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세계 5위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명차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명차들 가운데 정식으로 수입되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들을 선정해 시리즈로 게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김준혁] 최근 정부의 자동차세 인상 계획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저렴하고 유지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자동차들이 경제성과 연료효율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종 세금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제성과 연료효율성을 만족시키고, 세금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는 없는 것일까?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자동차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경차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현대자동차의 경차 i10(사진=현대자동차)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연료효율성도 비교적 높은
경차는 경제성을 중요시하는 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인 자동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경차의 수는 국산, 수입 포함해
4종뿐이다. 과거에는 국산 자동차 업체마다 경차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산 경차는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국내 자동차 점유율 1위 업체인 현대자동차마저도 경차를 단종시키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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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은 2007년 데뷔해 2세대까지 진화했다.(사진=현대자동차)
그러나 엄밀히 말해 현대자동차의 경차는 공식적으로
존재해왔다. ‘i10’이라는 이름의 경차가 일부 해외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판매되고 있었고, 최근에는 2세대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i10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자동차를 자국 시장에서
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언론과 소비자들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생산, 판매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경차 i10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1997년
데뷔한 1세대 i10(사진=현대자동차)
i10이 데뷔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인도 뉴델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데뷔 장소에서도 알 수 있듯이 i10은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됐고, 생산도 인도에서 이뤄졌다.
이후 i10은 유럽으로 판매 지역을 넓혀 나갔고, 꽤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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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데뷔한 1세대 i1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사진=현대자동차)
1세대 i10은 길이 3565mm, 폭 1595mm, 높이
1550mm의 규격을 갖고 있어 국내 경차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 한차례도 판매된 적이 없었고, 그 사이
i10은 2세대로 진화해 지난해 8월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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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한 i10은 최신 스타일로 무장했다.(사진=현대자동차)
경차 규격을 충족시켰던 1세대와 달리 2세대 i10은 국내
경차 기준을 조금씩 초과하고 있다. 전체 길이는 3645mm이며, 폭은 1660mm로 경차 기준인 3600mm의 길이와 1600mm의 좌우넓이
기준을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높이는 1500mm 낮아져 조금 더 스포티한 비율을 갖게 됐다.
2세대 i10이 이처럼 국내 경차 규격을 넘어섬에 따라
조금이나마 갖고 있던 국내 시장 판매에 대한 희망이 더욱 희미해졌다. 하지만 2세대 i10의 커진 차체는 범퍼를 포함한 앞, 뒤 오버행
길이에서만 차이가 생긴 것이어서 현대자동차의 국내 판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국내 경차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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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에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적용됐다.(사진=현대자동차)
i10의 디자인에 대해서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다른 현대자동차 모델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 패밀리룩이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육각형태의 헥사고날 그릴을 비롯해 현대자동차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적용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i10은 직선적이면서 꽤 강인한 디자인을 갖게 됐으며 이로 인해
크기 이상의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스포츠 해치백 컨셉이 반영된 모습을 보여준다.
프론트 펜더부터 시작해 테일램프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는 캐릭터 라인과 뒤로 올라가는 벨트라인, 근육질의 바디 라인 등이 더해져 꽤 스포티한
자세를 연출하고 있다.
▲2세대 i10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스포티하다.(사진=현대자동차)
후면은 헤드램프과 유사한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적용돼 디자인의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차체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근육질 라인이 범퍼 및 트렁크 게이트게 고르게 적용돼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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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의 실내 디자인은 우리에게는 많이 익숙한 현대자동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사진=현대자동차)
i10의 실내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현대자동차의 다른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인 탓에 럭셔리한 소재나 첨단 장비 등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동급 경쟁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은 다양한 편의 장비가 적용돼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엔진 스타트 버튼과 풀 오토 에어컨, 다기능 스티어링 휠, 히팅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경차 조차도 이러한 편의 장비를 탑재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i10의 상대적으로 화려한 옵션은 언론
등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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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에 적용된 풀 오토 에어컨과 엔진 스타트 버튼은 경쟁 모델에는 없는 호화장비다.(사진=현대자동차)
여기에 실내에 적용된 플라스틱이나 인조 가죽 등의 소재에서도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 면에서도 비슷한 차체 크기를 갖고 있는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어 i10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참고로 i10의 휠베이스 길이는 기아 모닝과 같은 2385mm이며, 이 같은
사실로 비춰봤을 때 i10의 실내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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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의 실내 공간은 모닝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사진=현대자동차)
i10은 총 4가지 엔진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엔진으로는
국내에서도 기아 모닝, 레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1.0리터 가솔린 엔진과 1.0리터 가솔린/LPG 겸용 엔진이 있으며, 여기에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1.25리터 가솔린 엔진과 1.1리터 디젤 엔진 등이 사용된다. 변속기 역시도 국내 운전자들에게 익숙한 5단 수동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가 준비된다.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1.25리터 가솔린 엔진이 i10에 적용된다.(사진=현대자동차)
1.0리터 엔진에 대해서는 이미 모닝 등을 통해 파워와 연비
등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1.25리터 가솔린 엔진과 1.1리터 디젤 엔진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우선 1.25리터 가솔린 엔진은
87마력의 최고출력과 12.3kg.m의 최대토크를 갖고 있다. 1.0리터 엔진보다 마력은 5마력 높고, 최대토크는 2.7kg.m의 차이가 나
941kg의 가벼운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인다.
▲5단
수동과 4단 자동변속기 중 수동변속기의 선택 비율이 훨씬 높다.(사진=현대자동차)
1.25리터 엔진의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약
20.4km/l이며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15.3km/l, 24.3km/l다. 참고로 유럽에서 판매 중인 1.0리터 가솔린 엔진의 복합 연비는
21.2km/l로 국내 기준의 연비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점을 참고해 i10의 연비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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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의 파워트레인은 모닝과 비슷하지만, 유럽 전략 모델인 만큼 특별한 세팅이 더해졌다.(사진=현대자동차)
1.1리터 디젤 엔진의 경우 1세대 i10에서 적용됐었지만,
2세대에 모델에는 현재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추후 계획만 잡혀 있는 상태다. 1.1리터 디젤 엔진의 성능을 살펴보면, 75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18.4kg.m의 최대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엔진 스타트 스톱 시스템, 6단 수동변속기 등을 조합해 24km/l 정도의 복합
연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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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0이 국내에서 판매될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사진=현대자동차)
지금까지 살펴본 i10에 적용된 기술이나 기능 대부분은 사실
모닝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기아자동차의 정책으로 인해 쏘나타나 K5가 그러한 것처럼 모닝과 i10은 실내외
디자인에 차이만 있을 뿐 섀시나 파워트레인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10이 국내에서 판매되길 희망하는 것은 너무나도
열악한 국내 경차 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되고,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조금 더 많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시간이 흘러 국내 경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니즈가 급격히 증가한다면 현대자동차가 i10의 국내 생산 및 판매를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i10은 현재로서는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자동차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