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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안내산악회 오지 팀과 함께 '화악터널 → 실운현 → 매봉임도 → 1,158봉 → 촉대봉 → 삼거리 → 노씨터 → 화악2리 마을회관'의 12km 구간을 5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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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대봉
높이: 1,125m
위치: 경기도 가평군 북면
촉대봉 산행은 능선 산행으로 화악산의 응봉에서 뻗어 나온 줄기 위에 있다 가평에서 목동을 지나 화악골로 들어가는 길의 풍광이 아름답고 길가 개울이 맑다.
산은 대체로 토산(흙산)이나 능선엔 암릉이 조금 있고 암봉도 있어 조망이 좋다. 적설기의 능선 산행과 가을철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 한국의 산하
가평 북면 촉대봉! 화악산과는 화악천을 사이에 두고 매봉(응봉)과 능선으로 이어진 촉대봉은 2018년 2월 설 연휴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화악산에 올랐을 때[산행기] 처음 보고, 올라야 할 봉우리 중 하나로 점 찍었다. 이후 다른 산행에 바빠, 목표만 세웠지, 실행은 못 하고 있었다. 솔직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르기에는 불편한 게 사실이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서울 근교지만, 오지라 등산객에게는 인기가 없어 안내산악회가 상품으로 내놓을 거라곤 기대도 안 해, 정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오를 생각으로 대기 목록에만 넣어 놓았다. 그런데, 이미 갔던 산행지나, 다른 산행으로 휴식이 부족한 때를 제외하고는 매주 목요일 함께하는 한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이 11월 17일 촉대봉 산행 계획을 공지에 올렸다. 당연히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를 산행이라, 그걸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덕분에 버스 좌석도 로열석 중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화악산에 오른 게 벌써 5년 전이라, 당시 기억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 교통편, 코스 등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산악회 산행 코스 계획을 보고,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코스 계획에 의하면 매봉에 오른다는 내용이 없다. 그리고 매봉까지 임도로 올라가는 거로 보인다. 해서 지도 앱으로 화악산을 찾아봤다. 들머리인 실운현 높이가 900m가량이고, 매봉이 1,437m라 표고 차가 540m 정도고, 실운현에서 매봉까지 갈지자를 쓰며 임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왜 매봉을 찍지 않고, 바로 촉대봉으로 좌회전하는지 궁금했다. 12km에 5시간 30분을 책정해 시간이 부족한 걸 수도 있다. 그럼, 당일 상황을 보고, 매봉에 갔다 오기로 했다.
촉대봉 산행에 도움을 받기 위해, 2018년 2월 추석 연휴에 다녀온 화악산 앨범으로 당시를 회상하다가, 이번 산행 코스인 실운현에서 매봉, 촉대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왜 매봉에 오르지 않는지 알았다. 매봉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조무락골에서 석룡산으로 오른 후 화악산 정상으로 향하다, 군부대에 가로막혀 급경사 심설을 굴러내려 가 작전도에 도착한 후, 그 작전도로 중봉으로 올라갔다. 해서 화악산 정상의 군부대는 뇌리에 박혀 있으나, 매봉 정상도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다는 건 기억에서 사라졌다. 고로 이번 산행의 임도로 표기된 것도 정확히는 작전도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위 사진의 군부대가 있는 봉우리가 매봉(응봉)이고, 거기까지는 작전도로 오른 후 오른쪽 능선을 따라 촉대봉까지 가면 된다. 고로 5시 30분의 시간은 차고 넘친다.
산행 당일 화악산과 가깝고, 높이나 환경이 비슷한 명지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1도~0도,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다. 고로 산행에 좋은 날씨는 아니다. 그리고 기온이 조금 더 내려가면 비가 아니라 눈이 올 수도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당연히, 비나 눈에 대비해 우산, 아이젠을 가져간다. 그리고 우중 산에서 컵라면은 어울리지 않아, 비록 얼음 과자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사당역표 김밥을 사간다. 그리고 우중 또는 설중 산행 후 늦은 점심으로 산악회 계획인 송어회 또한 어울리지 않아, 300m가량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뜨거운 탕을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거기가 정육식당으로 11시부터 15시까지만 점심 메뉴를 취급한다는 정보라, 시간이 늦어 점심 메뉴가 끝났다면, 주변의 다른 식당을 찾아볼 생각이다.
