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를 아빠로 둔 아이들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하기만 하다. 그래서 한 시즌을 내내 야구에 묻혀 지내던 야구 선수들에게 오프시즌은 반가운 휴식만이 아닌 또다른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의 시간이기도 하다.
결혼을 해 자녀까지 있다면 이들은 건실한 남편이자 사랑스러운 아빠로 거듭나야 할 때가 요즘이다.
30대를 넘어서 하나 둘씩의 자녀를 두고 있는 기아 이종범(32) 이강철(36) 최상덕(31)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 돗토리로 떠나 마무리 훈련에 열중했던 이들은 지난 21일 귀국해 내내 가족과 시간을 같이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 머물고 있던 이들은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떠나 오붓한 가족애를 일구는 데 온몸을 바치고 있다.
투타에서 기아의 선참에 속한 이들은 시즌 초부터 가족동반 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11월 말 훈련 공백기를 이용해 제주도로 떠나게 됐다. 12월부터는 각종 시상식과 연봉협상 등이 이어지고 개인훈련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짬을 내기가 힘들다는 계산에서다.
이들은 이국적인 정취가 묻어나는 제주에서 4일간 머무르며 가족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잔뜩 마련했다. 실제로 제주 서귀포 모 호텔에 투숙하며 17인승 미니버스를 빌려 제주 곳곳을 누비고 있다. 각종 횟감이며 젓갈류 등 제주만의 먹을거리를 찾아 입맛을 돋우고 제주만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명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내륙보다 포근한 날씨의 제주지만 27일엔 눈 덮인 한라산을 올라 신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8일은 자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아이들과 잠수정을 타고 바다 밑의 신비한 환경을 보여주고 이어 인근에 있는 귤밭으로 가 귤따기 체험을 하며 생생한 자연학습을 시켰다.
이들을 내조하며 한 해를 보낸 부인에게 바치는 제주여행이자 커가는 자녀들에게 따뜻한 부정(父情)을 심어주는 셈이다. 이들이 평범한 아빠로 돌아온 덕에, 이강철의 딸 가은, 이종범의 남매 정후와 가현, 최상덕의 남매 솔기와 륜기 모두 신나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