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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주일의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8월이 막바지에 치닫고 학교는 축제준비로 어수선했다. 아이들은 공부는커녕 매일같이 축제를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각 반마다 여는 난장과, 각 동아리들의 발표회. 그리고 가요제와 같은 행사까지. 그 와중에 사운드트랙 1학년멤버들은 시간이 날 때마나 연습실에 모여 연습에 매진했다. 유일하게 다른 반인 베이스 호연을, 쉴 때마다 그의 반에 찾아가 뒷덜미를 잡아채 질질 끌고 가며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는지 축제 전날 그들은 만족스럽게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가요제는 축제 2일째 밤에 시작하므로 시작하는 날인 내일은 각반의 난장과 발표회를 구경하기로 했다.
오늘은 전야제를 빙자한 불꽃놀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불꽃놀이나 보고 가자”
“뭐 얼마나 터지겠냐. 피곤하다. 난 집에 갈래”
“낭만을 모르는 자식이구만”
“낭만 같은 소리하고 있네”
불꽃놀이를 보자며 성화인 성훈과 집에 간다는 은재가 다투는 와중에 호연이 가방을 챙겨들었다.
“야, 어디가”
“나 약속”
“약쏘오옥?”
“어”
“무슨 약속”
“여친이랑 불꽃놀이 보기로 했다”
“헐”
성훈이 순식간의 호연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 자식. 언제 배신한거야. 언제부터!!”
“아 좀 놔. 소개팅 받은 거야”
“그럼 이번에 공연날도 오겠네?”
“당연하지”
성훈이 주르륵 호연의 옷소매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아 부럽다. 나도 여자친구!”
“아무튼 난 간다. 내일 연습할거면 연락해라 재휘야”
“응. 조심히 가라~ 데이트 잘하고~”
호연이 부실을 빠져나가자 성훈이 엉엉 우는소리를 낸다. 한숨을 내쉰 은재가 저와 성훈의 가방을 챙겨든다. 그리고 재휘를 보며 말한다.
“이 자식 불꽃놀이 구경하다 얼굴에 불똥 튀게 해주러 간다”
“아 뭐야 보러 가주는 거냐? 아 진짜 너밖에 없다~”
그리고 두 명도 순식간에 -탕 소리를 내고 문밖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재휘가 킥킥 웃는다.
“쟤네는 맨날 저러고선 안 질리나 몰라”
재휘는 한참을 더 웃더니 우현에게 물었다.
“어때. 너도 볼래? 은재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우리학교 전야제 꽤 유명하거든. 나도 중학생 때 와봤는데 볼만 하더라”
우현이 고민하더니 핸드폰을 꺼내든다. 그리고 순식간에 대답을 쳐서 보여준다.
[남자 둘이 뭘 그런 걸 구경해]
“오. 빠른데? 문자로 하니까 빠르구나. 뭐 어떠냐. 우리학교 애들은 웬만하면 죄다 남아서 보고 갈 텐데.”
[어디서 쏘는데?]
“위험해서 학교에선 바로 못 쏘고 강변에서 쏘는 거야. 학교에서 가깝잖아. 학교뒷산 너머가 바로 강인 거 알지?”
우현이 끄덕끄덕한다. 재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우현을 잡아끌었다.
“내가 또 명당을 알고 있지. 넌 내 친구인걸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할거다”
재휘가 우현을 끌고 간 것은 학교 뒷산이었다. 산보다는 동산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어둑어둑한 산길을 30분쯤 걸었을까. 체력 좋은 남자 고딩 두 명이니 이정도 시간이지, 다른 사람들은 못 잡아도 40여분은 걸리는 길이었다. 불꽃놀이 시간에 맞춘다고 페이스를 올렸더니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는 너나할 것 없이 헥헥 대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헥, 아는 형한테 들은, 최고의 명당이야”
정상은 아니지만 탁 트인 공간에 운치 있는 정자 하나가 그들을 반겼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산길을 오른 둘은 핸드폰 플래시를 끄고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빛이라고는 뒤쪽 학교에서 나오는 불빛뿐이었다.
“여기서 보면 바로 눈앞에서 펑펑 터진다더라. 어두워서 더 잘 보이기도 하구”
우현은 어렴풋이 보이는 강줄기를 내다보는 재휘의 얼굴을 보았다. 어둡게 음영 진 얼굴에 눈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미동도 하지 않던 재휘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아, 금방시작 하겠다!”
우현이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자 곧 피잉- 소리를 내며 첫 불꽃이 올라왔다.
우현은 절로 입이 벌어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 펑- 소리를 내고 산개하는 불꽃은 바로 자신의 얼굴로 떨어져 내릴 것처럼 가까웠다. 팡팡- 하고 터지는 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우렁찼다.