목요 오지 산행 팀원 중 비 맞는 걸 싫어하는 산꾼이 많아, 비 예보면 취소자가 속출해 산행이 연기되는 일이 가끔 있다. 해서 이번에도 오후에 비 예보라 취소자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확인했다. 오지팀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산꾼 다섯이 취소했지만, 초면의 다섯이 그 자리를 메꿔, 결과적으로 만원이다.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산행 지도로 눈이 갔다. 그 지도에 의하면 출발지가 '실운현'이 아니라, ‘화악터널’ 입구다. 지도 앱의 로드뷰에서 실운현에 주차한 차를 보고, 거기까지 버스가 올라갈 거로 생각한 게 오류였다. 고로 터널 입구에서 실운현까지도 코스에 추가해야 한다. 차량이 다니는 임도로 가면, 1.4km에 20분 거리고, 실체가 불분명하나 등산로로 가면 450m에 6분 거리다. 당연히 등산로로 가야 하지만, 실제 등산로가 있는지는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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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에서 7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기상 알람이 울려 5시 15분 일어나니, 어제 과음해 속이 엄청나게 쓰린 게 이 상태로 산행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될 정도다. 어쨌든 볼일을 보며, 날씨를 확인했다. 다른 건 어제 예보와 별 차이가 없는데, 비 시작 시각이 13시에서 11시로 바뀌었다. 고로 산행 시작하고 좀, 지나 비를 맞기 시작해 끝날 때까지 비다. 어제 예보보다 비 맞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거 외에 달라진 게 없어, 그러려니 하고, 신청자 현황을 봤다. 그사이 오지 팀 정예 멤버 중 한 명이 취소했다. 24시간 내 취소라 거의 환급을 받지 못함에도 취소한 이유는 다른 산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 대부분이다.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으며, 쓰린 속을 달래고, 6시 5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6시 8분 지하철로 사당으로 향했다. 물론 삼각지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다.
6시 45분경 사당역 승차장에 도착해, 종합판매대에서 김밥 한 줄 사 배낭에 넣었다. 그 과정에서 버스에서 사용할 게 들어 있는 파우치를 꺼내 손에 들고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이 수능 날이라 그런지, 경기도 각 처로 떠나는 통근 버스를 타려는 회사원이 별로 안 보인다. 버스도 안 대만 보이고. 승객을 태우고 있는 통근버스를 지나, 우회전하자, 익숙한 산악회 버스가 보이는데, 와중에 가평 촉대산 가는 차가 가장 앞에 있어, 그 차로 가 짐칸에 배낭을 넣고, 파우치를 들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잠을 청했다. 그런데, 간밤에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숙취 때문인지 굉장히 피곤해, 눈만 감으며 바로 잠이 들 거 같은데, 속이 쓰려서 그런지,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눈을 감고 있으니, 들머리인 화악터널까지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나를 마지막으로 사당에서 타야 할 승객이 다 탄 상태라, 출발 예정인 7시 전인 6시 58분경 버스는 공영주차장을 떠나, 양재와 복정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후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리고 국도로 내려온 후 휴게소에 들렀는데, 인솔 대장이 다른 휴게소가 좋다고 해, 그 휴게소에서 나와 대장이 추천한 휴게소로 향했다. 하지만, 없다! 뭐, 2시간 30분 거리의 산행지라, 대부분 승객이 굳이 휴게소에 들를 필요가 있나 생각하던 차로, 휴게소에 들르지 않은 것에 불만은 없었다. 어쨌든 휴식 후 다시 출발 때 산행에 관한 설명을 시작하나 쉬지를 않았으니, 들머리 도착 15분 전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먼저, 본인의 착각으로 휴게소에 들르지 못한 걸 사과했다. 