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함께 부평역 근처에서 노숙하던 사십 대 중반의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민들레 국수집에 식사하러 왔다가 저한테 혼이 났습니다.
“세상에 늙으신 어머니까지 이런 곳에 모시고 와서 밥을 드시게 하다니……. 나쁜 놈.”
상돈 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보증을 잘못 서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은 후 부평역 근처에서 어머니와 노숙을 해왔다고 합니다. 어머니만이라도 찜질방에서 주무시게 하려고 하루 온종일 종이 상자를 줍고 고물을 주워도 찜질방비 3천 원을 벌기가 어려웠답니다. 3천 원이라도 마련되는 날이면 어머니를 찜질방에 모셔 놓고 자기는 부평역 지하도에서 잤다고 합니다.
밥은 경로식당에 모시고 가서 드시게 했는데, 주민등록증이 없어 부평구 사람임을 증명할 길이 없어서 밥도 못 먹게 되었답니다. 예전에 너무도 배가 고파서 부평역전의 어느 순댓국밥 집에서 순댓국을 시켜 먹었는데 돈이 없어서 어머니와 자기 주민등록증을 맡기고서야 풀려났다고 합니다. 그 후 주민등록증 없이 산 것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그냥 밥을 준다고 해서 물어 물어 거의 세 시간이나 화수동을 헤매다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며칠을 두고 보다가 겨우 방 한 칸을 세 얻었습니다. 보증금 50만 원에 월 10만 원의 단칸방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삿짐이라고 들고 온 것은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 두 개뿐입니다.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월세 10만 원씩 석 달치는 어느 사회복지단체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아들에게 혹시 집세를 내기가 어려우면 미리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방세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다음에 집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석 달의 집세는 사회복지단체에서 내주었고, 그 후에 달마다 집세 낼 즈음에 아들에게 물어보면 잘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두 달 전부터 집세가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알아보았습니다. 밀렸는데 곧 갚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또 두 달이 지나고, 집주인이 당장 방을 비워 달라고 했습니다. 방세를 내지 않았으니 방 보증금에서 제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섯 달이나 방세를 못 낸 것입니다. 기가 막혀서 아들에게 가보았습니다. 누워 있습니다. 몸이 아파서 일을 못 다녔다고 합니다. 처음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날 빚쟁이가 찾아와서 다 빼앗아 갔답니다. 나한테 너무 미안해 방세를 못 냈는데도 냈다고 했답니다. 말을 잇지 못합니다.
마침 동네에 보증금 없이 방 한 칸에 부엌이 따로 떨어져 있는 방이 나와 있었습니다. 부엌이 방에 안 붙어 있다는 게 걸렸지만 보증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서둘러 이사를 시켰습니다. 방세 10만 원을 내지 못하면 대신 내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집에서 전기세와 수도세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많을 때는 4만 원에서 4만 5천 원을 냈다고 합니다. 전기, 수도 사용료가 방세의 40~45퍼센트라니 참 너무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할머니가 동네의 희망일자리를 구해서 방세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도 할머니가 아주 미안한 듯 방세를 마련 못 했다고 하셔서 대신 내어 드렸습니다. 며칠 전에도 할머니가 찾아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전기세, 수도세를 내고 나니 방세를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하시기에 대신 내드렸습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하소연을 했습니다. 주인집에서 낮에는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주인집 아들이 PC방을 운영하는데 새벽에 일을 마치고 들어와 낮 동안 잠을 잔답니다. 새벽에 요란하게 문 열고 들어와 요란스레 씻는 통에 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낮에는 조금만 소리를 내도 주인 할머니가 시끄럽다고 난리랍니다.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온몸으로 겪고 계신 것입니다.
마침 고마운 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선 50만 원을 보내고, 매달 10만 원씩 후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100만 원이 모아지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방을 하나 얻어 도와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매달 보내는 10만 원으로 방세도 내어 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주인에게 서러움 받지 않고 셋방살이를 할 수 있도록 할머니께 조그만 독채 하나 얻어 드리자 마음먹었습니다. 부동산에 연락해 보니 마침 독채로 방 한 칸이 있는 집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름보일러이고 재래식 화장실인데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서둘러 함께 가보았습니다. 넓은 방 한 칸, 부엌에 다락방도 있습니다.
즉시 계약을 했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0만 원 선불입니다. 재개발될 때까지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았습니다. 할머니께 집을 보여 드렸더니, 뛸 듯이 좋아합니다. 내일 당장 이사하시라고 했습니다. “방세를 그제 냈는데” 하며 방세가 아까워 어쩔 줄 모르십니다.
이사를 했습니다. 가난한 이삿짐은 옮길 것도 거의 없습니다. 몇 번 손에 들고 나르니 이사가 끝났습니다. LPG 가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해서 10만 원을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