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책임지는 콩 음식 3종
음력 2월 초하루(3월12일)는 농사의 시작을 기념하던 중화절(中和節)이다. 이날 한 해 동안 농사일에 수고할 노비에게 송편을 나눠 주었다.
이 송편을 노비송편이라고 하고 중화절을 노비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농가에서는 이날 콩을 볶아 먹었다. 새와 쥐가 없어지고 집안 노래기도 사라져 집안이 청결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콩을 볶으면서 “달달 볶아라. 콩을 볶아라. 새알도 볶고 쥐알도 볶아라”라고 노래했다. 요즘 콩을 빼 놓고는 건강과 장수를 거론하기 힘들다. 특히 두부ㆍ두유ㆍ청국장은 건강을 위한 콩 음식 ‘3종 세트’다.
암 예방은 물론 갱년기 증상 완화에 탁월한 콩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저칼로리 고단백 ‘네모난 팔방미인’
세계적인 장수지역으로 알려진 일본의 오키나와 섬 사람들은 두부를 즐겨 먹는다. 서양인은 두부(Tofu)를 동양의 신통한 건강ㆍ장수 식품으로 여긴다. 그들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지만 샐러드 등에 넣어 먹는다.
두부는 영양적으로 완전식품에 가깝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100g당 9.3g), 뼈ㆍ치아가 되는 칼슘(100g당 126㎎)이 풍부하다. 서양에서는 ‘아시아의 치즈’로 통한다. 잘 따져 보면 치즈보다 건강에 더 이로운 식품이 두부이다.
두부는 지방 함량이 100g당 5.6g으로 치즈의 26g보다 훨씬 적다. 게다가 두부에는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거의 없으며, 콜레스테롤 함량은 0이다. 두부 100g당 열량이 84㎉로 치즈(312㎉)는 물론 생고구마(128㎉)보다 낮아 다이어트용으로도 그만이다. 또 두부에는 올리고당이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장(腸)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한다.
두부는 단단한 콩에 비해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소화율이 95% 이상이다. 평소 소화 장애가 잦거나 여름에 더위를 먹어 식욕을 잃은 사람에게 두부는 권할만한 식품이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생두부나 살짝 데친 두부를 김치와 함께 반모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추천할만 하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미국 앨라배마대학 헬렌 김 박사팀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두부가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민간에서는 습진 환자의 환부(患部)에 생두부를 서너 차례 싸주고, 화상(火傷)에는 두부를 으깨어 5번 이상 갈아 붙이는 등 두부를 질병 치료에도 활용해왔다.
두부는 상하기 쉬우므로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팩에서 꺼낸 두부는 물에 담가 냉장고에 보관한다. 물은 매일 갈아주되 3∼4일 내에 섭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호르몬 암 예방·갱년기 증상완화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서양 여성의 6분의 1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종적인 차이일까? 아니면 식생활 등 생활습관의 차이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동서양 여성의 식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두부 등 콩제품을 많이 섭취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ㆍ일본ㆍ중국에서 유방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두부 대신 치즈를 즐기는 등 식생활의 서구화와도 관련이 있다.
두부에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불리는 아이소플라본이다. 두부 100g(약 반모)에 35㎎ 쯤 들어 있는데 유방암ㆍ전립선암 등 호르몬 관련 암의 발생을 억제한다
.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의 과잉 분비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이소플라본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런 호르몬들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두부 등 콩식품을 즐겨 먹던 과거에는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 환자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암 예방을 위한 두부의 하루 섭취량은 반모 가량이 적당하다.
아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장애ㆍ골다공증ㆍ심혈관계 질환 예방도 돕는다. 이 세 질병은 모두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흔한 질병이다. 동양 여성이 서양 여성에 비해 얼굴이 확 달아오르거나 불안ㆍ불면을 자주 경험하고 손에서 땀이 많이 나는 등 갱년기 장애 증상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북미 폐경학회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을 줄이려면 아이소플라본을 매일 50㎎씩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두부를 매일 3분의 2모 가량 먹거나 ‘두부 반모+두유 한 컵’이면 보충할 수 있는 양이다.
우유의 대체재 … 영양소 더 풍부
두유는 대두(노란 콩)를 주원료로 만든 콩물이다. 두유를 마시면 콩의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맛을 떨어뜨리고 소화가 안 되는 식이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제거되고 영양소와 식품 첨가물이 소량 들어간다.
두유의 대표적인 영양ㆍ건강 성분은 콩ㆍ두부와 마찬가지로 단백질과 아이소플라본이다. 두유의 단백질 함량(100㎖당)은 4.4g으로 우유(3.2g)보다 많다. 단백질의 종류도 우유는 카세인ㆍ유청인데 반해 두유는 콩 단백질이다. 두유 1컵(225㎖)에 든 콩 단백질의 양은 약 8g이다.
우유의 당질(탄수화물)은 대부분 소화시키기 힘든 유당(乳糖)인데 반해 두유의 당질은 ‘웰빙 탄수화물’로 통하는 올리고당(oligo糖)이다. 우유를 마시기만 하면 설사ㆍ배탈이 나는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이 있다면 두유가 훌륭한 대체식품이다.
콩에는 유당이 일절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유를 싫어한다면 요구르트나 유당이 분해된 우유를 마셔도 괜찮다.