이후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별다른 건 없고, 다만, 임도를 따라, 공군부대가 자치하고 있는 매봉 직전까지 올라갔다가, 촉대봉으로 우회전해야 하는데, 이정표가 있는 게 아니라, '낙석 주의'라는 경고가 있는 곳, 오른쪽에 차량 안전 가드가 하나 빠진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추가로 부대가 있는 매봉까지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부대 주변의 사진을 찍는 건 말릴 수 없으나, 공개된 곳에 올려서 경찰의 수사를 받은 산꾼이 몇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끝으로 산행 후, 이 팀이 늘 그렇듯이 맛집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으로, 미리 주문해야 시간 낭비가 없다며, 주문을 받기 전 먼저, 늦은 점심을 안 먹을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해, 나를 포함 세 명이 손을 들었다. 애초 다른 식당을 찾을 예정이었고, 속이 쓰려 회를 먹을 상태가 아니었다. 어쨌든 송어회 10명, 메기매운탕 10명, 네 명은 식당에 도착해 주문하는 거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대장이 나와 다른 한 명의 별명을 부르더니, 본인을 따라와 같이 먹자고 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메기매운탕에 이름을 올리라고 했다. 조망도 없으니, 빨리 내려오면 빨리 출발한다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터널로 들어가, 9시 24분경 터널 건너편인 강원도 화천군 지역 쉼터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말을 한 번에 끝내지 못해, 들머리에 도착하는 순간, 실운현으로 올라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버스가 도착한 지점에서 바로 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건너편, 임도! 산행 전 예상했던 대로다. 급경사 등산로가 거리가 짧아 시간도 적게 걸리나, 그래봐야 임도보다 5분 정도 빠를 뿐이라며, 급경사에 자신 있는 산꾼들만 그 방향으로 가라고 권했다. 본인은 시간에 맞춰 제일 늦게 임도로 출발할 거라며, 혹시 산행 중 길이 헷갈리면 무리하게 길을 찾지 말고, 제일 뒤에서 시간에 맞춰 따라오는 본인을 기다려 같이 가자고 했다. 그리고 목요 산행이 처음인 등산객에게 본인, 즉 대장보다 늦으면, 소요 시간 내 산행을 마감할 수 없으니, 염두에 두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른 안내산악회와 달리 이 안내산악회는 10분 이상 늦는 건 기다려 주지 않는다. 대장이야 기다리고 싶겠지만, 승객이 참지 못한다. 이론상 10분도 기다리면 안 되나, 인정상 다른 승객이 10분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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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먼저, 등산 앱을 기동하고 쉼터 전망대로 가 뭐가 보이나 확인했으나, 잔뜩 낀 비구름에 보이는 게 없다. 저 비구름 아래, 화천 오지 산행의 전초 기지인 사창리가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등산 앱이 GPS를 수신했을 만한 시간이 지난 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880.1m, 비록 오르지는 못 하나,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매봉이 1,436.7m니, 이론적 표고 차는 556.6m다. 하지만, 군부대가 차지한 매봉에 갈 일이 없으니, 500m가 조금 넘을 거로 예상된다. 1,000m가 넘는 산치고는 표고 차가 얼마 안 되는 산행이다. 이후 기복은 있으나, 화악지맥을 따라 고로를 낮추는 산행이라, 반대로 올라오는 산행에 비해 쉽다. 고도를 확인하고, 아주 당연히 앞에 보이는 등산로로 설운현으로 향했다. 주위를 둘러보느라, 등산로를 선택한 산꾼 중에는 후미에서.
급경사 산기슭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설운현으로 올라가며, 가끔 숨을 돌리기 위해 뒤로 돌아, 사창리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터널이 끝나고 사창리로 내려가기 직전의 쉼터에 주차해 있는 산악회 버스가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좌로 보이는 갈림길이 설운현으로 가는 임도다. 아니, 작전도다. 그런데, 시작부터 급경사로 쉽지 않아, 급하게 가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등산로의 능선을 벗어나 마른 계곡의 너덜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 너덜이 거의 끝나는 지점은 낙엽 쌓인 암릉으로 오르는 게 쉽지 않고, 거기에 올라서자, 임도다. 도로에서 올라온 작전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등산로 주변 나뭇가지에는 화악지맥을 달린 산악회의 리본이 여기저기 달린 게 많은 산악회가 위험을 무릅쓰고 달린 흔적이 뚜렷하다.
