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오전 1~3교시가 모두 끝나고 4교시는 아이들의 수면제로 유명한 국어시간이었다. 주요과목중 하나라서 자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집중되지 않는 수업에 어떻게든 정신을 쏟기 위해 애를 쓰는 아이들은 많았다. 재휘역시도 그랬지만 그는 조금은 다른 이유로 수업내용이 귀로 들어오는지 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억지로 선생님이 판서해주는 내용을 기계적으로 필기하고 있었다.
“여기는 바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드르륵
선생님이 교과서를 함께 보며 한창 수업을 진행하는데 뒷문이 고요한 정적을 깨며 열렸다. 그리고 오늘도 결석하리라고 생각했던 우현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선생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문을 닫고선 재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을때까지 재휘는 멍하니 눈을 떼지 못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언질을 받은 것이 있었는지 우현의 지각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업을 계속해 나갔다. 잠시 일어났던 갑작스러운 일에 정신이 돌아온 아이들이 한결 나아진 집중력으로 수업을 경청했다. 하지만 재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국어책을 펴드는 우현의 모습을 보고 있느라 집중은커녕 수업내용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책까지 완전히 펼친 우현이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재휘와 눈을 마주쳤다. 그에 재휘는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 물러섰다. 또 싸늘한 우현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런 재휘를 가만히 보던 우현이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재휘는 의외의 상황에 눈만 깜빡거렸다. 웃다니? 환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종이 울림과 동시에 많은 아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에게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저마다 오늘의 메뉴에 대해 토론을 하며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절반가량이 자리를 비운 교실에서 재휘와 우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밥 안 먹냐?”
“……. 먼저 먹어”
“뭐 사다줄까?”
“아냐…”
“가자. 이성훈”
“어? 어…”
대강 눈치를 챈 은재가 성훈을 끌고 교실을 나섰다. 우현은 방금 전 수업시간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재휘의 노트를 빌려, 자신이 듣지 못한 부분의 필기를 베끼고 있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노트를 넘겨주었지만 너무도 평범한 그 모습을 보자니 왠지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성우현”
한참을 우현이 필기하는 것을 보고 있던 재휘가 결국 우현을 불렀다. 열심히 움직이던 우현의 손이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움직인다.
“……. 무시 하는 거야?”
-도리도리
“그거 조금 있다가 해도 되잖아… 나랑 얘기 좀 하자”
“……”
우현이 손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재휘를 본다. 얘기할 마음이 들었다고 생각한 재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재휘를 따라 우현이 고개를 올린다.
“여기선 좀… 다른 애들도 있고. 나가자”
별다른 말없이 우현이 교과서와 노트를 대강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본 재휘가 먼저 교실을 나갔다. 묵묵히 앞장선 재휘는 계단을 올라갔다. 부실이 있는 후동은 4층까지 있었지만 본관 앞동은 3층까지였다. 3층까지 전부 올라가던 재휘가 또 계단을 오른다. 우현은 의아했지만 끝까지 쫓아갔다. 재휘와 우현이 도착한곳은 옥상이었다.
“평소에는 개방 안 되어 있어… 가끔 청소하느라 열려 있을 때가 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열려있네”
옥상으로 나가면서 재휘가 말했다. 그리고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우현이 따랐다.
“이젠 제법 추운 것 같아. 그렇지?”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재휘는 우현을 돌아보지 않았다. 옥상난간 가까이 다가간 재휘가 난간에 손을 얹었다. 운동장에는 벌써 점심을 먹어치운 아이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우현아”
재휘가 뒤를 돌아 난간에 기대어 서며 우현을 불렀다. 그 아슬아슬한 모습에 우현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재휘는 개의치 않았다.
“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을 하려는지 입을 연신 달싹이던 재휘가 긴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그런 재휘를 보고 있던 우현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참을 만지작대더니 재휘에게 내밀었다.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얘기 해]
“……”
우현의 핸드폰을 돌려준 재휘가 가만히 우현을 올려다본다. 한걸음 앞에선 우현의 표정은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아까 같은 희미한 미소를 걸고 있었을 뿐.
“나한테… 화난 거 아니야?”
“……?”
“……”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는 뜻인지 우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을 본 재휘가 고개를 푹 떨구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 너 엊그제 나한테 화내고 갔잖아”
“……”
“나 정말 놀랐는데 그날…”
그때 갑자기 우현이 재휘의 눈앞으로 핸드폰을 디밀었다. 바닥만 쏘아보고 있던 재휘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무언가에 흠칫 놀라 기대고 있던 팔꿈치가 삐끗한다. 덕분에 난간에 기대어 서있던 재휘의 몸이 휘청했다.
“으앗!”
