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과 완생』
미생은 바둑 용어로
‘바둑판 안에서 완전히 죽지도 않았지만,
완벽히 살지도 못한 돌'을 의미하고,
완생은, '바둑판 안에서
두 집 이상이 만들어져서 완벽하게 산' 돌을 의미한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는 사는 일에 늘 서툰 우리들은 스스로를 미생이라고 칭했다.
잔인한 자조가 우리들을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그랬다면 완생은 어디 있는가?
삶은 언제나 '도중'이다.
사는 내내 우리의 삶은 도중 속에 놓여 있고,
어쩌면 죽어서까지 도중 속에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지금의 패배한 모습이 '승리를 하고 있는 도중'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죽어서도 욕먹는 일이
'더 먼 후대에 칭송받기 위한 도중' 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우리는 도중이다.
완생과 미생이라는 이분법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자.
조금의 성공에 기뻐하거나 지금의 실패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도중 속에 살고 있으니까.
“넌 어쩌면 지금 이기고 있는 도중이다”
-광수생각의 박광수 책,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中에서-
-지인이 보내 준 글에서-
미생 명대사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FO_epZR_h0w
털털털
트랙터 소리 요란하다
논밭 간다
봄을 간다
아침 여명이 좋은데 산책 생략
웬지 몸이 무겁다
일찍 아침을 지었다
어제 술만 마시고 자서인지 배가 고프다
밥 짓는 사이 동물을 챙겼다
하우스 안 병아리 한 마리가 다리를 아예 쫙 벌리고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저런이라니
며칠 전에도 큰 청계 한 마리가 다리 하나를 못쓰더니 이 녀석은 아예 일어서지 못한다
무엇에 문제가 있을까?
먹이 때문일까?
이젠 날씨도 따뜻하니까 무럭무럭 자랄건데...
좀더 지켜 보아야겠다
마당가 병아리장에 가서 물과 모이를 주는데 새끼기러기 한 마리가 뒤 울타리 철망가에 엎어져 있다
왜 그럴까하고 잡아 들어 보니
아뿔사 목주변을 뜯어 먹혀 죽어 있다
철망에 쳐 놓은 그물에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을 통해 자고 있는 새끼기러기를 잡아 당겨 뜯어 먹어버린 것같다
족제비 짓은 아닐 것같고 밤새 너구리나 오소리가 왔었나 보다
어떻게 뚫어진 구멍을 찾아 냈을까?
참으로 귀신같은 녀석이다
오늘은 철망을 다시 손보아야겠다
닭장에 닭들은 잘 있다
이 녀석들 알이나 잘 낳았으면 좋겠다
솔밭에서 쑥 한줌을 캤다
쌀뜨물에 조개 국물과 쑥을 넣어 된장국을 끓였다
갓지은 밥에 쑥국으로 한술
쑥국이 넘 맛있단다
갓 뜯어 끓인거라 향이 좋고 맛도 좋은 것같다
이리 신선한 것을 금방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시골 사는 재미 아닐까?
밥 한공기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병아리장 보수를 해야겠다
틈사이로 산짐승이 기러기를 죽였다고 하니
집사람이 양철판을 대어 막으면 괜찮지 않겠냐고
그도 좋은 생각이다
쓰다 남은 양철 조각이 많다
양철판을 가져와 알맞게 잘랐다
그라인더에 쇠 톱날을 끼워 자르는데 불꽃이 튀어 얼굴 손등이 따갑다
솜씨 없으니까 이도 잘못하겠다
대충 자른 양철판으로 병아리장 밑을 둘러 막았다
이런 것 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린다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집사람이 골프장 뒤 고사리 밭을 가 보자고
해마다 거기에서 몇주먹씩 꺾어다 먹는다
묘 주변에서 밭고사리가 나는데 작년에 묘를 이전해 주변이 고사리밭이 되었다
아직은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하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은 틀렸다
고사리가 아예 싹을 보이질 않는다
비가 한바탕 와야 고사리가 날 것같다
여긴 적어도 한두번은 우리 차지가 오리라 생각한다
집에 오니 1시가 넘었다
별로 점심 생각이 없어 막걸리 한잔 하겠다니 아따 프라자 간다면서 웬 술이냐고
그래 운전하려면 참아야겠다
식빵 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잠깐 누워있다가 황룡농협 프라자에 가자고
고추밭 갈려면 살충 살균제와 몇가지 농약을 사와야겠다
갈기 전에 미리 약을 뿌려야한다
가는 길에 걷어 놓은 비닐과 퇴비 포대를 북이면 비닐 하치장에 가져다 놓았다
북이면에선 이달 17일까지 밭에 쓰던 비닐을 수거한다
