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지노의 진실 ;;
다음날. 피곤한 얼굴로 학교에 온 그녀가 털푸덕 자리에 앉는다.
밤새도록 머리를 쿵쿵 벽에 찧은 까닭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작은 어깨를 마구 흔들어대는 려노.
" 어이 !! 어이 , 전소이 . 내말좀 들어보라고오오오 ~ "
" 아아악. 나 졸리단 말이야.. "
" 꼭 들어야 돼. 지노 이야기란 말이야 . "
지노. 어제 접근한 그 려노의 동생, 연하의 남자. 그 하지노가 아니던가.
소이가 부스스 자리를 털고 려노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가 보다.
" 지노가 뭐 . "
" 그러니깐 ! 지노한테 넘어가지 말라고 !! "
" .....?! "
다짜고짜 무슨소리인가. 지노에게 넘어가지 말라니 .. 어이가 없어 그냥 려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소이였다.
" 지노한테 넘어가지 말라니. 그건 또 무슨말이야? "
혼자서 열심히 설명한 려노의 말을 경청한; 소이가 느긋하게 눈을 감는다.
" 그러니까.. 지노는 초등학교때부터 도연이를 좋아했는데.. 도연이가 너를 좋아하니까 열이 뻗쳐서.. 니가 좋아하는 사람을 꼬시려 한다는 이야기야? "
" 응응. "
" 잠깐만. 그러면 .. 니가 날 좋아한다는 이야기야?! "
갑자기 눈을 반짝 뜨는 소이이다. 지노도 지노지만. 지금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이런내용아닌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형을 좋아하니까.. 화가 난 나머지 형이 사랑하는 사람을 꼬셔서 죄없는 형한테 복수한다는 이야기.
앞뒤없이 이야기를 꺼낸 려노의 얼굴이 발개진다.
" 아.. 그러니까.. 아주 조금....... "
" >_<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정말 유쾌한듯이 웃어제끼는 소이를 향해 려노가 눈을 동그랗게 떠보인다. 혹시나.. 퇴짜맞는 걸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걱정이 되는 려노이다.
" 뭐.. 나쁘지는 않아. 하려노.. 그런데 말이지.. "
말하다 말고 려노의 갈색 머리를 부비부비 손으로 부비거리는 소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 흐음.. 하지노.. 그 쉐리가.. 건방지게 날 가지고 놀려고 했단 말이지..게다가 도연이를 좋아한다고.. 흐음......."
이내 깊은 생각에 빠지는 소이이다.
지노의 인상이 그리 나쁘지는 터라 ,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그녀석과 도연이를 연결시켜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소이이다.
..내가 왜이러는 거지. 다른때 같았으면 이런 생각 . 귀찮다며 하지도 않았을텐데 ..
아아아... 귀찮아 귀찮아.. 팔을 쭈욱 펴보는 소이이다.
어김없이. 학교가 끝나자 소이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지노이다.
빙긋 웃는 그녀. 이미 그녀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척 전화를 받는 소이.
" 여보세요 ."
" 누나아, 나 지노에요. .. "
" 아.. 웬일이야? "
" 지금 교문 앞이에요. 빨리 나와요~ "
딸깍, 자신의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는 지노이다. 소이가 피식 웃어보인다. 계속 작업을 걸겠다 이말이지.. 그럼 너도 오늘 끝내주겠어 .
교문 앞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온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꿋꿋이 서있는 지노가 있었다.
그리고 , 소이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꽃다발을 건네는 지노이다.
" 누나 . 나랑 사귀어볼래요?? "
아아아아아.. 하지노. -_- .. 여기까지 와서 사귀자니.. 그렇게 니 형한테 복수를 하고 싶은거였니.
소이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 하지노. 죽을래?? "
그녀의 예쁜 입에서 그런 험한 말이 나오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지노이다.
" 후후후. 난 다 알고 있다고. 괜히 생쇼하지 마.. "
지노의 하얀 손목을 잡고 사람이 없는 학교 뒤뜰로 향하는 소이이다.
" 긴말 하지 말고, .. 너 도연이 좋아한다며. 그런데 왜 나한테 이래? "
고개를 푹 숙여버린 지노의 손에서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툭 떨어진다.
의외로 진지한 지노의 반응에 내심 놀라는 소이이다.
" 맞아요....누나...나 도연이 누나 정말로 좋아해요.............."
" 왜그래.. 갑자기 적응안돼게 진지해진거야..-_-;;"
" 근데 도연이 누나는 저 려노새끼만 좋아한대잖아요.. 보기좋게 그 잘난 려노가 누나한테 차이는거 보고싶었어요.."
