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뭄에 나무도 목 마르다
개암 김동출
오늘은 연중 제19주일. 아침 일찍 성당에 도착해 마당을 쓸다 보니, 대문 앞을 지키고 선 은행나무 아래에 어린 잎들이 노랗게 시들어 무더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을도 아닌데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빗자루질을 멈추고 생각해 보니, 아마도 지표수가 부족해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이 가지 끝의 새로 돋은 어린 잎까지 닿지 못한 탓일 것이다. 돌아보니 옆에 둥근 지붕을 이루며 서 있는 은목서와 금목서도 힘을 잃은 듯 축 늘어져 있었다.
가뭄의 무서움은 단순히 물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마당에 서 있는 나무들도 한정된 땅속에서 지표수를 더 많이 끌어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는지도 모른다. 뿌리끼리 서로 엉켜 물길을 차지하려 애쓰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결과는 잎새의 시듦과 낙엽으로 드러난다. 나무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엄마 나무가 어린 잎들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는 셈이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은행나무조차 이러하니, 다른 나무들은 이 가뭄을 얼마나 더 견디기 힘들까 싶다.
이성을 가진 인간도 가뭄이 들면 물길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곤 한다. 봇물을 지키기 위해 모내기한 논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심지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농촌에서는 드물지 않았다. 식물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힘이 약한 나무나 풀은 먼저 시들어 죽고, 강한 나무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자연이 오직 강자의 생존만으로만 유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성전의 왼쪽 돌계단을 오르다 보니 수령이 쉰 살에 가까운 은목서가 거의 고사 직전 상태였다. 잎사귀는 누렇게 말라 마치 아우성치는 듯했고, 관수하여 회생시킬 시기를 이미 놓친 듯했다. 이제는 인간의 손길로는 되살릴 방법이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예전에 농촌에서는 가뭄이 오래 가면 마을 사람들이 서낭당에 모여 기우제를 지내곤 했지만, 오늘날은 기상 레이더가 명경알같이 일기예보를 보여준다.
가뜩이나 기대했던, 최근에 생긴 제13호 태풍 ‘돌핀(Dolphin)’도 중국으로 방향을 틀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50만 명 이상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기압계 변화로 서쪽 지역은 폭염, 동쪽 지역은 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다. 그러나 우리 지역 상황과는 동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창원·부산 등 영남권은 연일 38~40℃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힘든 날씨지만, 아직까지는 식수 부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식수마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돼지·염소를 키우는 농장주들의 근심은 이미 태산 같지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있다. 고온으로 인해 모기 유충이 자라지 못해 모기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자연이 주는 작은 위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나라 안에서는 중부지역이 홍수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반면, 필자가 사는 남부지역은 한 달 가까이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오로지 창조주 하느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창조주이신 하느님!
태초에 만드신 모든 생명체들이 목말라 허덕이는 지금, 그 목을 축여 줄 한 줄기 소나기라도 내려 주소서. 먹구름을 가득 머금은 태풍이라도 보내 주소서. 그리하여 대한민국 남부지방에서 가뭄으로 애태우는 농심에 다시 밝은 미소가 피어나게 하소서. 당신의 신비를 잊고 사는 저희 모두에게 생명의 단비를 내리시어, 당신의 위대하신 사랑과 은혜를 다시금 깨닫게 하소서! 아멘.
2026-08-09
첫댓글 남부지역은 심한 가뭄인가 보군요.
한하운문학관이 있는 중부지방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아 몰랐습니다.
물부족 국가라고 경고를 하는데도 물관리에는 소흘한 것 같습니다.
산야가 70%인 우리나라는 댐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인데.......
물 저장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