황룡프라자에 가니 농약을 대대적으로 세일
큰 농사 짓는 사람은 이럴 때 사다 놓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나 난 고추농사를 얼마 짓지 않으니 필요하면 그때그때 사다 쓰는 것이 낫다
살충살균제와 제초제 닭 전기 후기와 개 사료를 샀다
병아리때는 후기사료 까지 먹이는게 좋다
중닭이 돼버리면 싸래기와 미강 풀등을 먹이면 고기맛이 훨 좋아진다
먼저 태어난 병아리는 이번까지만 후기 사료를 먹여야겠다
읍내 엘지전자 프라자에 들러 믹서기와 3구짜리 콘센트를 샀다
믹서기가 고장 나 새로 하나 구입하는게 좋다고
집사람이 이번 농어민 수당 받은걸로 구입한다
한가지라도 몫지게 썼단다
그래 그런 위안하는 맛으로 사는거지
박산 마을 앞 천변에 수양벚꽃이 참 예쁘게 만발
집사람이 사진 한 컷 찍고 싶다고
수양 벚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잠깐 차 멈추고 수양 벚꽃 아래서 포즈
강물과 잘 어우러진다
언제 이곳 팔각정에서 점심 먹으면서 즐겨 보자 했다
어느새 4시가 다 되간다
오늘은 바둑 모임
사 온 물건들을 대충 정리해 놓고 바둑 휴게소로
이미 재봉동생과 전총무 김사장이 나와 바둑을 두고 있다
김사범님이 오시길래 한수 두자고
요즘 김사범님을 이긴 적이 없다
분명 내 바둑이 더 좋건만 묘하게 끌려 다니다 져버린다
이번만은 그렇게 두지 않아야겠다며 한수
돌갈라 내가 흑
초반 포석에서 우세를 잡아 중반 들어가기 전에 백 대마 하나를 잡아 버려 질 수 없는 형국
보통 이 정도면 바둑돌을 걷는데 아마 바둑에선 언제 실수가 나올지 모르니 끝까지 둔다
여기저기 끊고 끊고 하다가 그만 축을 잘못 읽어 백이 많이 따라 붙었다
그래도 흑이 우세
마무리 지으면 될건데 백의 깔짝이는 수를 받아 주다 어? 역으로 초반에 잡은 백을 살려주며 내 흑이 죽어 버렸다
매번 이런 수에 당하다니
어쨌든 상대가 포기를 안하면 끝까지 수를 읽어내야하는데 그걸 못한다
이긴 바둑을 역전당할 때 자책감이 많이 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왜 이리 어렵나?
이번엔 편바둑으로 김사장과 두었다
김사장은 내가 볼 땐 아주 쉬운 바둑
슬슬 몰아가다 보면 절로 죽는다
중반들어 백의 곤마가 몰리며 흑의 우세
이판 사판으로 여기 저기 찔러 들어 온다
그러다 그만 패를 만들어 주어 버렸다
조금만 더 수를 읽었드라면 패가 날 수 없었는데...
수 읽기가 아직도 엉터리
서로 팻감 공방
판단 미스로 팻감도 아닌 것을 쓰다 오히려 흑이 죽어 버려 투석
누구든 볼 수 있는 팻감을 생각지도 않고 써 버렸다
오늘 바둑은 왜 이러지
김사범님하고도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제 중반전
다시 한판 더 두어 보자고
이 판은 초반에 대마를 잡아버렸다
나 같으면 투석할건데 여기저기 찔러 본다
이까짓 수는 간단하지 하며 덜컥 둔게 화근
한번더 수를 읽어 보아야하는데...
넘 빨리 두는게 문제인 것같다
역으로 내 돌이 다시 잡혀 버려 도중에 투석
남들은 불리한 바둑도 역전으로 이끌어 내던데 난 미끌리면 헤어날 줄 모른다
바둑 참 어렵다
아니 인생살이가 어렵다
모두 저녁식사나 하자고
호용동생 식당에 가서 곰탕에 막걸리 한잔
수담도 즐겁지만 주담도 못지 않게 즐겁다
이 맛으로 바둑두러 나오는지 모르겠다
편바둑 한판 더 하잔다
이번에도 김사장과
조사장이 들렀다
모두들 반갑게 맞이한다
바둑 한판 두라고 하니 술이나 한잔하고 싶어 나왔단다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
어떻게 마음이 좀 풀어졌나?
그럼 이 판 끝나고 술한잔 하자며 기다리라고
이 판에도 초반에 백대마를 하나 잡았다
이러면 질 수 없는 바둑인데
끝내기 들어 백의 응수 타진을 잘못 받아 흑대마가 몰살
무슨 바둑을 이리 두나
옆에서 보던 권이장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둔단다
그래 나도 우세한 바둑을 깔짝이는 수를 제대로 받지 못해 당하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형세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오늘은 바둑이 안되는 날인가 보다
조사장이 가 버렸다
전화해 보니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다음에 술 한잔 하잔다
모처럼 나왔는데 같이 한잔 할 것을...
바둑을 더 이상 두는 건 무리
먼저 들어가겠다고
안되는 걸 억지로 둘 필요 없겠지
밖에 나오니 반달이 떴다
달빛에 별은 많이 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이런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것도 시골의 즐거움이리라
대충 하루 일과 정리하고 잠자리로
잠이나 푹 자야겠다
샛별이 떴다
기온도 포근
님이여!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네요
오늘은 토요 휴무일
봄꽃 찾아 즐거운 나들이로 힐링하는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