" ..그럼 도연이한테 좋아한다는 말같은거 해봤어? "
" 아니요.. 전혀 안했어요. 만나면 인사도 못하는걸요. "
" 거봐. 도연이는 전혀 모르고 있잖아. 용기내서 고백해보라구. 차이면 계속 달라붙으면 돼잖아. "
" 네........네? "
" 유치하게 복수극같은거 할 생각하지 말고 , 도연이한테 당당하게 행동하라구. "
땅에 떨어진 꽃다발을 들어 지노에게 건네는 소이. 그녀의 행동에서 어딘지 모르게 위풍당당함이 풍겨난다. 그것이 그녀의 매력. 이것이 그녀의 힘의 원천.
" 자. 가서 당당하게 도연이한테 고백하는 거야 . ^-^ .. 그럼 난 간다. "
" 저.... 누나 !! "
멍하니 소이를 응시하다 힘껏 소이를 소리쳐 부르는 지노.
" 왜. "
소이의 뒤로 , 다시 밝아진 지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고마워요 !! 누나 !! 나 힘내볼께요 !! "
소이가 예쁜 입술에 생긋 미소를 짓는다. 힘내라, 하지노. 도연이도 나쁜 애는 아니니까..
사실 솔직히 소이도 도연하고 좋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도연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연의 그 얼굴. 표정. 마음. 그렇게 악의는 없다는 걸 알아채고 있는 소이였기에 그래도 속으로는
지노와 도연이 잘 되기를 -_-; 내심바라며.. 사복으로 갈아입고 시내로 나가는 소이이다.
으으음.. 오늘은 얼마가 내 지갑속으로 들어올까.
겉으로는 도도한척 걸어다녀도 사실은 키스를 살만한 남자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 소이였다. 그렇게 눈이 딴데로 가 있으니
앞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결국 바로 앞의 가로수 나무 뿌리를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쿠당탕 넘어지고 마는 소이였다.
" 으으으... "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에 소이. 쪽팔림이라는것은 이런거구나.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차가운 보도블럭 바닥과 박치기를 한 무릎이 피를 송글송글 머금고 쓰라리게 아파왔기에 잠시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채
아주 잠시 철퍼덕 자리에 앉아있었다 . -_-;
아주 전소이 오늘 쪽나가는 날이구나. 무릎의 쓰라림이 가셔올때쯤 소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일어나려는데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낮은 중저음톤의 따뜻한 목소리.
" 어? 넘어졌어? "
그 빠알간 머리칼을 흔들거리며 쌍커풀 없는 큰 눈으로 소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류도일이 있었다.. -0-
넘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리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이가 쪽팔림에 더듬거린다.
" 아.. 어.. 넘어졌어.........."
" 아프겠다. 피좀봐라 .. 약국가자. 흉터지면 안돼잖아. "
소이를 일으키더니 그리 멀지 않은 약국으로 소이를 데리고 가는 도일이다. 뜻하지 않은 친절에 그냥 눈만 깜빡이는 소이.
무릎에 밴드를 붙이고 약국에서 나오는 소이와 도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도일을 바라보는 소이의 시선에 도일이 묻는다.
" 뭐 묻었어? 왜 빤히 쳐다봐? "
" 왜 나한테 잘해줘? "
" ..뭐? "
" 아.. 미안.. 나 .. 친절이라고는 한번도 못받아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주고. 매너있게 행동하는게 당연한 일이겠지. 괜한 질문해서 미안해. "
한번도 친절이라곤 베풀어본적도. 받아본적도 없는 소이가 이런 친절한 도일의 행동에 익숙할 리가 없다.
멍한 눈을 하고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는 소이를 바라보던 도일이 나지막하게 말한다.
" 니가 잘못한게 아니야. "
" .....? "
" ...............는데........ "
" 어? 뭐라구? "
" 아냐 . ^-^.. 볼일 봐.. 나 이만 가볼께! "
" 어, 야!! 야! "
소이의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멀리 뛰어가 버리는 도일이다.
흐음. 역시 이상한 녀석이야.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났는데 항상 먼저 도망치듯이 가버리네.
소이가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 도일을 바라보다 뒤로 사뿐 돌아서버린다.
그녀는 듣지 못했다.
" 나는 백년이든 천년이든 항상 친절하고 멋진 남자로 너의 곁에서 남아있을수 있는데...........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남아 있을수 있는데......나 . 아직도 널 사랑하는거 같은데.. "
낮게 중얼거린 도일의 그 목소리를 소이는 듣지 못했다..
kim-min_@hanmail.net
ㅠ_ㅠ; 아주 오랜 잠수를 떳던 면증이 돌아왔습니다 ㅠ_ㅜ;
제 소설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단 말씀밖에 나오지 않는.......ㅠ0-;;;
메일 주신 분들 감사하구요 ^-^;;
감상 메일 꼬박꼬박 받아먹습니다 ~ 감상은 제 힘의 원천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