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생과부
사십에 이르러
남녀간 운우의 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상한 일도 아니고
잘못된 일은 더욱 아니다
그리고
그 일이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걸
시장 모퉁이에다
작은 밥집을 열면서 바로 알아버렸다
손님 대부분이 남자이고
그것도 젊은 남자들과
내 또래 남자가 대부분이라
물량은 차고 넘쳤으니
골라서 잡기만 하면 되었다
손님들
직업도 다양
배 선장이하
배 삯꾼들,
주변 관공서 직원들,
건어물 상인들
공사장 십장들
맞은 편 파출소
순경들까지
어쨋든
남자 복이 터졌다
나는
길손 식당이란 간판을 걸고
밥과 회, 명태 찜 두 가지 메뉴로 출발했는데
동해 앞 바다에서 나는 중간 명태로 만든 찜은 너무나 맛있어서
연일 인기였다
결국 혼자는 안 되어서
친구를 불러서 같이 했다
나는 맛있는 걸
우리가게 남자들만 먹이고 싶은데
소문이 나서 근방 여자들이 냄비를 들고 사러 오는 바람에
속으론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팔면 사실 이문이 적다
밥도 술도 못 파니까
그 때는 물가가
다 싸던 시절이니까
손님은 많고
종일 남자 무더기 속에 있음 뭐 하나
바쁘니 그림의 떡이네 싶었는데
하늘이 내 마음을 아셨는가
인연이 만들어졌다
안면 있는 순경 몇이 술과 찜을 먹으러 왔는데
못 보던 사람하나를 데려왔다
경찰서 형사계에 있다니
형사였나?
인상이
참 스마트했다
많이 웃고
적게 말하던 그 사람
그냥 그 웃음소리가 귀로 들어와
가슴을 통해 명치끝에 모이곤 했으니까
미더덕과 콩나물 살짝 익혀
양념 묻혀 두고
미리 쪄 내놓은 명태 야들한 매끈한 놈
서 너 마리 사알 짝 양념 속에 던져 놓아
이리저리 뒤적거려
참기름 쳐 접시 가득 들고
그 사람 자리에 얌전히 놓으면
그의 눈길은 오직 명태 찜에 꽂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눈길은 인색하지만 입만은 자비로워서
“맛있다!
“소문대로 맛있네!
"이 집 맛있네!
아! 저 발그레 통통한 명태 살을 탐하듯
나를 탐해줬으면 ...
보들한 명태 한 마리 쑥 쳐들어
콩나물 미나리 싹 걷어 한 쪽에 밀어 놓고
통마리 명태 입에 넣으면 부서지듯 입 속에서 녹는 맛
뼈조차 연해서 차마 버릴 수 없어 어떤 이는 뼈도 아작 씹었다
중간 명태라
연하고 고소했으니까
그 옛날 근해에서 산더미처럼 잡혀오던
맛있는 명태와 노가리들
젊은 형사는 반년을
내 가게 명태 찜에 홀랑 빠져
고자 처갓집 드나들 듯 하더니
반 년 지나
명태 찜도 싫증이 날 즈음 부터
나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명태보다 사람이 먹기는 낫지...)
반년 동안
그 사람이 먹어 치웠던
명태 가자미, 보리새우는 양으로 쳐도 어마 할 것 같다
키와 덩치가 내 두 배 되었으니
잘 먹고
많이 먹고 잘 웃고
사람까지 좋았는데
내가 지향했고 꿈꾸던
운우의 질펀한 늪으로는 데려가지 못했던 사람
사랑으로 맺어진 육체가 합의점에 도달하느라
싸우듯 물고 뜯어서라도 (죄송 과격해서~) 이기고 만족해야하는
치열한 욕망의 순간을.. 그 행위를...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 ... 사랑...
