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선수의 오만은 부인 탓
[취재비화]
차범근과 오은미의 두꺼운 낮짝
이의재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심의위원, 스포츠서울 국장)
그런 3류 선수와는 사진 찍을 수 없어요
전 경향신문사 사장이었던 장명석씨가 파리주재 특파원으로 활약하던 때의 얘기다. 1980년 언론사 통폐합으로 경향신문과 MBC가 같은 계열회사로 묶이면서 장 특파원은 MBC 파리 특파원까지 겸하게 됐다.
이때 KBS에서는 차범근 선수가 서독 프로축구 다름슈타트 팀에서 연습 경기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KBS와 경쟁관계에 있던 MBC 측에서도 차범근에 관한 화제기사를 기획한 끝에 마침 네덜란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허정무 선수와 차범근 선수가 함께 뛰는 장면을 촬영해서 방영키로 했다.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필립스SV에 스카웃 된 허정무 선수 역시 차범근 선수와 맞먹는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본사로부터 취재 지시를 받은 장명석 특파원은 먼저 차범근 선수에게 연락해서 허정무 선수와 함께 뛰는 모습을 촬영해도 좋다는 약속을 받았다.
다음에는 허정무 선수에게 연락해서 역시 “좋습니다”라는 약속을 받았다. 만나는 장소는 프랑크푸르트 팀의 홈그라운드인 발트 스타디움이었다. 허정무 선수가 후배니까 조금 어렵더라도 서독까지 와주는 게 좋겠다고 했으며 허정무 선수는 그것도 쾌히 받아드렸다.
장 특파원은 파리에 있는 TV 방송사에 가서 촬영에 필요한 모든 기구와 장비 그리고 촬영기사를 비롯한 전문기술자들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많은 돈이 들었으나 차범근, 허정무 두 스타플레이어가 한국을 대표해서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 진출해 있는 모습을 국내 축구팬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장 특파원은 프랑스의 TV 카메라맨을 비롯한 많은 스탭들과 함께 발트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조금 뒤에 허정무 선수가 도착했다. 그때 허정무 선수의 부인 최미나 씨는 임신 중이었으며 해산을 며칠 앞둔 만삭이었다. 또한 허정무 선수는 네덜란드에서 국경을 넘어 서독의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것이 초행이었다.
만삭이 된 부인을 옆에 태우고 지도를 보며 가면서 어렵게 발트 스타디움에 도착했는데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차범근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장 특파원이 차범근 선수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부인 오은미씨가 받았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왜 아직 안 오는 거지요?”라고 물었더니 부인 오은미씨 하는 말이 “우린 그런 3류 선수와 함께 사진 찍을 수 없어요”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럼 처음에 약속은 왜 했습니까?” “어쨌든 우리 남편은 그런 3류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니까요” 오은미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장 특파원을 통해 그 말을 전해들은 허정무 선수의 얼굴은 당장 시뻘겋게 상기됐으며 장 특파원은 수화기를 내동댕이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