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하나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시다. 시인은 돌을 찾아갔다는데, 시를 읽고 나면 돌이 우리를 찾아온다. 시인은 모두의 대표 자격으로 해수욕장을 찾아가,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몽돌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소포처럼 도착한 몽돌이 하루 종일 나를 졸졸 따라오는 기분이 든다. 인생에서 지나갔지만 잊지 못한 한 사람이 돌이 되어 따라온다. 내 안에서 피어났지만 묻어 두었던 생각과 감정이 돌이 되어 따라온다.
아마 해수욕장에 몽돌이 가득한 것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찾고자 하는 ‘너’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하나 붙들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막막한 해변에서 ‘너’를 찾아 나선 모습이 그저 애달프다.
몽돌은 동글동글한 돌. 모서리가 다 닳아 버린 돌. 부드럽고 순해 보이지만 사실 몽돌은 고단함을 아는 돌이다. 세상과 다른 돌에 맞고 깎이는 세월이 몽돌을 만들기 때문이다. 무슨 마음이, 사연이, 세월이 사람을 몽돌로 만들까. 지나가는 길가, 발에 걸리는 돌멩이에도 시선이 머물게 된다. 그 돌이 꼭 사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