그 와의 인연은 20년이란 세월동안
애증의 고리로 이어져 왔다
지금 그는
깊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뒀다
명태 그 남자 ..... 내 사랑
첫댓글 역시 문필가 다운 필력에 사알짝 미소을
머금어 봅니다.[마지막/한마디가 압귄입니다,]
멋지게...글 써내리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ㅎ
재미 있게 잘쓰 셨습니다
다음 으로 계속
올려주실거죠 ?
기대합니다
운선님 ㅎ^^
글이란 교훈적인 것이나 감동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봐서 즐겁고 긴장이 풀어지면
그 것으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코믹한 멋진 옥필 잘 보았습니다
해피한밤 보내세요
글 끝이 왈칵 눈시울을 젖게합니다.
부드러운
세필을 타고 흐르는
운선님만의 절묘한 아픔이..눈꽃송이
녹아 떨어지듯 후두둑거립니다.
이리 아름다운
글솜씨를 주신 그 분(천상 주인)께
감사드리고픈 마음이 절로 입~니다.
글쟁이 안주인의
젊은시절도 만나보고,
보들한 명품 명태찜도 맛보러,
오늘밤은 낯선 동해의 '길손 식당'
으로 떠나보려합니다 ~~""""
늘..항상..
깊고 아름다운 글로
행복한 충만을 선물주셔서
넘 고맙습니다..살아가면서
좀 갚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운선님 많이 사랑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도꼬마리는 뭔가요?
옷에 착 붙는
가시맹키 생긴건가요?
@지적성숙
아항
이름은 몰랐는디
고맙구러요
돌아서믄 또 이자뿌겠지만
리피트 부탁해요~^^
운선님...
건강하고
행복만 하기를......
아유 운선님 ! 어디계슈?
저 그 명태찜 먹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하하하
님의 글에 비하면 제 글은 저리가라입닏자.
참 멋지십니다. 감사
명태가 큰 일 했네요~
이른 아침
달달한 음식
맴은 아린 글
어떤 분인가 싶어 보니
동시대...
다음엔 최성수의
기쁜 우리사랑은을 살짝 기대해 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년 애증도
기억속에 묻혀
망각이란 약에
잊혀지기를...
마지막 부분의
글 여운에 머물다가
다시 생각나 읽어본
그 중간 명태찜만
눈에 아른거리네요 ㅎ
삶방의 글들 읽다보면,
잘짜여진 글과 논리적인 글이 있는가 하면,
감정과 울림을 주는글 .....
혹은 해학적이며 웃슴을 주는글 .
작가이시라 운선님의 글은 사람을 휘어잡는 글로
표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좋아하고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중독된 미각이 빚어낸 사랑이 이토록 찐글로 드밀고 들어오네요
진한 동치미 국물맛 나는 시원한 운선님의 강원도 길손식당에 발길이 멈추고....
명태가 이어준 글이 일곱빛갈무지개 를 보고 야망을 꿈꿨던 그 시간속으로 몰입되는 순간 입니다
좋은글은 혼자읽기 아까워 제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공유하는데
아침 선물로 운선님의 글을 보내드렸어요
며칠전 등애거사님 글도 보시고는 댓글도 재밌고 게시글도 어쩜 그리 맛갈나게 쓰셨냐고^^
필력이 대단하신
특별히 미사여구 없어도 싱싱한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잠시후 엄마의 답장이 왔네요 ㅎㅎ
잊고 있었던
운우지락~~~
그게 뭐였더라 되새겨 보기에는
너무 흘러간 시간
마지막 글 한 줄은
잊었던
내 사랑도 떠오르게 하네요
역시 작가는 작가다는
감탄과 존경심이 듭니자~^^♡
정말 재미있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문맥도 매끄러워 미끄러지듯 읽었네요.
다음을 기대합니다.
좋은글 고마워요.
성체는 욕구 욕망 쾌락이란 본능적 DNA을 갖고 있지요.
수녀가 유방암과 자궁암이 많이 생기는 것도 그것에 대한
금욕이 만들 낸 병이라죠.
