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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어지러워.. 물 줘...물"
"야 여기"
"으응,고마워 김윤성"
목이 타는 갈증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
"푸우웁-"
"에잇, 드러. 뭐 기지배가 아침부터 진상이냐"
"뭐...뭐..뭐야, 너 뭐야!"
마시던 물을 뱉어내고 주위를 돌아봤다.
우리집이 아니다. 뭐지? 내가 왜 여기있지? 아 뭐야!
이민영 기억을 해라, 해! 으엉 뭐야 이민영! 왜 눈앞에 김윤성이 있는거냐구!
"아휴, 밥이나 먹어라"
"너...너네집인거야?"
"그럼 니네집으로 보이냐?"
"그니까.. 왜 내가 여기있을까?"
"어제...기억안나?............하..그럼그렇지...내가 알아, 니가 알아. 가서 세수나해.. 추하다.."
아직도 기억의 파편이 맞추어지지않는다.
그나저나 김윤성이랑 뭔일있었나? 쟨 또 왜 표정이 저래.
그럼그렇지라고 말하는 모습이..뭔가 슬펐다. 뭐냐구!
.
.
.
한참동안 이어지던 키스로 숨이 아득해지려할때쯤 민영이는 내게 안겼다.
오히려, 내가 민영이의 향기가 고파 더 민영이에게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향기였으니까... 내게 안겨 자는 민영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이럼 안돼, 김윤성. 반칙이야.. 이러지않기로했잖아..."
민영이의 머릿결을 넘겨주려던 손을 제지하고 이민영을 다시한번 흔들어깨웠다
"야.. 비밀번호 뭐야"
"윤성아...... 너를 정말 좋아했어.. 정말"
다시한번 심장이 아렸다.
"뭐라는거야. 비밀번호가 뭐냬도"
"김윤성... 내가 결혼하자고했잖아.. 결혼하기로했잖아.."
"비밀번호.."
"갑자기.. 왜 변한거야.."
"변한게 아니야.... 보내준거지...."
"뭐라는거야아아"
"난 그 때... 초라했으니까.. 예전에도.. 지금도.."
"웅오오옹 뭐라는거야아아아"
반쯤 감긴 두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하는 민영이를 보며 나도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너한테"
떳떳해질게
.
.
.
"으아아아악!"
이...이게 내얼굴이란말이야?
마스카라는 다 번져있고, 눈은 팬더에다가.. 입술은 얼룩덜룩.. 못살아. 이민영
이민영!!!!!!! 아니 이채영은 어떻게 된거야! 망할기지배!
빠르게 세수를 하고 나와 눈치를 보다가 식탁에 앉았다.
김윤성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인상을 쓴 채 국을 담아내고있었다.
"채..채영이가 호출한거야?"
"아니 너가"
"뭐..뭐라구?"
"너가 호출했어. 괜히 기억안나는거 끄집어내필요없어. 별일없었으니까"
"그..그렇지? 나도 알아! 다 기억한다구!"
"그러시겠지. 얼른 밥이나 먹고가. 나 약속있어"
"어..어"
엄청난 침묵속에 밥을 먹었다.
해장하라고 계란국을 끓여준 김윤성에게 고맙다는 말은 커녕..
밥이 콧구멍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구분도 하지 못한채 부리나케 먹고 그 집을 나왔다.
.
.
"야 이기지배야, 어떻게 날 버려?"
"버리긴! 니가 김윤성 안부르면 집안간다고해서 그런거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어제 김윤성한테 끼부리고 난리도 아니였어. 흐아암- 야 나 졸리거든? 그만 끊자?"
"야! 야! 이 매정한 가스나야!!!!!!!!"
채영이와 통화를 끝내고 기억의 파편을 맞추어대기시작했다.
그럼 뭐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걸!!!! 백퍼센트 무슨일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김윤성이 그렇게 차가울리가 없다... 왜지? 뭐지?
.
.
.
"아, 김윤성감독님 여기에요!"
아침부터 이민영때문에 기분이 좋지않았다.
기억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기억을 못하니... 괜스레 짜증이 났다.
