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강이 참 많이도 흘렀다. 유년의 실개천은 맑은 물로 흐르기도 했고 청년의
강은 푸른빛을 더하며 세차게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바다에 이르는 장년의 강은 입신양명의 나루를 떠나 불혹의 강을 지나고 지천명의 포구에서 닻을
올리고 순풍의 돛을 올렸다. 바닷바람은 순풍이기도 하고 돌풍이기도 했다. 황포는 찢어지기도 하고 돛은 부러지기도 했다. 바람이 잦아들고 순해지니
고요는 이순의 바다가 되었다. 찢어지고 부러진 황포와 돛은 벗어버린 욕망의 시신이었다. 영혼은 수평선 너머에서 붉은 노을로 타오르는
꽃이었다. 지천명이라는 나이가 다 지날 때 젊은 날의 꿈을 찾아 시의 숲을 찾아들었다. 스승을 따라 숲을 가꾸는 일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좋은 재목을 얻기 위해 잡목은 잘라내고 굽어진 가지는 쳐내면서 정성을 다해 북을 돋우었다. 나무는 점점자라 굵어졌다. 그러는 사이
해의 바뀜은 거듭되었고 나무에는 몇 개의 매듭이 생겨 층을 이루고 가지에는 꽃이 피고 작은 열매들이 맺혀 꽤나 많이 자랐다. 이제 이들 열매를
따내어 깨끗하게 씻고 다듬어 스승의 갈무리를 받아 그 맛이 떫은지 단지, 아니면 쓴지도 모르면서 내어놓는 만용을 부려 본다. 어려웠던
시절 연분이 있어 만나 짝을 이뤄 함께한 35년의 긴 세월 수놓아진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우리 부부의 곁을 지나치고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여유롭고 풍족하며 고생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여 주며 친구 같고 연인 같고 변함없이 잘 어울리는 동반자라며 행복한
부부라고 부러워한다. 실은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부끄러워하는 우리부부인데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삼년 전 뒤늦게 우리부부는 원로시인
정공채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단에 등단하였다. 그 후 우리부부는 삶의 일상 이야기들을 주제로 글을 써 모았다. 이번에
선생님께 보여드리니 첫 시집을 내도 좋겠다는 말씀과 책의 표제를 반려자(伴侶者)로 정해주며 찬사까지 써주셨다. 이에 용기를 내어 부부시집을 감히
펴낸다. 늦었지만 우리부부는 해거름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 민문자·이덕영, 서문 <해거름에 피어난 꽃>
-차 례 -
찬사(讚辭)_정공채(한국문인협회 고문)
서문
● 소정(小晶)의 시
제1부 봄꿈 봄꿈 새해
입춘 봄맞이 새봄의 길목에서 봄나들이 오월 1 오월 2 거꾸로 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산유화
다방 고통의 별 봄눈
제2부 나의 보물 나의 보물 돌잔치의
신풍속도 기다림 아들에게 방황 유월 우리 집에 걸음마 시선(詩仙) 정공채
결혼기념일 환갑날 맏동서 화갑(華甲) 날에 설날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기 바랍니다
전자책으로 재출간했군요.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