연달아 쏘아지자 순식간에 밤하늘이 수놓아지고 타타탁 타오르는 소리를 내며 금빛가루를 내고 부서져 내린다.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불꽃은 장장 20분 동안 쏘아졌고, 둘은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나서도 둘은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정자에 앉아 있다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학교의 웅성거림이 서서히 들려올 때 쯔음 재휘가 입을 열었다.
“대박이었어. 나 그 형한테 감사한다고 전화라도 해야할까봐”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재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 봤어? 불꽃놀이 딱 끝나고 좀 지나서 하늘에 별 떠있는 거? 나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어. 불꽃이 아직 남아있나 했다니까”
학교 운동장에는 흥분한 아이들이 저마다 불꽃놀이 전야제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직접 사온 불꽃놀이 세트로 짧았던 불꽃놀이를 좀 더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학교 정문으로 걸음을 향했다. 두근거린다.
내일부터는 대원고의 대동제였다.
재휘네 반에서는 각종 시원한 음료를 팔았다. 생과일주스도 후보로 올라왔었지만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냉커피, 아이스티 등 저렴하게 재료를 준비할 수 있는 찻집이었다.
재휘가 반장이라 처음 아이템을 회의로 정하는 것까지는 진행했지만, 밴드부인것 때문에 따로 축제진행위원을 뽑았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반의 행사에 신경 쓰지 않았다. 부반장도 있었고.
그래서 축제첫날인 오늘에서야 파는 게 뭔지, 얼마에 파는지, 입간판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게 되었다. 교실의 책상을 네 개, 여섯 개씩 모아놓고 어디서 샀는지 제법 고급스러운 테이블보를 둘렀다. 의자에도 곱게 방석이 깔려져 있었고, 칠판에는 커다란 전지로 만든 메뉴판이 붙어있었다. 한쪽 구석에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제조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제일 인상 깊은 건 교실입구에 걸린 입간판이었는데, 어디서 이런 솜씨가 나왔는지 전문가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이야, 너네 고생 좀 했나보다?”
재휘와 우현, 성훈과 은재가 느즈막이 등교해 반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반 아이들이 보였다. 그 광경에 놀라면서 성훈이 말하자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던 부반장 녀석이 대꾸한다.
“이 정도는 해야지. 다른 반은 더 난리더라. 너네는 연습 잘 돼 가냐?”
“그럼, 완벽하지. 내일 밤을 기대해라”
“다른 학교에서도 엄청 많이 온다더라. 오늘 외부인 입장 언제부터인지 알아?”
“오후 넘어서라던데. 12시쯤일걸?”
“그래? 야, 너네 할 일 없으면 좀 도와줘”
선선히 수락한 아이들이 부반장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곧 12시가 지나자 교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외부인 입장이 시작했다.
재휘들은 수고하라며 교실을 빠져나왔고 점심시간이니 뭘 좀 먹을까- 하며 걷고 있었다.
“아, 더워서 돌아다니기는 싫은데 교실에 있으면 붙들릴 테고~”
“부실 가있던 가”
“그럼 선배들이랑 마주칠지도 모르잖아! 심부름 엄청 시킬 걸 하늘 형이”
“그건 그래”
어휴- 한숨을 쉬던 성훈이 어딘가를 보고 눈을 반짝인다.
“야, 9반 분식점한대. 뭐 좀먹자”
“난 패스. 음악회 쪽 가볼래”
“나쁜 새끼. 우현이랑 은재는 갈 거지?”
은재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현은 가만히 보다가 재휘에게 고개를 돌렸다.
“응? 왜? 너도 음악회가려고?”
-끄덕
“아 정말, 너무 한다 너네. 그래, 너네끼리 잘 먹고 잘살아!!!!”
성훈이 성질을 부리며 은재를 끌고 사라졌고 점점 사람들로 붐비는 복도에 재휘와 우현만 남았다. 왁자한 주변을 보던 재휘가 입을 연다.
“음악회 가려구?”
-끄덕
“피아노 때문이구나?”
우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핸드폰을 꺼내든다.
[그것도 그렇고, 원래 좋아해]
“응. 나두”
대원고의 대동제 첫날, 음악회는 본교 대강당에서 치러진다. 체육관 바로 옆에 세워진 대강당은 1000명 가까이 수용 가능한 곳이었는데, 일개 고등학교치고는 시설도 좋아서 외부행사도 많이 열리곤 했다. 물론 축제기간중의 음악회, 동아리제, 가요제는 모두 대강당에서 열린다.
“배는 안고파?”
