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이상 치솟은 바 넘는 순간은 평온 그 자체”
[도쿄올림픽] ‘장대높이뛰기 22세 황제’ 두플란티스
2018년 주니어세계기록 작성 뒤 작년 ‘붑카의 6m14’ 1cm 경신
6m18 실내 최고기록도 보유
“특별하게 정한 숫자는 없어요. 그렇지만 6m20대를 뛸 것 같아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장대높이뛰기 황제 대관식을 마친 아르만드 두플란티스(22·스웨덴·사진)에게 ‘꿈의 숫자’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반적으로 높이뛰기에서 꿈의 숫자는 자신의 키에 50cm를 더한 숫자라고 한다. 하지만 장대를 쥐는 순간 한계란 없어 보였다. 5일 일본 도쿄 올림픽 팬파크 내 오메가 쇼케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대높이뛰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그의 미들네임이자 별명처럼 ‘몬도(Mondo·대단한)’가 된 그는 인류가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숫자를 당차게 언급했다.
두플란티스는 3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02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그리스토퍼 닐슨(23·미국·5m97)과는 5c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라질의 치아구 브라스(28·5m87·동메달)와는 15cm 차였다.
이미 2018년 유럽육상선수권에서 주니어(20세 이하) 세계기록(6m05)을 세웠던 그는 지난해 9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15를 넘었다. 1994년 ‘인간새’로 불린 세르게이 붑카(58·우크라이나)가 작성한 세계기록 6m14를 26년 만에 1cm 높인 것이다.
지난해 2월 세계 육상 실내투어에서 6m18을 넘어 ‘실내 부문’ 세계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두플란티스는 금메달이 확정된 후 ‘야외’에서 6m19 도전에 나섰다. 세 번 시도 모두 실패했지만 아직 젊기에 ‘6m20대’를 언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바’를 넘는 순간에 대해 두플란티스는 “굉장히 편안하고 특별한 느낌”이라며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 정말 많은 훈련을 했고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세계기록이 1cm 올라가는 데 26년이 걸렸지만 어린 황제가 전성기에 다가갈수록 그 주기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