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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를 출발한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지 않은 채 바다에 떠있는 열도의 섬들을 쓰다듬듯 날아갑니다. 애타게 찾아 헤맨 곳이었거나, 일생을 기다려온 여행이었다면 이렇듯 불안하지는 않았겠지요. |
열도 위를 낮게 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애타게 찾던 곳이 아니라면 그런 여행이 의미 있고 보람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문화와 역사가 오롯이 담겨있고 동티모르가 어떤 곳인가를 글과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나라, 내전이라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던 나라,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어 기대할 것도 없는 나라. |
으스스하겠다. 가난이야 어디인들 없겠는가마는, 내전으로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는 건 참혹한 일이다. 이런 전쟁터를 찾는 저자의 취향이 특이하다..
열대의 동티모르로 가고 있는 시간이 검은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밤처럼 두렵습니다. 진짜로 내가 가야 할 곳은 저 아래 무인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가 불시착이라도 해버리기를. |
불안, 초조가 계속된다. 그냥 안개도 답답하고 불안한데, 검은 안개라니까 얼마나 두렵고 겁났을까. 끝내는 비행기가 엉뚱한 어느 섬에 불시착이라도 해버리길 빌고 있다.
머리말의 끝을 이렇게 맺고 있다.
섬과 섬을 떠돌며 한 달을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맥없이 떠돌던 내 마음과 마음 사이를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섬을 지나고 또 하나의 섬을 지나 드디어 하나의 섬으로 내려앉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산, 그러나 무인도보다 더 외로운 듯 보이는 섬, Timor-leste 가 뜨거운 손을 내밉니다. |
하늘에 떠 있을 때, 근심, 걱정, 불안을 안고서 마침내 동티모르에 도착한다. 그 많은 섬 중에서 내전 중인 나라를 갔다. 우리나라 섬은 대략 3,348개이고, 필리핀은 7,107개, 인도네시아는 끔찍이도 많다. 18,307개다.
그러기에 섬을 지나면 섬이 보이는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그는 “섬을 지나고 또 하나의 섬을 지나 드디어 하나의 섬으로 내려앉는다.” 고 했다. 인도네시아야 귀에 익은 나라지만 동티모르는 생소한 곳이다.
저자 덕분에 부하buha란 것을 알게 됐다. 깻잎처럼 생긴 잎사귀에 말린 부하 열매와 하얀 가루를 섞어 껌처럼 씹는다고 한다. 하루 종일 좋은 향기가 나고, 치아 건강에도 좋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지루한 시간을 씹고자 한다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 끝. 2020.8.17.월.
2020.8.22. 토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