-도리도리
“나도 그러고 보니 뭐 먹긴 해야 할 것 같아. 배고파지네. 성훈이네 따라갈걸 그랬나?”
[이미 늦었잖아. 뭐먹을까]
“음- 토스트 좋아해?”
우현이 갸웃한다.
“5반에서 토스트장사 하거든. 메뉴도 엄청 많고 토핑도 넣고 싶은 거 넣을 수 있대. 어때?”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우현을 끌고 재휘가 5반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기 때문인지 먹을거리를 파는 교실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재휘들이 가려는 토스트가게도 줄이 꽤나 길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차례가 되었고 재휘는 치킨로스 토스트를, 우현은 스테이크 토스트를 하나씩 사들고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교실을 빠져나왔다.
“음- 맛있는데? 아예 토스트전문점에서 재료 받아왔다더니. 그럴듯한데?”
-끄덕
“네 껀 어때? 맛있어?”
우현이 입에 물고 있던 토스트를 베어 물더니 재휘의 앞에 들이민다.
“응? 먹어 보라구? 정말?”
-끄덕
재휘가 우현의 허락에 아앙- 하고 크게 한입 물었다. 우물우물 씹더니 다 넘기지도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곤 자기 손에 있는 것도 우현의 입으로 가져간다.
“우와, 마이어. 어오 머어봐” (맛있어. 너도 먹어봐)
우현도 사양 않고 덥썩 물자, 커다란 치킨 한 조각이 쏙 우현의 입속을 빨려 들어간다.
“앗! 이 자식- 내 치킨을!”
토스트한가운데에 생긴 구멍을 망연하게 보는 재휘를 두고 우현은 씹지도 못한 채 볼을 빵빵하게 불린 상태로 온몸을 떨며 웃었다. 재휘가 원망스럽게 쳐다보자 손사래를 친다.
“고의가 아니었으면 다야? 흑… 너, 대신 음료수 쏘는 거다”
우현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얼굴이 풀린 재휘가 남은 토스트를 맛나게 먹는다. 그 모습을 여전히 웃음기 어린 얼굴로 보던 우현도 꿀꺽 입안에 있던 것을 삼키고 자신의 토스트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뭘 사줘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5편입니다. 벌써 내일이 월요일이네요....
내새끼들은 축제로 즐거운데 왠지 우울해지는군요. 그래도 활기찬 한주 시작하시길바래요!
*댓글달아주신 분들, 읽어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첫댓글 글을 읽으면 다시 고교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쓰면서 그런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배경을 고등학교로 하고싶었던것 같아요!
우현이 귀여워...ㅎㅎ
-은근히 귀여운녀석이죠. 그게 매력포인트랍니다~
우현이 귀여워...ㅎㅎ
ㅋㅋㅋ 잘보고 가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꼭 읽어주세요 ^^
나 다닐땐 축제 없었는데...이게 아니고 우리 학교가 없었던걸까...하여간 없었는데...
아직은 특별한 사건사고 없고 둘사이에 특별한 진전도 없이 평화로운 나날들이네요.
이러다 언제 뭐가 터질지 살짝 긴장이 돼요.
우리 동네도 축제를 한다고 어제 펑펑 터트리던데 집에 격리돼있어서 구경도 못했네요.
소리만 실컨...
이번편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면 기다릴게요.
-그런학교도 많더라구요. 축제를 아예 안하는 학교도.... 진도는...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됐으니... 둘의 소소한 일들을 지켜보시면 분명 진전이 생길거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잘봤어요 우리학교축제는 학생들만 하는 축제 였는데 재미도 없고 ㅠㅠ 동아리도 별로였고..... 부럽네요 ^^
-그렇군요 ㅠㅠ 좀더 추억이 남는 축제였으면 좋았을텐데.... 녀석들을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대리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
잘봤어요~ 우현이 은근귀여워요^^ㅎ 아직 진전은없지만 조만간나오겠죠?ㅎㅎ 궁금해요~
-요녀석들이 만난지 얼마 안되었으니 극적인 진전은 조금 지나야 나올거같아요~ 그때까지 지켜봐주세요~
ㅋㅋㅋㅋㅋ 이런 상큼이들 ~ ㅋㅋㅋㅋㅋㅋ
-아직 연애다운 연애는 안하지만 제법 귀엽죠?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좋은글로 다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 이번글은 정말 밝은 이야기이네요~ 아직 두근두근하는건 없지만..상큼해서 좋아요^ ^ 얼렁 밴드 연주시작되었으면 합니다~
-앗,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잊지않아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햇빛같은 이야기를 그리는게 목표랍니다. 두근두근해질때까지 같이 가주세요~ 감사합니다 ^^
젬있게 보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편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0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