주 소장은 "기원전 300년 전부터 재배돼 온 한국의 토종 앉은뱅이밀을 일본의 농학자 소노라가 ‘농림10호’로 개량했고 그것을 미국 농학자 노먼 블러거가 멕시코 재래종과 ‘농림10호’를 교잡 개량해 ‘소노라64호’로 멕시코에 보급했습니다. 이후 멕시코는 밀 수입국에서 밀 수출국이 됐고, 이를 도입한 수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노먼 블러거 박사는 세계적인 식량 증산에 기여해 녹색혁명을 이끈 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앉은뱅이밀의 유전자를 받은 미국 밀은 세계적 기아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1960년대 값싼 수입 밀을 들여오면서 밀 재배 농가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토종씨앗 수집·조사 과정에서 토종작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약용성분의 기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작물의 고유어, 고대어, 전통농법의 가치, 급변하던 시대에 어르신들의 살아오신 삶에 대한 지혜도 함께 알 수 있었습니다" 며
"지역에서 발굴된 씨앗을 지역 브랜드로 키워 특화된 농작물로 재배해 판매까지 하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지속가능한 먹거리 창출을 해 낼 수 있습니다. 토종씨앗이 인간, 자연, 지역, 공동체문화를 회복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엔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수집한 씨앗에 대한 선별된 전략작물로 채종포를 만들어 형태 특성 조사와 모종·씨앗 나눔을 하려고 합니다. 학교텃밭과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과 텃밭 선생님들이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토종씨앗을 알려주면 미래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만나리라 확신합니다.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타 지역과의 교류, 토종씨앗 관련한 재배법과 활용, 토종작물의 브랜드화와 꾸준한 수집 활동, 수집된 씨앗의 기탁 활동(국립백두대간 씨드볼트, 국립유전자원센터 종자은행), 채종포 조성, 토종작물에 대한 교육 등을 이어나가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