놀란 재휘가 비명을 내지르는데 덩달아 놀란 우현이 급히 재휘의 팔을 잡아채 당겼다. 미처 몸에 균형을 잡지 못한 재휘가 앗 하는 사이에 우현에게 끌어당겨져 품에 안겼다.
“으아…놀랬다. 갑자기 그러면…어…떡… 우현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재휘가 정신을 차리고 우현에게서 벗어나려는데 우현이 그런 재휘를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을 주어 꼭 끌어안았다. 당황한 재휘가 우현을 불렀지만 우현은 재휘를 놓아주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괴상한 자세로 받아든 재휘가 억지로 손을 올려 액정을 보았다.
[미안해. 검사하는 날은 예민해져서 그랬어. 보고 싶었어, 재휘야]
찌르르한 감정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끝부터 전해져 왔다. 그 느낌이 생소해서 재휘는 핸드폰을 꾹 쥐었다. 한참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재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떤… 검사인지 물어봐도 돼?”
-끄덕끄덕
“너 목…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야?”
-끄덕끄덕
“많이… 힘든 검사야?”
재휘의 왼쪽 귀에 닿은 우현의 볼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재휘의 질문에 대답해왔다. 마지막 말에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우현의 대답을 느끼면서 재휘가 팔을 들어 우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내가 먼저 물어봤어야 했었는데…. 나야 말로 미안해 우현아”
-도리도리
“잘하고 온 거지?”
-끄덕끄덕
“그래. 다행이다. 난 네가 나한테 엄청 화난 줄 알았는데.”
-도리도리
이번엔 우현이 꽤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이 자뭇 귀여워서 재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우현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천천히… 물어볼게. 그러니까, 천천히 이야기 해줘”
-끄덕끄덕
“나는… 너에 대해 알 권리가 있잖아. 그치?”
우현이 이번에는 빠르게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재휘가 한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밥 먹었어?”
-도리도리
“우리도 먹으러가자. 아침도 안 먹었거든. 배고프다~”
배를 잡고 울상을 짓는 재휘를 보며 우현도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그 얼굴을 본 재휘가 또 아하하- 하고 맑게 웃었다.
옥상에 재휘의 밝은 웃음소리만을 남겨놓고 두 아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쏙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옥상에서 내려선 재휘와 우현은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사와 꽤나 거나한 점심을 먹었고, 한결 편해진 둘의 분위기에 밥을 먹고 교실로 돌아온 은재는 대충 알겠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재휘를 노려보았다. 그런 은재를 재휘는 어색하게 하하 웃어 넘겼다.
이틀 만에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에 재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덕분에 오후부터 시작된 성적확인에서 생각보다 조금 낮게나온 점수에도 한결 관대해질 수 있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지난학기보다 잘 나와서 등수가 기대되는 성적이었다.
서로 궁금해 하는 척 하지 않으면서도 은근슬쩍 서로의 점수를 눈여겨보았던 재휘와 우현은 성적이 나올 때 마다 의미심장한 눈빛도 교환하면서 그렇게 오후 수업을 보냈다.
학교를 마치고, 이날은 재휘가 주번이 아니었지만 주번인 친구의 사정 때문에 재휘가 대신 문단속을 해주기로 했다. 덕분에 우현도 함께 남아야 했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든 둘이 함께 하교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난 몇 일간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재휘 혼자였지만.
칠판을 반질반질하게 닦고 아이들의 의자를 정돈한 재휘의 눈에 문득 윤이 나는 칠판이 보였다. 작년만 해도 분필을 쓰는 흑판이었지만 올해로 전교의 칠판이 액상분필을 쓰는 칠판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꽤나 신기했지만 이제는 심드렁해진 그 소재가 오늘은 왠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집에 가나 했더니 교탁에 가방을 던지고 칠판 앞에 서는 재휘를 우현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돌아본 재휘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나도 너랑 똑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
그러며 재휘가 칠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구석에 있던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노란색이다.
그리고는 칠판귀퉁이에 적는다.
수업 중에 노트에서 우현과 필담은 자주했지만, 그때는 재휘도 수업중이라 말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글로 전하는 ‘말’이 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재휘가 쓰는 글씨가 하도 작아 보이지 않자 우현도 칠판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 우현아]
한참 적는 것 같더니 꽤나 간결하다. 그걸 보던 우현도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연보라색이다.
[뭐하는 거야]
[너랑 이야기]
[말로 하면 되잖아?]
재휘는 왼쪽끄트머리, 우현은 오른쪽 끄트머리에 서서 글을 적었다. 상대방의 글을 보기위해서는 고개를 쭉 빼야했다.
[해보고 싶었어]
[불편할 뿐이잖아]
그 말을 적는 우현은 정말 무언가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재휘는 우현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널 놀리는 게 아니야]
재휘의 글을 본 우현이 더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가만히 보던 재휘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다시 글을 적었다.
