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밭 고구마를 캐 한 짐
지게에 져오는 아버지 숨소리
멀거니 밀물 든 서해
바라보는 휘는 억새꽃
누진 솔가지 타는 냄새
낮은 산허리 감는 연기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09.12.
비탈이 진 밭에서 주렁주렁 달려서 나오는, 잘 여문 고구마를 캔 아버지께서 그것을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을날 저물녘의 고즈넉한 풍경이다. 한 짐의 고구마를 지고 나르느라 아버지께서는 가쁜 숨소리를 내셨을 것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밀물이 들고, 가까운 산기슭에는 억새꽃이 하얗게 피었다. 축축한 솔가지를 때는 인가(人家)가 가까워졌고, 저녁밥 짓는 연기는 산의 중턱까지 번져 그 둘레에 걸려 있다.
이 시의 묘미는 산 쪽에서 바다 쪽으로 길게 이동하는 시선에 있다. 억새꽃이 구부러지며 바다를 바라보는 이 대목에선 노쇠한 아버지의 모습을 억새꽃에 빗대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