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지
ㅡ김관용.
혀의 위치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날 때 그것은 도로가 꺾이는 쪽에 있었다
마드리드로부터 직진 거리, 잠시 멈추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나의 나머지를 아주 완만한 해안이라고
소개했다 그것은 단맛이었고
피가 몰리는 곳에서도 열리지 않는 두개골이었을 것이다
표정을 기다렸으나 표정은 쉽게 배신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다음 날을 기다리던 곳에 관절이 있었다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했던 거니
관절을 어떤 불빛이라고 생각하자
하고 싶은 말들이 사라졌다
바이올린의 가장 높은 음계에서 활시위가 미끄러지듯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영혼은
누군가의 사유지가 되었다
나는 나를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다
진공에 떠 있는 육체를 생일이라 정한다
해산물이 올려 진 은빛 쟁반은 어쩐지 광고회사의 신입사원 같다
어떤 골목은 입이 찢어져라 짖어댔다
다만 위층이 그 위의 모든 층과 더불어 천정이 되었을 때
천정에서부터 침이 고인다고 느꼈을 때
움푹 파인 스푼을 핥으면
식물의 생식기 같은 게 느껴졌다
어느덧 혀는 구시가지 골목으로 흘러나와 있다
판초스 레스토랑 앞에서
그 저녁의 가로등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을 공들여 몸이 몸을 타격하는 것이다
/<시와 경계> 201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