그것도 그런데, 이 버터자식을 만나야한다니
"서원준씨죠, 많이 들었습니다. 김윤성입니다."
"이야, 저에 대해 많이 들어셨다니 영광이네요, 뭐 잘생겼다는 그런건가봐요, 으하하하"
뭐지. 이 강력한 캐릭터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
물론 이민영과 데이트를 해서만은 아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을걸 봤는지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서원준이었다.
"그나저나, 감독님의 연출이 주로 주말극이라"
"그래서요?"
"제가 밝은 분위기를 원하는데, 주말극들이 대부분 치정이라"
"그래서요?"
"아니 뭐.. 연출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뭐"
'삼류주제에'
묘하게 민영이의 말과 오버랩되며 거슬렸다.
그리고 속에 담고있던 말이 터져나와버렸다.
"근데말입니다. 서원준씨"
"네?"
"연출은 작가와 감독이 만나서 하는일이지, 음악연출가까지 연출을 이래라 저래라 할 부분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아.."
"미국에서 잘 나가시는 분이고, 음악연출에 뼈대있는 건 알겠는데. 감내놓아라, 이럴 자리가 안되신단거죠."
"아니 그게, 제말씀을 오해하신것 같은데 저..그게 아니라 곡을 쓰는데 곡이 안써져서 방향을.."
"오해고 뭐고, 음악연출은 작가랑 알아서하세요. 그리고 이런건 조연출한테 먼저 컨택하고 올라오는거에요. 미국에서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여긴 한국이고. 음악연출가로써만 조.언 해주시죠"
그리고 자리를 일어나버렸다.
옹졸했다. 별거아닌말일수도 있었다. 단순한 걱정이였을수도 있다. 그러나 자격지심이였다.
음악연출가따위가..라고 생각해버린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나 김윤성은, 오늘도 옹졸해져버렸다.
.
.
.
김윤성과는 여전히 어색하다.
오늘은 배우와 컨택하는 날이다. 드라마의 배우를 물색하는 중인데, 의견차가 좁혀지질않는다.
신선한 배우로 가고싶어하는 윤성과 안전함을 추구하는 나 사이에 갈등이 너무나도 깊었다.
"아니, 안전한게 어때서!"
"이번 드라마는 풋풋한 첫사랑을 표현하는 드라마야, 너무 익숙한 배우가 나오면 그 풋풋함이 나오겠어?"
"풋풋한건 이미 인기있는 친구들도 가능해"
"그래서 남자배우를 인기배우로 하자고 했잖아, 그 박승혁인가 그 배우로. 근데 여자배우는 신인이 나아"
"그러다가 위험부담은 어떻게 감수할건데"
"위험부담따윈없어, 너 항상 그렇게 배우한테 의존한거아니였잖아!"
"물론!"
"박승혁 키워낸거 너였어. 근데 왜 그러는데?"
물론 신인배우를 써도 상관은 없다. 내 드라마는 늘 도전의 연속이였으니까..
시청률도 부진한 월화드라마였고, 무엇보다도.. 김윤성과 함께 하는 드라마가 망하질않길 바랬다.
"시청률때문에 부담되는거 알아, 근데 작품이 먼저여야해. 시청률? 나도 나오고싶지. 근데 작품성이 먼저여야 시청률이 따라와"
김윤성의 진지하고도 빛나는 눈빛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대사에 한번 더 놀랐다. 저 말은.. 내가 김윤성과 첫 연극을 할 때 내가 한 말이였으니까..
"그래...그렇게하자"
그렇게 여자 신인배우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여자 신인배우가... 내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될줄은 몰랐다.
.
.
"권수지라고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권수지양. 단막극들을 많이 출연했네요."
"네 연기내공을 쌓기 위해서 단막극들부터 작은 역할까지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아. 네.."
권수지라는 신인 여배우를 추천받아서 만났다.
얼굴은 이쁘장하게 생겼는데, 이 여배우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줘야할지 대본이 쓰이질않았다.
"드라마 시놉은 봤어요?"
"네. 아영이의 풋풋함에 반했다고할까요?"
