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요!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오늘 비가 온다니 할배요! 우리 내편 네 편 그딴 것 집어치우고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정지에 들어가 정구지 어제 뒷밭에서 뜯어 놓은 것 버무려 넣고 된장 꼬이장 쪼깨 넣어 소도방 뒤집어 놓고 불이 좀 달 그들랑 돼지 비게 쓱쓱 발라 지글지글 소리 날 때 반죽 해 놓은 것 동그랗게 부어 깔면 지글지글 익는 소리에 고소한 맛이 막 달려와 내 지금 할배를 부릅니더. 베란다 창너머 하늘을 보니 꾸물꾸물한 하늘이 어쩌면 그렇게 먹고살기 바쁘다고 고향 생각도 안 나느냐고 묻습니다. 감성에 젖은 노년의 마음엔 어느새 철부지 되어 어머니 곁으로 달려갑니다. 내 어릴 때 그땐 배부르게 먹을 음식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갱변에 가서 홀랑 벗고 순식이랑 몽말하고 오면 어머닌 소도방 엎어놓고 배추 적쪼가리를 붙여놓았습니다. 배추 적쪼가리 장물에 쿡 찍어 먹을 때 어머닌 야 이 놈아 장물을 그렇게 마이 찍어 먹으면 짜구와서 우째 먹노 이 녀석아. 그래도 배고팠던 동심엔 그 맛이 최고였습니다. 그때 제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다 보셨던 갈매기 양반은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제가 군대 갈 때 북 치고 장구 치며 배추 전에 막걸리 받아 놓고 불러주셨던 첫사랑 마도로스. 삶의 애환을 노래에 실어 주전자 뚜껑 두드릴 때 저는 젊은 혈기에 바짓가랑이 걷어 올리고 개다리 춤을 추었습니다. 군대 가는 게 주첨거렸던 시절 괜찮아 다 거쳐야 하는 인생길 과정이라면서 등 두려 주셨던 그 모습 떠올라 할배요! 그리운 할배요 우리 막걸리 한잔 합시대이라고 글 제를 붙였습니다.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하며 있는 것 없는 것 나누고 살았지만, 생과 사가 갈리니 그리움만 가득합니다. 이렇듯 내편 네 편 지지고 볶아봐도 이 땅에 같이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기고 지고 미워하고 조롱하다 약 오르면 욕지 꺼릴 내뱉고 돌아서서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갈라서 본들 씰데없는 지껄입니다. 가만 생각해 봐요. 비슷비슷하게 생기고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가면서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지 말고 하다못해 손바닥이라도 두드려 주면 얼마나 좋겠소. 가마이 있으면 좋을낀데, 너도 잘났다 나도 잘났다 하도 지랄들 하니 내 참말로 미깔시루와 참으려다 한 말하고 말았소. 회초리로 때리면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은 잡혀가니 늙은 투정을 탁배기 잔에 띄워서 할배를 불러본답니다. 인생 살아보니 갱변에서 고추 내놓고 몽말하다 뛰어들면 배추 부친게 붙여 놓고 기다려 주셨던 어머니의 모습 볼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말나 온 김에 오늘은 날도 꿀무리하고 배추 전에 막걸리 한잔이 딱 인 것 같습니다. 봄비 추적거릴 때 기분 꿀꿀하시면 인생길 마음 내주어도 탈 없는 사람 불러 도토리 키재기 하지 마시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당신이 옳소. 당신이 옳을 때 내가 사랑하고 따를 것이니 내가 나설 때 날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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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요! 막걸리 한 잔 합시다.
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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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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