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미국 유타주 출신 발명가인 톰 딕슨은 1995년 가정용 믹서를 제작했다. 이 제품을 팔기 위해
1999년에는 블렌텍(Blendtec)이라는 회사까지 창업했다.
하지만 제품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품질이 괜찮은데도 입소문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갑자기 엄청난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을 쳤다. 똑같은 제품이 왜 11년 만에야 히트를 쳤을까.
#Q2. 평범한 시리얼인 치리오스와 놀이공원인 디즈니월드. 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입소문을 탈까. 당연히 후자가 정답일 것
같다. 치리오스는 전형적인 아침 식사 대용품이지만, 디즈니월드는 흥미로운 놀이거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나 버거 미국 와튼 스쿨 교수는
"치리오스가 답"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시리얼이 온 세상 어린이들이 선망하는 디즈니월드보다 훨씬 더 입소문을 타는 까닭은 무엇일까.
딕슨의 믹서는 애당초 평범한 제품이었다. 11년이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못 받았다는 게 증거다. 치리오스는 아예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두 제품은 엄청난 입소문을 타고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그저 운이 좋아서일까. 조나 버거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니다"고 단언했다. "입소문은 운이 아니에요. 과학입니다.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버거
교수의 말이 맞다면 지금 당장 우리 제품을 입소문 낼 방법을 만들 수 있을까. 그의 답은 놀랍게도 `예스`다. "아무리 평범하고 지루한
제품ㆍ아이디어라고 해도 마치 전염병처럼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전파시킬 방법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단서가 붙어 있다. "제가 말하는 6가지
원칙 즉, STEPPS를 따라야 한다"는 게 버거 교수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딕슨의 믹서는 어떻게 입소문이 난 것일까.
2011년 딕슨이 단돈 50달러로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이 계기였다. `이게 갈릴까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딕슨은 대리석 구슬 50개를 믹서에
넣는다. 믹서를 돌린 결과는 놀라웠다. 대리석들이 전부 가루로 갈려 나온 것. 순식간에 딕슨의 믹서는 `극강의 믹서`라는 입소문을 탔다.
매경 MBA팀은 믹서부터 시작해 STEPPS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 나갔다. 다음은 버거 교수와의 일문일답.
-딕슨의 믹서는 왜 입소문을 탔나.
▶제품에 내재된 특별한 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딕슨은 자신의
믹서가 대리석을 몇 초 만에 가루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장 지루한 제품인 믹서에서 `특별한 점`을 찾아낸 것이다. 덕분에 매출이
700%나 급증했다. 아무리 평범한 제품에도 특별한 점은 내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평범한 제품도 특별한 점을 찾아내 부각하면 특별한
제품이 되고 입소문을 타게 된다는 뜻이다. 화장실 휴지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버거 교수는 말한다.)
-STEPPS의 첫 S는 사회적 화폐(Social Currency)다. 제품의 특별한 점과 어떤 관계인가.
▶사람들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이유도 똑같다. 똑똑하고 시대에 앞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입소문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화폐`다.(남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차를 사는 사람은 실물 화폐인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를 통해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은 `입소문`이라는 사회적 화폐를 지불한다.)
제품의 특별한 점을 찾아내 입소문을 내는 것은 사회적
화폐의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제품에서 특별한 점을 찾아내 전파한다. 덕분에 딕슨의 믹서가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실제로 소비자들은 제품에서 남이 모르는 특별한 기능을 찾아내면 얘기하고 싶어 안달이다. 페이스북 등에는 이런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치리오스의 사례는 당신의 주장과 모순된다. 디즈니월드보다 특별한 점이 적지만 입소문에서
앞섰다.
▶STEPPS의 T, 즉 방아쇠(Trigger) 효과 때문이다.(방아쇠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뜻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 축구대회 때가 되면 사람들은 맥주와 통닭을 떠올린다.) 수 만명의 미국인들이 아침으로 치리오스를 먹는다.
그래서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치리오스를 떠올리고 이야기하게 된다. 트위터에서 치리오스에 대한 언급은 오전 7시 30분~8시에 정점에 이른다.