[너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요 며칠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재휘의 말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재휘였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뭐라고 쓰려던 우현은 재휘의 글이 계속되자 펜 뚜껑을 닫고 내려놓았다.
[넌 어떤 마음으로 내게 말을 적어 대화를 하는 걸까. 과연 네가 써준 그 문장이 내가 받아들인 그대로일까, 아니면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진 않나, 혹시 내가 지나쳐도 되는 것을 담아 두진 않았나]
작게 쓰던 글씨가 아니라 벌써 칠판을 반을 채워간다. 재휘는 우현을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써내려간다.
[내가 말할 땐 억양, 말투, 속도. 이런 것들에서 내 감정과 내가 전달하는 느낌이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 말은 특성상 언제나 간결하지. 그래서 알고 싶었어. 글로 쓰는 나의 말이란 어떤 느낌일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문장 하나하나에서 절제하고 차분히 적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자신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여기까지 쓰자 거의 우현이 서있는 쪽까지 다가갔다. 작은 칠판도 아니건만 얼마 쓰지도 못했다.
[요전일. 꽤 상처받았거든]
술술 써지던 앞내용과 달리 재휘는 이 말을 적고는 펜을 빙글 빙글 돌리며 조금 망설였다. 우현은 여전히 반응 없이 서있기만 했다.
[알아. 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너에게 직접 들었으니까,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조금은 슬펐다]
하나의 문장은 음성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어디를 올리고 어디를 내리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바뀌고 의미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날의 ‘말하면 네가 알아?’라는 우현의 말은 분명 그런 뜻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그가 하는 검사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우현이 그런 말을 했을 텐데. 하지만 그날의 상황이나 여러 가지 면면의 사소함에서 비롯되었던 오해가, 자신이 받았던 작은 상처가, 재휘는 너무나 속상했다. 그리고 자신이 바보 같았다.
[내가 지금 적고 있는 이순간도 잘 모르겠어. 내가 내 마음을 너에게 충분히 전하고 있는 걸까? 말로 하는 것만큼 잘 전달되고 있을까?]
단한순간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도 잘못 전해질까 두려운데.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러한 수많은 오해를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걸까. 너는 그런 어쩔 수 없다는 이유하나로 얼마나 많은 슬픔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일까.
차마 적어내지 못한 마음에 재휘가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칠판이 재휘가 적은 글들로 노랗게 가득 찼다. 한 줄 정도의 공간을 남기고 재휘는 완전히 우현의 옆에 섰다. 그리고 칠판에서 눈을 떼고 우현을 올려다봤다. 우현은 전부터 재휘를 보고 있었던지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한참 서로를 응시하던 둘은 재휘가 먼저 고개를 돌림으로써 시선이 떨어졌다. 그리고 재휘가 펜 뚜껑을 닫고 칠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우현이 펜을 집어 들었다.
[난 네 목소리가 좋아]
간결히 적은 연보라색 문장이 재휘의 눈에 박혔다. 그리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팔 아플 정도로 적은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야. 야, 이게 내목소리가 좋고 말고의 문제냐. 나는…”
칠판을 보며 이야기하다 우현을 본 재휘는 말을 멈췄다. 우현이 자신의 목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대었기 때문이다.
"성…우현?“
우현은 아무런 반응 없이 재휘의 목을 감싸 쥐고 있었다. 우현이 자신의 손을 보던 시선을 올려 재휘의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이야기했다.
[노래해줘]
재휘는 경직했다. 차가운 손이 자신의 목을 감쌌는데도 화끈화끈 열이 나는 몸에도 당황했고, 고백하던 날처럼 마치 말을 하듯 입을 벙긋한 우현도 놀라웠고 그리고 그 요구사항도 놀라웠다. 노래라니…
“노…노래?”
우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황했지만 부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생각하던 재휘는 평소에 좋아하던 잔잔한 멜로디의 팝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에 우현의 손에 닿은 곳이 간질간질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했다.
찬찬히 노래 속에 빠져들던 재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나지막하게 노래를 마쳤다. 그리고 눈을 뜨자 다시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재휘의 체온이 닿아 이젠 따뜻해진 우현의 손이 천천히 떨어져나갔다. 재휘는 떨어져가는 온기를 느끼면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우현은 다시 연보라색 펜을 들고 칠판에 적었다.
[네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해. 날 따라 목소리를 가두지마. 네가 못 알아 듣는다면 몇 번이고 대답해줄테니]
앞뒤를 뚝뚝 잘라먹고, 언뜻 억양이 없어 보이는 문장이었지만 재휘는 그것이 우현이 대화하는 법이란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전의 일은 그 사실을 깨달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던 거다.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넘겨짚지 않고서 확실하게 이해하자고 재휘는 마음을 먹었다.