등산로로 위로 올라가면 바로 설운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설운현을 등산로와 합류한 지점에서 작전도를 따라 더 올라가야 했다. 해서 앞선 산꾼이 작전도에 놓은 산악회 표지를 보며, 9시 41분경 작전도로 설운현으로 출발해 2분 정도 후에 굴착기가 주차해 있는 사거리 설운현에 도착했다. 왼쪽이 매봉, 오른쪽은 화야산, 직진은 화악 터널 반대편인 가평 쪽 터널 입구다. 그런데, 화천 쪽 입구만 비포장이고, 다른 세 방향은 다 시멘트 포장도로다. 사실 화악산에서 매봉 방향으로 포장도로가 올라가는 걸 봤는데, 터널 입구의 작전도는 포장도로가 아니어서, 2018년 2월 화악산행 때[산행기], 잘못 본 건지 혼란스러웠는데, 이 코스만 비포장도로였다. 어쨌든 설운현에 올라서, 고도를 확인했다. 산행 전 검토한 지도로는 해발 900m가 넘어 보였는데, 맞는지 확인 차원이다. 983.9m로 거의 해발 1,000m다. 그러면 여기까지 차를 끌로 올라오면, 400여 미터만 올라가면 된니 매봉이나 화악산이나 거저먹는 거다. 하긴 그래서, 2018년 설 연휴 화악산행 때 화악리가 아니라, 반대편인 용수동에서 산행을 시작했었다. 지도로 확인한 용수동의 해발은 300m~350m 사이다.
찍지 말라는 사진을 굳이 찍을 필요도 없지만,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어 찍을 것도 없어, 급경사의 작전도로 매봉 정상을 향해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갈 뿐이다. 와중에 임도로 시작한 일행에게 추월도 당하며! 역시 난 몸이 풀리려면 봉우리 하나는 넘어야 한다. 그렇게 올라가는데, 눈앞에 무언가 날리다. 해서 주의해서 쳐다보니, 눈이다. 정확히는 싸락눈이다. 해발 1,000m가 넘으니, 가랑비가 아니라 싸락눈이 날린다. 예상은 했지만, 조망이 꽝이라 실망했는데, 비가 아니라 눈이라 그나마 위안이 된다. 2023년 겨울 첫눈을 맞으며, 고도 매봉 정상과 가까워지고, 고도가 1,300m를 넘고부터는 '낙석 위험' 경고가 있는지 왼쪽을, 반대편에는 도로 안전 가드가 하나 빠진 곳이 있는지 주시하며 올라, 10시 21분 첫 번째 주의 문구가 있는 암벽을 발견했다. 낙석 경고가 도로표지판이라 생각했는데, 암벽에 쓴 글인 걸 보고, 약간 놀랐으나, 역시 군대답다고 생각하며, 그 반대편에서 안전 가드를 확인했다. 이 빠진 곳이 없다.
대신 거대한 뱀이 구불구불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왼쪽과 오른쪽을 주시하며 가니, 암벽에 계속해서 '낙석 주의'는 보이나, 오른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등산로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위 군부대에서 내려오는 차와 교행하기도 하며 올라, 저 앞에서 좌회전해 올라가면, 매봉 정상 즉 군부대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해서는 더욱 주의 깊게 주변을 살폈다. 매봉에서 촉대봉으로 가는 길이 없을 건 당연하고, 이 부근에 있어야 한다. 마침 왼쪽 암벽에는 '낙석 주의'가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질서 정연하게 내려오던 안전 가드 중 하나가 없다! 그리고 그 너머 나뭇가지에 달린 산악회 리본도 보인다. 해서 그냥 지나쳐 매봉을 향해 가는 일행을 불렀다. 그리고 우회전하며 바닥을 보니, 앞선 일행이 놓은 방향 표지도 있다. 들머리를 찾았으니, 고도가 얼마나 되나, 등산 앱으로 높이를 확인했다. 1,383.9m다. 이번 구간에서 제일 높은 봉인 촉대봉이 1,100여 미터에 불과하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이다.