"아..예"
형식적이긴
"그 아영이가 수원이에게 반하는 장면말이에요. 그 장면이 좋았어요"
"예?"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아, 수원이 네가 너무 좋아져버렸어.."
순식간에 연기를 하는 권수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영이를 발견했다.
내 드라마속 아영이가.. 현실하되어있었다.
그제서야 내 대본의 필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서 미소가 번지기시작했을무렵
"연기 잘하네요"
"앗, 감독님"
"늦었죠? 이작가랑 많은 얘기 나눴을거라 생각해요"
"아하하. 넹.."
"신인치고 잔뼈가 굵더라구요. 난 그런 친구들이 참 좋아요"
"그...그러세요?"
순간 나는 목격을 했다.
아영이의 모습을.. 권수지란 여배우에게서..
아영이가 수원이를 보는 장면이.. 권수지가 김윤성을 보는 장면과... 매우 닮아보였기때문이다.
수줍어하는 모습 마저도.. 뭐지? 왜 나 심장이... 아프지?
"이작가, 그래서 대본콘티가 좀 나올것같아요?"
"아..네.. 연기를..잘...하는 친구더라구요"
"다행이네요. 그럼 첫 대본리딩 다음주 화요일로 잡으면 되겠네요."
"네.. 그전에 5회까지는 대본 보내드릴게요"
"지금 7회쓰시죠? 저한테 내일 보내주세요. 파일로 재미있는 부분 없는 부분 체크해드릴게요"
"아..네"
권수지한텐 웃어줘놓고선..나한텐.. 희미한 미소하나 없었다.
사무적인 말투, 술 취해서 기억을 못한 그 날 이후.. 김윤성은 내게 너무나도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기보단...전부터 남남이였던것처럼..
"김윤성, 너 그날 우리 무슨일 있었지?"
"뭔소리야"
"근데 왜 그렇게 차가운건데 나한테?"
"일에 사적인 관계를 섞는게 더 이상한거아닌가?"
"아니, 그건 그렇지만.."
"4회 중간부분 대본 마음에 안들어. 너무 인위적이야 싱그러움이. 고쳐서 내일까지 보내"
"너 정말!"
"그리고, 방송국에서는 존칭부탁드립니다. 이작가님"
사무실에서 나와 쏘아붙인것도 민망하게 김윤성은 그렇게 가버렸다.
너는 그게 되냐.. 공적, 사적... 구분이 되나봐.. 김윤성
.
.
.
"망할, 망할, 망할"
역시 같이 작업을 하는게 아니였다.
그래선 안돼, 안되하지만... 그냥 민영이가 어색해져버렸고, 보면 화가났다.
물론 괜찮았었다.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네 이작가님"
서원준에게서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서원준에게 이민영의 전화가 걸려왔다.
"작가님 술드셨어요? 아이고, 해장은요"
나는 그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있어야했다.
서원준의 전화기 너머로 이민영의 목소리가 들렸기때문이다
"식사안하셨어요? 저랑 해요, 그럼"
"우리집에서 밥한공기나 먹고 간게, 남자라면 겁나좋아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일은 어이없다.
아오! 이민영
열받은 머리를 잠시 헝클고 나가려는데 문밖에서 누군가와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아얏, 감..감독님?"
"권수지씨? 아직 안갔어요?"
"아하, 예... 아야.. 발이..."
"발 삐끗했나봐요, 괜찮아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 아얏"
"봐봐요"
권수지가 순간 내게 풀썩 안겼고 나는 그 상태에서 발목을 보려했다.
근데.. 왜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고있는거야..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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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끝
http://cafe.daum.net/youllsosul/KRDz/43649 07화는 여기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06 02:5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06 06:40
첫댓글 권수지가 재수없는 역할인가..ㅎㅎ
수지 벌써 얄미워요 ㅠㅠ 계속 오해가 쌓이는데 둘이 한번 속터 놓고 이야기 해야할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개인적으로 방송가 이야기 넘 조아하는데 스토리도 흥미진진해서 넘넘 재밌게 읽고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