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밤이면 그분은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다고, 안 취했다고, 잘 들어갈 수 있다고, 아니 한잔만 더하자고. 하지만 저와 친구는 굴하지 않고 양 팔짱을 꼭 낀 채 집 앞까지 함께했습니다. 종점에 내려 십오 분은 더 가야 하는 길. 그러다 그분이 비틀거리기라도 하면 세 사람이 모두 비틀거렸던 것이고 이것이 재미있어 킬킬 웃었습니다.
공원 길에 들어서면 그분은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해서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로 시작되는 노래.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로 끝나는 노래. 하지만 “이내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로 다시 미련처럼 시작되던 노래.
〈박준 시인〉
Czech Dances for Piano - Series 2 -The Lancer · Bedřich Smetana · Ivan Morav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