작전도에서 벗어나,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서자, 낙엽 쌓인 급경사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경사는 완만해졌으나, 마른 풀숲의 전형적인 오지다. 물론 길도 잘 보이지 않아, 길을 찾아 몇 번 헤매기도 했다. 그러다, 어차피 화악지맥이니 능선 산행이라, 길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는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갔다. 그러는 중 간간이 날리던 싸락눈은 눈에 띄게 휘날리고, 점점 쌓이기 시작한다. 해서, 레인 커버를 꺼내 배낭에 씌웠다. 매봉 직전까지 올라오는 동안 몸이 풀려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다 보니, 앞서 일행 대부분을 추월했다. 와중에 길을 찾아 헤매는 남녀를 추월하는 순간, 여성 산꾼이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냐고 묻는다. 해서, '매봉이 1,400m가 넘고, 이번 산행의 목표 촉대봉이 1,100m에 불과해 이게 정상이다!'라고 알려주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자기는 다시 올라갈 게 걱정이었다고 한다. 산을 아는 산꾼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오지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가다가, 가끔 암봉을 우회할 때는 등산로를 무시하고 암봉을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주변이 하얗게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른다고, 싸락눈에 주변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그 싸락눈도 변해 거의 함박눈 직전의 모습이다. 싸락눈과 함박눈 중간 정도의 눈을 뭐라고 부르나? 그렇게 가며 보니, 앞의 오른쪽 나무줄기에 잔뜩 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여 가까이 가봤다. 우리의 '준.희'가 만들어 매단 '화악지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라는 격려문이다. 그리고 그 매단 줄에 각 산악회에서 리본을 달았다. 그 나무를 지나, 10분가량 가자, 앞에 암봉이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산악회 리본은 암봉 방향 나무에 하나, 우회하는 등산로로 보이는 방향의 나무에 여러 개가 달려있다.
직진과 왼쪽의 우회로를 빠르게 스캔하자, 직진은 거의 직벽의 암벽이고, 왼쪽은 쉬운 길이라, 우회할지 고민하다가, 암벽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어올랐다. 평소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암벽인데, 눈까지 내려 오르는 게 더 어렵다. 네발로 기어 암벽에 올라 정상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인솔 대장의 부탁으로 산악회 방향 표지를 놓으며 온 산꾼이 도착했다. 해서 그에게 여기는 위험하니, 좌회전하는 등산로를 가리키며 우회로로 가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그가 핸드폰을 주시하며 좌회전하는 등산로로 10여 미터를 가다가 돌아온다. 그리고 하는 말이, 내가 올라선 암봉이 촉대봉이란다. '응?' 이정표가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그리고 등산 앱도 반응이 없고. 그럼, 왼쪽의 등산로는 우회로가 아닌가? 산행 후 지도를 확인한 결과, 우회로가 아니라 춘천 쪽에서 올라오는 정규 등산로다. 고로 우회로로 생각하고 갔으면, 대형 사고를 칠 뻔했다.
어쨌든 제대로 올라온 것에 기뻐하며, 그들이 올라오는 걸 지켜보다, 방향을 틀어 어딘가에 있는 정상석을 향해 100여 미터를 가자 드디어 등산 앱이 반응한다. 촉대봉 반경 50m 내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가는데, 무슨 놈의 50m가 길어도 너무 길어, 2시 23초 만에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정상석 반대편에는 전망대가 있으나,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다. 그리고 정상석 주변에는 나에 앞선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어, 그에게 인증을 부탁할 생각 하며,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기는 사이, 그 산꾼이 떠나버렸다. 해서 배낭을 벗어 전망대 한쪽에 두고, 삼각대를 꺼내 조립하는 사이, 직전 대화를 나눴던 일행이 도착해 그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그 사이 일행이 속속 도착해, 그 좁은 정상에 예닐곱의 산꾼으로 붐벼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 바로 다음 목표인 홍적고개 갈림길로 출발했다.
강원 춘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 즉 앞에 암봉을 두고 오를까 말까, 고민했던 곳부터 비정규 탐방로가 끝나고, 정규 탐방로다. 해서 촉대봉에 정상석도 있고, 갑판 전망대도 있다. 그런데, 촉대봉에서 홍적고개 방향으로 가며 보니, 오히려 등산로 상태는 비정규 탐방로가 나아 보일 지경이다. 눈에 덮여 등산로 상태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어쨌든 앞뒤 여기저기서 미끄덩하는 소리와 비명이 들린다. 나야 늘 하던 대로, 우회로는 무시하고 직진하다가, 등산로 좌우의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했다. 조망이 없어, 주변의 모습만 기록으로 남기며 전진해, 12시 2분 홍적고개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화악2리로 하산, 좌회전이 화악지맥 홍적고개로 향한다. 2020년 1월 홍적고개부터 몽가북계를 달려[산행기], 여기서 좌회전하면 화악지맥을 연결할 수 있다. 시간도 많이 남아 여기까지 오는 동안 화악지맥을 연결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홍적고개까지 거리를 알 수 없어 포기했다.