덕분에 디즈니월드보다 입소문을 훨씬 더 많이 타게 됐다.
13세 소녀 레베카 블랙은 2011년 `금요일`이라는 노래로 가수로 데뷔했다. 4000달러를 들여 만든 이
노래의 가사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역대 최악의 노래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입소문은 엄청났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의 클릭 수만
3억회를 넘었다. 가사에서 계속 반복되는 `금요일`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금요일이면 블랙의 노래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입소문을 냈다.
실제 금요일이 노래 `금요일`을 연상시키는 심리적 방아쇠 구실을 한 것이다.
-방아쇠 효과와 사회적 화폐는 입소문을
촉진한다. 그러나 메커니즘은 달라 보인다. 블랙의 노래는 유치하다. 당연히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사회적 화폐` 효과는 없지 않나.
▶옳은 얘기다. 록 밴드에 비유해 보겠다. 사회적 화폐는 밴드의 전면에 나선 사람이다. 반면 방아쇠는 밴드 뒤편의 드러머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섹시하다. (디즈니월드가 치리오스보다 훨씬 특별해 보이듯이)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드러머가
밴드에서 중요하듯이 방아쇠는 사회적 화폐만큼 중요하다.
사회적 화폐는 지금 당장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게 하는 효과는 뛰어나다(예를
들어 한국 어린이가 디즈니월드를 다녀왔다고 해보자. 그는 친구들에게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 한동안 디즈니월드를 자랑하며 입소문을 낼 것이다.
그러나 몇 달씩 계속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입소문을 내는 효과는 방아쇠 쪽에 있다. 매일 아침은 사람들이 치리오스를
떠올리게 하는 방아쇠가 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디즈니월드보다 치리오스를 더 많이 이야기한다.
-STEPPS의 셋째 요소 E는
감정(Emotion)이다. 입소문과의 관계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공유할 때 감정은 엄청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더
많이 마음을 쓸수록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감정이 입소문을 촉진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심리적으로 각성시켜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감정이야말로
정보 공유를 촉진한다. 긍정적 감정으로는 경외감ㆍ흥분ㆍ유머, 부정적 감정으로는 분노ㆍ불안 등이 그런 감정이다(할리우드 음악인 데이브 캐럴의
유튜브 동영상 `유나이티드가 내 기타를 망가뜨렸어`는 감정이 어떻게 행동과 입소문을 유발하는지 보여준다. 2009년 캐럴이 시카고에서 유나이티드
항공을 탔을 때였다. 짐꾼이 그의 기타를 함부로 내던져 완전히 망가뜨렸다. 캐럴은 항공사에 배상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 캐럴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것. 이 동영상은 나흘 만에 조회 수가 130만회를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입소문을 탔다. 항공사의 무책임한 서비스에 미국 소비자들이 함께 분노해 입소문을 낸 것이다),
-경외감이 입소문을 촉진하는 사례로
당신은 과학 기사를 든다. 재미도 없고, 유용하지도 않을 과학 기사가 입소문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뉴욕타임스는 독자들이 남들과 공유를
많이 하는 기사순으로 랭킹을 제공한다. 버거 교수에 따르면 과학 기사는 정치ㆍ비즈니스ㆍ패션 기사보다 랭킹이 높다).
▶과학 기사를
읽는 독자는 놀라운 발견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타인과 기사를 공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슴의 시력을 다룬 과학 기사(사슴은 멀리서도
사물의 움직임을 매우 예민하게 포착하는 놀라운 시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를 읽게 되면 뜻밖의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런 놀라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불안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각성시켜 입소문을 일으킨다는 것은
뜻밖이다.
▶경기 침체로 당신 회사가 정리해고 대상을 추리고 있다고 해보자. 이런 불안한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회사에
퍼지게 된다. 당신도 해고 통보 이메일을 받을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회사로부터 메일을 받은 순간, 당신은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신경은
예민해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불안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각성시켜 정보를 공유하게 만든다.