두유는 우유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두유도 과다 섭취하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고 상당한 열량을 얻을 수 있으므로 하루 세 팩 이상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200㎖짜리 두유 한 팩을 마시면 140㎉(우유는 120㎉)의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변비·대장암·혈관질환까지 예방
청국장도 콩이 주원료인 건강식품이다.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답게 특히 식물성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육류 섭취량이 적었던 우리 선조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발효 음식이라는 것도 요즘 건강 전문가들이 청국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청국장에 든 발효균은 김치ㆍ요구르트의 발효균인 유산균과는 종류가 다른, 바실러스라는 세균이다.
청국장의 바실러스균은 대장에서 유산균 못지않게 강력한 작용을 한다. 대장에 유익한 세균의 발육은 돕고 해로운 세균은 억제하는 것이다. 변비나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음식 리스트에 청국장이 포함된 것은 이래서다.
바실러스균은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잘게 분해하기 위해 나토키나제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한다. 청국장 냄새가 ‘독특’한 것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가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실러스균이나 단백질 분해효소는 단지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얼굴을 찌푸리기에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이다.
단백질 분해효소는 혈전(피 찌꺼기)을 없애 뇌졸중ㆍ심장병ㆍ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을 예방한다. 혈압도 낮춰준다. 단백질이 분해돼 생긴 아미노산 조각들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ACE(안지오텐신전환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청국장의 지방은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불포화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게 청국장을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이다.
청국장에는 식이섬유도 많이 들어 있다. 청국장을 한 달가량 꾸준히 먹으면 변비가 사라지고 황금 변을 누게 된다. 갱년기 여성에게도 권할만한 음식이다. 주 원료인 콩 안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아이소플라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때부터 먹었던 발효음식
청국장ㆍ된장에 든 바실러스균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김치ㆍ요구르트도 유산균이 많을수록 건강에 유익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실러스균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려 한다면 일본의 낫토처럼 날로 먹는 것이 최선이다. 청국장을 끓일 때도 가능한 한 바실러스균을 많이 살리는 조리법을 선택해야 한다. 찌개가 끓으면 일단 불을 꺼 식힌 뒤 청국장을 풀어 넣어야 바실러스균이 많이 살아남는다.
청국장은 장류 가운데 숙성 기간이 가장 짧고 만들기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담근 지 2∼3일이면 먹을 수 있다. 청국장은 전쟁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고구려 사람들은 콩을 삶아 말안장 밑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먹었는데 말의 체온에 의해 콩이 자연 발효돼 청국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옛 문헌에 기록된 청국장의 원래 이름도 전국장(戰國醬)이었다.
청국장의 원조 국가는 우리나라다. 그러나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ㆍ중국의 서역ㆍ동남아시아 등으로 퍼져 나갔다. 일본의 낫토(納豆), 중국의 두시, 인도네시아의 템페, 태국의 토아나오 등이 모두 청국장의 ‘사촌’들이다.
좋은 청국장은 냄새가 온화하고 노란 색을 띈 것이다. 썩은 냄새가 나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쓴 맛이 나면 발효 온도가 부적절한 탓이기 십상이다. 담근 뒤 오래 되면 품질이 떨어지므로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한다. 가을에 해콩으로 만든 청국장이 가장 맛이 좋다.
완성된 청국장은 냉장 온도에서는 한 달, 냉동실에서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랩에 씌워 보관하고, 필요한 만큼만 상온에서 녹여 먹는 것이 좋다. 청국장을 맛있게 끓이려면 쌀뜨물에 두부ㆍ무ㆍ신 김치 등을 넣고 된장찌개보다 약간 걸쭉하게 끓인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 두부 만드는 법 >
① 콩 200g 가량을 물(콩 양의 두 배)에 넣고 하루 저녁 불린다.
② 불린 콩에 물 1ℓ를 넣고 믹서로 간다.
③ 콩을 거름포로 걸러 콩물을 얻는다.
④ 콩물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10분 이내)
⑤ 거품이 넘칠 정도가 되면 불을 끈 뒤 거품은 걷어낸다.
⑥ 천연간수(응고제) 1컵(200㎖)을 콩물에 부어 콩물을 굳힌다.(천연 간수는 재래시장의 소금가게에서 구입)
⑦ 두부 틀에 거름포를 깔고 갓 엉긴 순두부를 넣는다.
⑧ 거름포로 싸고 뚜껑을 덮은 뒤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 물을 뺀다.(10분 이상)
<두유 만드는 법>
① 콩을 물에 담가 하루 저녁 불린다.
② 불린 콩을 5분가량 삶는다.
③ 삶아서 껍질 깐 콩 반 컵, 물(콩 분량의 1.5배 분량)을 넣고 믹서로 간다.
④ 각자의 취향에 따라 아몬드ㆍ호두ㆍ잣ㆍ소량의 소금을 넣는다.
⑤ 되도록 설탕ㆍ꿀 등 단순당은 첨가하지 않는다.
<두유 요구르트 만드는 법>
① 두유 180㎖에 레몬 1/2~한 개를 짜 넣는다.
② 천천히 저으면서 벌꿀을 넣어 단맛을 낸다.
③ 레몬의 산(酸)에 의해 두유는 점차 걸쭉해진다.(마치 요구르트처럼 됐을 때 가장 먹기 좋다.)
④ 유산균 발효기를 사용하면 더 쉽게 두유 요구르트를 만들 수 있다.(두유와 종균을 넣고 발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