매봉으로 올라가는 작전도에서 촉대봉으로 좌회전하는 순간 계속 하산이기는 하나, 홍적고개에서 화악2리로 내려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얼핏 확인한 갈림길의 고도가 900m가 넘었고, 화악2리는 200m가 조금 넘어, 그야말로 급경사다. 거기다. 쌓인 낙엽에 눈까지 쌓여, 그야말로 미끄럼틀이다. 오히려, 작전도로 매봉으로 향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 아이젠을 넣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깜빡한 자신의 기억력을 자탄할 지경이다. 해서 급하게 나무를 하나 주어 등산지팡이를 급조해 조심조심 내려갔다. 덕분에 남들 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멀쩡히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조심하며 앞서가는 일행을 뒤에서 쫓아가는데, 바로 앞, 산꾼이 경로를 벗어났다고 혼잣말하는 게 들렸다. 그리고, 제일 앞에 있던 남녀 중 남성은 저 앞에서 뒤로 돌아 우리를 보고 있고, 여성은 왼쪽의 능선을 정규 등산로라고 가리킨다. 말인즉 마른 계곡을 건너야 한다. 그런데,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계곡을 건너기 가장 좋은 위치라, 다들 망설이는 사이 계곡을 건너 반대편 능선으로 갔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내가 선두가 돼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는데,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12시 27분이라,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리고 그 김밥을 기록으로 남기는 순간, 고도가 낮아져, 주위에서 눈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눈이 아니라 비가 오고 있다는 것도. 뭐에 정신이 팔려 그걸 모르고 있었을까? 어쨌든 김밥을 먹으며, 내려가는데, 저 앞에 의외 것이 보인다. 이정표다! 이전 산행에서 처음 보는 이정표로, 화악리까지 남은 거리는 1.9km다. 눈이 아니라, 비라 우산을 꺼내도 괜찮을지 등산로 주변을 살펴봤으나, 숲이 너무 울창해 운산은 전진에 방해만 될 뿐이라, 비록 덥기는 하나,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로 우산을 대신하기로 하고 계속 가자, 두 번째 이정표다. 화악리까지 남은 거리는 1.4km! 10분 동안 고작 500m 왔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이정표를 지나, 20여 분을 내려가자 저 아래로 임도가 보인다. 그리고 임도로 내려가기 직전 밧줄이다. 인솔 대장이 언급한 짧은 밧줄 구간인데. 이렇게 짧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평소라면 밧줄을 무시하고 내려갔을 테지만, 비가 계속 내려 암벽이 젖어 그럴 상황이 아니라, 더워서 벗었던 장갑을 다시 끼고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그리고 임도를 건너자, 대장이 언급한 북쪽의 산에서는 흔히 보는 멧돼지 차단용 철책이다. 다른 지역과 다른 게 있다면, 자물쇠가 자동형이라 등산객이 깜빡 잊고 문을 잠그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잠길 수 있게 만들었다. 자물쇠를 열고 철책문을 열고 들어가 등산로를 따라가며, 좀 전에 가로지른 임도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임도는 둘째치고, 지금 가고 있는 정규 등산로도 지도에 없다. 오히려 비법정 전문 등산 앱 지도에는 있다.