그 짧은 말속에서 우현은… 차마 재휘가 묻지 못했던 말에 대해 대답하고 있었다.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그렇게 슬프지 않다면서.
그 생각에 조금 슬퍼진 재휘가 다시 한 번 그 문장을 곱씹어 보는데 갑작스럽게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다. 방금 전 우현의 손이 닿아 아직까지도 목 언저리에 머물던 열이 순식간에 얼굴까지 퍼진 것 같았다.
네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해…
그 말은 마치 우현이 재휘에게 하는 또 한 번의 고백 같았다.
“도, 돌아가자!”
황급히 칠판을 지우고 가방을 냉큼 들고 교실을 나서는 재휘를 보며 우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재휘의 목이 닿았던 손을 잠시 내려다보다 재휘를 따라 나섰다.
*12편 댓글보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재휘가...... 그렇게 이미지가 공이었던가요?
하지만 우현이는 말을 못한다뿐이지 건강하고 재휘보다 키도크고 잘생겼...고....................
지금 처음부터 다시 보며 퇴고를 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이런 이미징 미스매치라니.
개인적으로 강수를 좋아하지만 공수를 뒤집는 리버스수는 싫어하..........
아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는군요.
아무튼 둘이 분위기를 타가면서 우현이의 강한!! 강한!!!!! 모습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학창시절엔 칠판에 낙서도 참 많이했었죠. 그러면서도 주번이되면 어찌나 분필가루 치우기가 싫었는지 모릅니다.
걸레를 빨아다가 닦고 다시 빨아오고...... 엄청 귀찮았죠.
칠판에 쓰는글씨는 또 어찌나 이상하게 써지던지. 앞에나가서 수학문제라도 풀고 들어오면 제가 쓴 풀이보고
경악을 했죠. 글씨가 저게 뭐야 하면서 ㅋㅋㅋ
*13편이었습니다. 읽어주신분들, 댓글달아주신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연휴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한주 시작하세요.
첫댓글 알아었요 재휘가 수 우현이 공ㅎ 그럼 우재커플?ㅎㅎ 참 진도 얼른 훅훅 빼주시지ㅎ
-둘다 쑥맥이라 언제쯤 진도다운 진도가 나가려는지 ㅠㅠㅠ 녀석들이 조금 답답하더라도 이쁘게 봐주세요
잘봤어요^^ 우현이가 돌아왔네요~~ ㅋㅋ 재휘 귀여워요~~ 담편도 기대해요~
-우현이가 돌아오면서 한보전진했습니다~ 다음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
작가님 쭉 달려왔어요!!!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전 우현이가 너무 좋아요ㅠㅠㅠ♥♥♥♥
-안녕하세요 바다님!! 반가워요^^ 재밌다고 해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바다님은 우현이 편애이신건가요! 점점더 멋져질테니 많이 좋아해주세요~
난 네 ... 목소리가 좋아...
잘 읽었습니다.
-뭔가 인상적이었나요?.... 으음? 아, 병원을 가지 않는거군요. 전 또 새로운걸 알았다고 생각했는데요 ㅋㅋㅋ 이런.... ㅜ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노래부르는 재휘에게 또한번 반했던 우현이니까요^^ 또 재휘에게는 가장 기분좋은 칭찬중에 하나지요. 효과적인 고백법이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그리 충격을 받으실 줄이야 ㅋㅋ 우현이가 공인 느낌 이번편을 보니 알겠네요 ^^ 잘보고 갑니다 괜히 저때문 인거 같아 죄송해요 ^^;;;
-썬님때문이 아니랍니다 죄송하실거 없어요ㅋㅋ 우현이가 점점 멋쟁이가 되어갈테니 지켜봐주세요^^
목소리가 좋다라...ㅋㅋㅋ 저도 그 좋은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좋겠으요...ㅋㅋ
-재휘는 듣기좋은 미성을 가진 아이랍니다. 제가 상상하는 그 목소리를 현실에서 찾아내면 꼭 알려드릴게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잔한 둘만의 시간 너무 보기 좋네요.
재휘가 우현이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여요.
'난 네 목소리가 좋아' '네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해' 우현이 감정이 그대로 녹아든 기분이 들어 저도 좋네요.
이번편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대시중인 우현이죠. 덕분에 휘청휘청 마음이 흔들리는 재휘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재밌게봐주세요^^
ㅎㅎ잼있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젬있게 보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
우왕~ 오글오글~ ㅋㅋ 우현이 너 ~ 진짜!! ㅋㅋㅋㅋ재휘를 들었다놨다 하는군요 ㅋㅋㅋ
-그게 연애소설의 묘미죠. 오그리토그리한 느낌 ㅋㅋ 의외로 연애고수일지도 모르는 우현입니다.
하 우현이 말 해주게 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