반면 슬픔ㆍ만족감 등의
감정은 각성 작용이 별로 없다(버거 교수에 따르면 BMW의 2001년 `더 하이어` 광고 캠페인은 불안을 마케팅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자들은 유괴ㆍ약탈 등의 장면이 나오는 더 하이어를 보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더 하이어는 입소문을 타고 넉 달 만에
동영상 조회 수가 1100만건을 넘었다. 같은 기간 BMW의 매출은 12% 증가했다).
-STEPPS의 넷째 요소 P는 대중성(Public)이다. 더 많은 사람의 눈에 쉽게 띄는
아이디어ㆍ제품일수록 더 쉽게 입소문을 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달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방지 캠페인 광고의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밥 호닉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수천 명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약 방지 캠페인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약 사용을 늘렸다(마약 방지 광고를 본 12.5~18세 청소년들은 오히려 마리화나 사용을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그 이유는 STEPPS의
넷째 요소 대중성 때문이다. 마약 광고 때문에 마약은 대중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더욱 쉽게 눈에 띄게 된 것이다. 마약 광고를 본 청소년들은
`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구나. 그게 그렇게 이상한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마약에 대해 더
쉽게 이야기하게 되고 마약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STEPPS의 다섯째 요소 P는 실제적 가치(Practical Value)를
뜻한다. 실제적 가치가 높은 제품일수록 입소문을 많이 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앞서 (실제적 가치와 별로 관련 없는) 감정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정보의 내용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버거 교수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회사인 그루폰ㆍ소셜리빙 등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것도 실제적 가치가 높아서다. 이들 회사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STEPPS의 마지막 요소 S, 즉
스토리(Story)에 대한 질문이다. 당신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훌륭한 스토리에 제품과 아이디어를 담으라고 권한다.
▶트로이의 목마는 수천 년간 입소문을 타고 전승된 이야기다. 이런 스토리를 만들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당신의
제품ㆍ아이디어에 대한 세세한 내용까지 스토리에 통합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의 제품ㆍ아이디어를 얘기하지 않고는 해당 스토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을 정도로 스토리와 일체가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질문에서 빠뜨린 중요한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오프라인으로 전해지는 입소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입소문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겨우 7%다. 소셜 미디어가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화와 정보의 공유는 얼굴을 맞대고 이뤄진다.
■
"그 와인 악취난다" 악평의 결과는
무명제품 인지도 높여 매출액은 되레 늘어나 2006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된 한 와인을 두고 유명한
평론가가 "악취가 코를 찌른다"는 혹평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와인 매출은 오히려 5% 증가했다.
덤벨의 일종인 `셰이크
웨이트`는 한 언론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운동기구"라는 평가를 받고 난 뒤 매출이 증가해 5000만달러어치나 팔렸다.
이처럼 때때로
혹평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나 버거 와튼스쿨 교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는 혹평이 매출에 도움이 된다"며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버거 교수는 2001~2003년 뉴욕타임스에 리뷰 기사가 실린 픽션 250편을 분석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픽션은
악평의 리뷰 기사가 실린 이후 평균 45%나 책 매출이 신장했다. "캐릭터가 전혀 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한 픽션은 판매가 무려 4배나
뛰었다. 반면 기성 작가들의 픽션은 악평을 받은 이후 평균 15%나 매출이 줄어들었다.
시간 역시 무명 작가의 편이었다. 혹평의
악영향이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명 작가는 시간이 흘러도 혹평으로부터 회복하기 어려웠다.
버거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악평이 매출을 신장시키는 이유`라는 글에서 "악평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며 "작거나 무명의 브랜드는 오히려 악평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버거 교수는 "반대로 자동차 회사 등 기성 브랜드들은 나쁜
여론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Who he is…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다.
아이디어와
제품이 어떻게 입소문을 타는지에 대해 10여 년간 연구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수차례 발표했다. 그가 연구 결과를 정리해 올해 초에 펴낸 책
`전염(Contagious)`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꼽혔다. 책 내용은 그의 웹사이트(www.jonahberger.com)에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