뭐 그러려니, 하고 낙엽 쌓인 급경사 등산로를 내려가는데, 무언가 허전하다. 나무를 주워 만든 지팡이가 없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밧줄 구간에서 아래로 던지고 다시 줍는 걸 깜빡했다. 하산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제대로 작별하지 못해 섭섭하지만, 너무 많이 내려왔다. 그런데, 지금도 지팡이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다시 만들기에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무시하고 내려가다가 미끄덩해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방아 대령에서 나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2분가량 내려간 12시 52분 임도에 도착했다. 사실 등산로는 끝났다. 작은 계곡 옆으로 난 임도로 4분 정도 가자, 건물이 보인다. 마을이라 생각하고 그 입구에 돌로 만든 표지석은 마을 표지석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가서 보니, '나무아미타불'이라 한글로 적혀 있다. 대장이 버스에서 언급한 절이다. 어쨌든 문명의 세계로 들어섰다.
처음 생각은 바로 화악2리 마을 회관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산 중턱에 그럴듯한 기와집 두 채가 보인다. 당연히 한 채는 산신각일 거고, 다른 하나는 대웅전?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임도 변에 붙어 있는 절집들이 거의 비닐하우스 수준으로 허접해서다. 해서 마지막 깔딱이라 생각하며, 다시 등산하다가 문명의 이기가 있다는 걸 깨닫고 우선을 꺼내 썼다. 그리고 절집에 거의 도착해 위를 보니, 더 큰 건물에 '산신각' 현판이 있다. 그리고 처음 산신각이 생각했던 작은 건물에는 아예 현판도 없다. 어쨌든 산신각으로 가, 굳게 잠긴 문을 열고 산신에게 무사 산행을 감사하는 인사했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내부는 몇 개월 청소를 안 했는지 엉망이다. 뭐 이런 중들이 있나, 혀를 차고 옆 건물로 갔다. 역시 문을 열고 내부를 봤다. 관음보살이다. 그럼, 관음전인데, 현판조차 없다. 역시 관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본존불이라 생각돼, 신고하고 문을 다시 잘 닫은 후 떠들썩한 아래 임도 변 건물로 향했다.
왔던 길로 내려가며 보니, 당연하게도 절로 바로 가는 지름길 있다. 해서 그 지름길로 절로 가자, 오른쪽으로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이 보여 이건 뭐지? 궁금해 현판을 보니, '대웅전'이다. 응? 깜짝 놀라, 문으로 다가가 보니, 창호는 다 찢기고 문을 열 수 없도록, 철사로 꽁꽁 묶어놔, 그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봤다. 천막 같은 거로 가려놔 내부가 안 보인다. 그때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이사한 절 어쩌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이사했나? 그럼, 말이 되고, 그리고 대웅전에서 내려오며 보니, 감로수는 아주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다. 다만, 물을 떠먹을 수 있게 기둥에 걸어둔 플라스틱 바가지는 얼마나 사용을 안 했는지 여기저기 곰팡이라, 배낭 멜빵에 달린 소주잔을 꺼내 받아 마셨다. 그리고 절을 가로질러 임도로 향하다, 계속 지켜보던 중의 옆을 지나며, 대웅전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다. 폐쇄했단다. 그럼, 중이 왜 여기에? 와중에 떠들썩한 비닐하우스 내부를 힐끗 보니, 여성 다섯이 떠들면서 국수를 먹고 있다. 아마 같이 먹고 있다가 내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 나와서 감시하고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 무시하고 날머리로 향하며 보니, 작은 계곡에 그럴듯한 폭포도 보여, 동영상을 촬영했다. 어느 순간 바뀐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계속 내려가며 보니, 그것도 계곡이라고, 그 옆으로 식당에, 작은 수영장도 만들었다. 그리고 아예 지도에는 훼미리유원지로 표기되어 있다. 그 훼미리유원지 끝에서 오전에 화악터널로 올라갔던 도로와 만난다. 그리고 공식 날머리인 화악2리 마을회관으로 가려면 우회전해 올라가야 한다. 우회전하자 오른쪽 도로변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촛(촉)대봉'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유심히 코스를 확인했다. 거리를 몰라 감히 강행하지 못한 화악리 갈림길에서 홍적고개까지 3.9km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하고 좌절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갔어야 했다. 어쨌든 기회를 봐서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마을회관을 향해 계곡 상류로 올라가, 1시 24분에 도착했다.
