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성격에 대한 연구에서는 잠정적으로
외향적일수록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습니다.
신경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외향적일수록 도파민 반응성이 강한 패턴을 보입니다.
도파민은 보상(rewards)과 관련된 뇌내화학물질인데,
특정 행동을 하고나면 마치 보상을 주듯 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 행동을 계속 하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ex. 섭식 행동, 성적 행동 → 오!!!!! → 섭식 행동, 성적 행동 갈망)
도파민 반응성이 강하다 함은,
즉, 훨씬 더 쉽게, 훨씬 더 강하게 쾌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행복 가성비 good!!!)
그래서, 통상적으로는 외향적일수록 도파민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요.
쉽게 쾌감을 느낄 수 있기에, 계속해서 쾌감을 줄만한 행동들을 반복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거죠.
일종의 공식 같은 겁니다.
도파민 반응성이 강하다 = 행복하다
반대로, 내향적일수록 도파민 반응성이 약한 경향이 있는데, 이건 뭐다?
내 신경체계가 쾌감에 굉장히 인색하다, 즉, 뭘 해도 노잼이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내향형들의 바로 이 거지 같은 특성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의외의 장점이 숨겨져 있습니다.
도파민도 포기한 몸뚱이
극내향인인 저는 농담삼아 다음과 같이 얘기하곤 합니다.
"내가 강원랜드에 가서 첫날 100만원을 따도 아마 귀찮아서 다신 정선에 갈 일이 없을 거야."
도파민도 포기한 몸뚱이라서, 뭘 해도 짜릿하지가 않아요.
반면, 외향인들은 "보상 신호"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나에게 쾌감을 주는 행위에 득달같이 뛰어들어서 행복감을 만끽하죠.
이를테면, 도파민이 편애하는 신경체계를 지녔달까?
하지만,
성격심리학의 대전제는 "성격은 언제나 중립적이다"라는 겁니다.
극외향인은 절대로 강원랜드에 가면 안 되요.
왜?
첫날 백만원을 따게 되면, 그 맛을 못 잊어서 계속 가고 싶어지게 되거든요.
도파민은 쾌락만 준다면, 그게 악惡이어도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도파민의 편애란 곧,
도파민에 종속된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재밌는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내향 vs 외향, 일이 잘 안 풀릴 때 누가 더 끈기있게 버텨낼 것인가?"
연구진은 구직자들을 모집해서 그들의 구직 활동을 4주간 추적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되죠.
- 지난 주, 구직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었던 경우,
외향인들은 (신나서) 더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하였다. 반면, 내향인들은 차이가 없었다.
- 지난 주, 구직에 부정적인 시그널이 있었던 경우,
외향인들은 (풀이 죽어서) 구직 활동을 덜 하였다. 반면, 내향인들은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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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들은 차이가 없었다. ㅋ
도파민에 길들여져 있는 외향인들은
일이 잘 되어가는 것 같으면
(성공 쾌감이 예상되면)
활동량이 증가하지만,
일이 잘 안 돌아가게 되면, 금새 활동력이 떨어지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쾌감이 없는 일엔 적극적이지 않음)
반면, 도파민이 버린 몸뚱이인 내향인들은
보상 신호(성공의 달콤함)와는 무관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죠.
즉, 일이 잘 될 것 같던, 안 될 것 같던 심드렁하게 하던 일을 쭉 하더라는 겁니다.
외향인을 움직이는 힘은, 달콤함, 즉, 도파민인데, 내향인은 비유하자면, 맛을 잘 못 느끼는 겁니다.
외향인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맛없으면 안먹어!! 하고 굶주릴 때,
어차피 맛이 중요치 않은 내향인들은 묵묵히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버틴다랄까?
그런데,
아시다시피 세상사가 단맛보다는 쓴맛, 떫은맛이 훨씬 더 많잖아요?
즉, 녹록치 않은 인생사를 외향인보다 내향인이 보다더 강인하게 버텨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죠.
행복에 민감할수록, 행복이 없는 상태를 못 견뎌하고,
행복에 둔감할수록, 행복이 없는 상태를 더 잘 견딘다는 것이.
외향인은 행복한 대신, 도파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내향인은 행알못인 대신, 도파민을 쌩깔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고.
"장점처럼 보이지 않는 장점"이랄까?
미각을 잃어서,
단 맛도 잘 모르지만, 평생 죽만 먹어도 그러려니 한다는 게
행복하지 않음이 디폴트라는 내향인만의 장점, 요즘 같이 어려운 시대에 의외로 괜찮을수도?????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매번 항상 재미난 주제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슈퍼집돌이이자 친구들 사이에서 너가 못먹을 정도면 그건 쓰레기다 라는 소리 듣고 사는 저라서 뭔가 더 재밌네요 ㅎㅎㅎ 뭔가를 할때는 그냥 하는거죠 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도파민에 대한 반응 정말 공감되네요. 카지노나 친구들과의 포커 이런 거에서 따든 잃든 한 번도 재미나 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가재서 가고 하재서 하는 거지
와 이거 나네...!
학창시절 친구들 밤새도록 스타하고 리니지할 때 저는 그냥 잤다는...ㅋㅋ 덕분에 키가 많이 컸습니다
자극에 반응을 들한다 ㅋㅋㅋ
포기하면 편한데, 그렇게 안 되는 이유가 있군요.
주변에 쉽게 포기하고 마음에 안정을 찾는 사람들은 내향형일지 모르겠네요.
외향형 팀장에 내향형 팀원은 죽을 맛이고,
내향형 팀장에 외향형 팀원은 지루 할 듯 하네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내향인인데 게으름까지.... ㅜㅠ
극 내향인과 극 외향인이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긋히 바라보는걸 좋아하구요, 와이프는 뭔가 항상 신나있어요.
외향인의 성향인데 외향인의 스킬이 없어서 죽을맛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