그 시대야 이혼이 터부시 되고 여자로서 이혼은 치명적 굴례가 되어
따라 다녔지만, 지금은 페미니즘시대고 법도 바뀌어 천에서 천오백이면 불륜도 용서
되는 시대가 됐지요.
세 쌍이 결혼해서 한 쌍이 이혼 하는...
사실 남자들은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만 여성들은 금기시 된것
이기도 합니다
본능을 억재 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르고 40 넘어 性愛를 느끼셨다니,
안타깝습니다.
명태찜의 매콤한맛을
즐겨하기에ᆢ
명태찜을 기억하는것일까?
아님
마지막
글 한줄에 아픔이 느껴져서일까?
콧등이
싸~하며 아린맛이
훍고 지나갑니다~~~
아침..
노안이와서 흐릿한 눈ᆢ
물기를 머금으니
마음으로 읽고
다녀갑니다~~~~~~~♡
오늘ᆢ
행복으로 시작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자비로운 그 분
우찌 깊은 어둠속에 있는지ㅠ
남자복이 터질라믄
지대로 터져불지ㅠ
ㅋㅋㅋ
복 터지고 싶어유?ㅎ
@사랑벼리
남자복 터진 뇨인이야요 ㅋ
남자복ㅡ남편하나 복이면
되쥬?
세상 남자는 보이지도 않어유
믿거나 말거나요 ㅋㅋ
@정 아 아닌 것 같아요.ㅎ
필요하면
택배로 보낼 수가 있는데...
한 열명정도
나이는 좀 많지만~ㅋ
@사랑벼리
쓸데없는 잡동사니ㅡ노우~
옳은거 딱 하나
생활철학이옵니다 ㅋ
명태찜 대신
주인맘을 잡았군요?
20년을 같이 했는데....
왜?
암흑에서 사는지 궁금합니다 ~^^
사십줄에 운우의 정에 눈이 뜨여
명때 그 남자와 20년동안
애증의 고리로 이어졌으면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진다
분명 러브스토리 있었을 것인데...
다음편에 기대 합니다ㅎ^.^
명태와 그 남자
한바탕 폭풍이 몰려올 건지
명태의 눈이 비명처럼 떨어질 건지
애증의 예고만으로는 안타깝습니다
돌이켜 아픈 곳을 바라보시는 글
결코 편한 호흡은 아닐 거란 짐작이지만
평안하시다면 좋겠습니다
쏴한 매콤한 맛이 흩고 지나가네요.
20년간 애증의 고리라...
모노가미의 사회에서 폴리아모리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터.
특히 공무원과의 정분은 이중으로 영육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나....
그저 한 남녀의 얘기를 재미로 그러려니 드려다보면 좋으련만...
운선님의 남여상열지사라서...
그후 전개될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왠지 짠해지고 억울(?)해 집니다.
잘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년 애증에서
정이 깊어졌겠네요.
깊움속에 그분이 갇히신 건지요.
명태맛을 탐하듯 하기엔 그분의 정서가
허락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역시나 작가의글은 확연한 느낌과
시원스런 문양이 정확하게도 표현 됩니다.
잘 읽었읍니다.~^^
ㅁ 모래알 처럼 많은 사람들,
하필이면 왜 당신 이였습니까?
글쟁이님의 시원한 필력. 역시 맛깔스러워요.
내숭이 많은 저는 도저히 풀어내지 못 하고 갈테지요.
에휴 ~ 에휴 ~ 고놈에 명태가 웬쑤여 ~~ 웬수 ㅎ
명태찜과 운우지정으로 쓰내려 가신
한 여인의 삶의 애환이 묻어 나는 이야기
그 긴 인연이 해피 앤딩이 되었으면 행복했을텐데..
무슨 사연으로 스스로 어둠속에 가둬버렸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입니다.
운선님 나머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십시요.^^
남자는 그렇게 둔해요 일깨워 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