3
1시 25분경 예닐곱의 일행이 쉬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는, 화악2리 마을회관 길 건너 버스정류장 옆 정자로 들어가, 배낭을 벗어 비에 젖은 평상에 올려놓고, 아직 젖지 않은 부분에 앉아,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등산 앱의 기록을 중단했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우산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로 옆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시간이 궁금해서다. 예상대로 버스 시간표가 있어, 다음 산행을 위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왼쪽은 가평역 출발 시각이고, 오른쪽은 종점, 즉, 여기 도착하는 시각이자, 출발하는 시각이다. 그리고 괄호의 '(목)'은 목동 터미널이다. 물론, 설명이 있는 게 아니라, 정류장에서 쉬고 있던 일행 두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이다.
이후 어디 갈 곳도 없어, 정자로 돌아왔다. 그런데, 산행 중 걸을 때와는 달리, 가만히 서 있으려니, 오한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다. 해서 대장이 버스 기사에게 출발, 한 시간 전, 즉 2시에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했으나, 십여 명이 도착해 추위에 떨고 있으니, 미리 좀 와달라고, 일행 중 한 명이 기사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5분 정도 후에 버스가 도착하고, 그 비슷한 시각에 시내버스가 도착했다. 덕분에 일이 있어 대중교통으로 먼저 가려고 했으나, 산악회 버스에 짐이 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여성 산꾼 둘이 절묘한 타이밍에 두 버스가 도착해 시내버스를 타고 가평역으로 갔다. 남은 승객은 버스의 압축 공기로 등산화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낸 후 버스에 탔다.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타 젖은 옷과 모자를 벗어, 잘 마를 수 있게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으려고 보니, 발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게, 민폐가 될 거 같아. 포기했다. 버스의 따뜻한 기운이 몸을 나른하게 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인솔 대장이 도착해 버스에 탄다. 그럼, 모든 일행이 도착했다는 얘기라. 시계를 보니, 2시 17분경으로 공식 마감인 3시보다 43분 빠른 게, 다들 기대보다 일찍 하산했다. 인원 점검이 끝나자, 화악2리 마을 회관을 떠난 버스는 2시 30분경 하산주를 곁들인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 송림송어횟잡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이 날머리 도착 직전 미리 주문했기에 모든 세팅이 끝난 식당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각자 마실 술 한 병씩 들고 주문한 메뉴에 맞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 노년의 산꾼이 많았는데, 애초 술을 못 마시는 게 아니라, 여러 지병으로 의사가 금주를 권했고, 산행도 운동하라는 의사의 권유였다.
냉장고에서 빨갱이 한 병을 꺼내 들고, 빈자리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아, 이미 충분히 끓인 메기매운탕과 밥을 안주로 한 병을 비웠다. 해장을 위해 매운탕을 주문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역시 해장술도 좋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속쓰림이 싹 사라졌다. 나는 좋아하지 않아 즐기지 않으나, 다른 사람은 반드시 하는 남은 탕에 라면을 넣고 끓여 먹는 걸 지켜보다가 동영상만 찍었다. 그리고 공식 산행 마감 시각 기준 식당에 도착할 시간인 3시 10분경 모든 음식을 싹싹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식사를 끝낸 버스 기사와, 같이 버스로 가 따뜻한 차 안에서 다른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오기를 기다렸다. 차 안이 따뜻해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승객이 다 탔는지, 3시 38분경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복정역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5시 31분경 양재역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는 거로 천고지 촉대봉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오지 팀 코스 계획대로 '화악터널 → 실운현 → 매봉임도 → 1,158봉 → 촉대봉 → 삼거리 → 노씨터 → 화악2리 마을회관'의 12.2km(램블러) 구간을 4시간 2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58분, 휴식 4분!
이번에는 폐쇄한 절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GPS가 튀는 바람에 실제 거리보다 1km가량 추가 된 거로 보인다.
예보대로 날이 흐리고 비구름이 온 산을 덮고 있었으나, 고도가 높아 비가 아닌 눈이 내려 그나마 산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건너편 화악산 전경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워, 한 번 더 올지 고민 중으로 그래서 시내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당연히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갔고, 와중에 매봉에서 촉대봉까지는 비탐 구간이라, 이정표도 없어, 촛대봉 정상도 우회할 뻔했다.
비록 고도가 낮아지며, 기온이 올라가 눈이 비로 바뀌었으나, 이번 겨울 첫눈 산행이라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