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2 싱가포르
너무나 잘 알려진 노래의 가사가 된 원본 시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이 대목에서 느끼는 숨 가쁜 격정과 생명력,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에서 휘감기는 뜨거운 사랑의 선동성에 감염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 노래는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강물같이’ 휘돌거나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난을 이기는 자,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자, 또 그것을 믿고 기다려 주는 자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그것은 때때로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이 크게 와 닿는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껴안을 때 비로소 숲이 되고, 산이 되고, 메아리가 된다. 고난을 감수하고 외로움을 참아내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있는 한,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시집『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맨 앞에는 <내가 꿈꾸는 세상>이란 제목의 짧은 시가 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깎이고 갇힌 희망이 터져 나오는 땅/ 흙의 평등/ 바람의 자유/ 물의 평화// 바라보지 않아도 꽃이 피어나고/ 기억하지 않아도 잎이 출렁이는 땅” 그러므로 역사를 외면하거나 광장으로부터 퇴각하지 아니하고 함께 꿈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그러자면 나 자신부터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흙의 평등, 바람의 자유, 물의 평화’를 힘껏 노래해야겠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첫 만남치고 그만하면 그들과 우리 모두 A-정도는 된다. 오늘은 그대들에게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해주고싶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한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엄지 척으로 화답했다. 이 발언에는 여러 함의가 있겠으나 북한 내부의 속사정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태클이 적지 않았다는 토로다. 이 말은 우리의 일부 야당과 미국 네오콘도 귀담아듣고 지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거스를 수 없는 길을 함께 가야겠다.
권순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