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맥도 생태공원
유월이 하순에 접어드는 셋째 화요일이다. 오후부터 장마전선과 무관한 중국으로부터 건너오는 기압골 영향으로 강수가 예보되었다. 제주도 바깥 해상에 머문다는 장마전선은 다음 주 되어야 우리 지역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지나간 봄에는 비가 적절하게 내려주었지만 근래 한낮의 불볕더위를 식혀줄 비가 기다려지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는 비가 더 기다려질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을 먹고 자연학교 등교 동선을 멀게 잡아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반송 소하천을 따라 원이대로로 나가 창원수영장 앞에서 장유로 가는 버스를 골라 탔다. 일전 대중교통 버스 체계가 전면 개편되면서 장유로 다니던 170번은 폐지되고 좌석 직행 노선인 770번으로 바뀌었다. 출근길 시민들이 타고 내리길 반복하면서 창원터널을 통과해 장유 농협 앞에서 내렸다.
장유 무계에서 김해 풍유동 차고지를 출발해 율하를 거쳐 부산 하단으로 가는 220번 버스를 탔다. 학생 승객은 아무도 없고 모두 일터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었다. 응달과 수가리를 지난 조만포에서 경마공원을 거쳐 부산의 녹산에서 명지를 거친 을숙도에서 내렸다. 을숙도를 일일 도보 여정의 기점으로 삼아 현대미술관에서 낙동강 하구둑 서편 수문을 지나 낙동강 둑길을 걸었다.
낙동강 하류 제방은 벚나무가 심어져 소실점이 나타날 정도로 일직선으로 길고 긴 둑길이다. 봄날에 벚꽃이 피면 장관이겠지만 그즈음이면 나는 틈이 나질 않아 한 번도 다녀가질 못했다. 나목으로 겨울을 넘길 때나 녹음이 무성한 여름의 둑길은 몇 차례 걸었다. 을숙도의 철새 도래지에 뒤지지 않을 맥도강 둔치에도 여러 종의 수많은 겨울 철새가 날아와 서식 월동을 하는 곳이다.
최근 몇 해째 주남저수지가 그랬듯이 을숙도나 낙동강 하류 맥도강 일대에도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으로 탐방객을 제한해 가까이 다가가질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도열해 무성한 그늘을 드리운 둑길을 걸으니 바람마저 불어와 시원함이 더했다. 둑길을 얼마만큼 걷다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둔치 습지로 내려가 궁금했던 여름의 생태 환경을 가까이서 살펴봤다.
연꽃단지가 펼쳐지기 이전부터 광활한 습지는 원시림을 방불할 정도로 갯버들과 갈대들로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 당국에서는 탐방로 풀을 단정하게 잘라 탐방객이 뱀이나 다른 벌레에게 놀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둔 듯했다. 어디선가 그렁그렁 울어대는 황소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둑길을 걷는 이들은 더러 보여도 탐방로로 내려온 이들은 드물었다.
어느 구역을 지날 때 젊은이 셋이 뭔가를 들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을 하느냐 물으니 황소개구리 포획하는 틀을 설치한다고 했다. 지역 대학 연구실에서 파견 나왔다는 그들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를 잡는 임무를 부여받은 듯했다. 골프장처럼 잔디가 잘 관리된 쉼터에서 배낭의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요기했다. 이후 그늘에서 한동안 명상에 잠겨 시간을 보냈다.
넓은 연꽃단지를 지나 선착장으로 가니 유장하게 흘러온 강물은 하구둑 수문에 막혀 일시 호흡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강 건너 산기슭은 사상과 북구의 아파트가 보였다. 남해고속도로가 서부산으로 건너는 교량에서 강둑으로 올라서니 벚나무의 그늘로 다시 들게 되었다. 둑길에는 아동문학가 이주홍과 배재황 시비에 이어 박목월과 조지훈의 시비도 강변의 운치와 함께 서정을 더했다.
하늘에는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연이어 고도를 낮추어 내려앉았다. 덕두와 동덕 쉼터를 지나 경전철 덕두역 근처로 갔더니 공항 배후라 주차장에는 차들이 그득했다. 아까 맥도 생태공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어도 식당으로 들어 시원한 물밀면으로 더위를 잊었다. 덕두역으로 향해 사상을 출발해 가야대로 가는 경전철을 터서 수로왕릉역에서 내려 창원으로 왔다. 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