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시내 버스는 두 개다. 52번과
72-1번, 이렇게 두 대인데, 이 둘은 학생들이 자주 타는
곳에서는 노선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이들은 알게 모르게
경쟁을 벌인다. 첨에는 52번 버쓰가 시작을 했다. 원래
52번 버쓰는 신림동에서 종로까지 가는 버스였다. 그러나
이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서 서울시의 동의도 얻지 않고
노량진까지 단축운행을 했다. 노선을 거의 절반 정도로
줄인 것이다. 그러다가 제재를 먹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버스 노선이 어느새 노량진까지로 단축운행되는 것이었다.
이들의 로비력은 정말 놀라워따. 또 이들은 52번의 운행이
매우 돈이 되는 장사임을 알자, 꾀를 내어 52-1번을
만들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중에 더욱 알짜배기만 골라서
노선을 정한 것이었다. 정확한 계산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 노선은 택시비 3천원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아.. 쓰바. 세상에 마을버스도 아닌 것이 그 정도 거리만
운행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놈들은 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학생들을 가득 태우지 않고는
절대로 출발하지 않는다. 어느 학생이 탄 지 15분이 되어도
출발하지 않자, 한 마디 했다. "아저씨 언제 떠납니까?"
아저씨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 거기는 아예 버스회사
관리자가 상근하고 있다. 그 버쓰 언제 떠나는지는 그 관리자의
맘이다. 나도 버스를 타고 한 20분 정도를 기다려 본 적이
있다. 진짜 열받는 일이다. 걸어가도 목적지까지는 20분이면
되는데......
우리의 72-1번 버쓰는 정류장에 섰다가 곧바로 출발하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버쓰를 타기 전에
두 대가 정차하면, 항상 72-1번 버쓰를 탔다. 고놈이 제일
빨리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72-1번 버쓰도
한참을 기다려 승객을 다 태우고 출발하는 승객우선주의(?)
를 표방하는 것이었다. 어제는 버스를 타고 밤에 학교에서
내려오는데, 망할 버쓰가 15분 정도를 계속 서 있는 것이었다.
내가 탈 때는 세명밖에 없던 사람들이 15분 뒤에 출발하자
꽉 찼다. 휴.. 72-1번도 52번을 닮아가는구나...
역시 그것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리샴의 법칙을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 버스가 서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려고 바둥바둥대는
것을 보니 우리들의 삶이 여기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서로 공정한 페어플레이만 펼친다면, 정시에 떠나고 출발만
한다면, 수익은 둘이 같이 나눌 수 있을 텐데..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0분씩 기다리게 하여 승객들 감소시키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일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카페 게시글
우리들 이야기
망할 버쓰...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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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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