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가 된 지 3년이 되었지만 나는 삼매와 지혜를 알 수 없었다. ……
너무나 고요했고 마음은 확고히 집중되었고 마을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는데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소리가 다가오면 알아차리는 자를 바라보았다.
알아차리는 자를 바라보자 소리와 그것은 별개였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대체 무엇이 그것일 수 있는가?
여기에 있는 바루와 주전자가 별개 듯이 대상과 마음이 별개라는 것을 알았고
마음과 소리는 조금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어디에서 방향전환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전기 스위치를 올리듯 내면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내 몸은 큰 소리로 폭발하는 것 같았다. 알아차림은 더 없이 또렷해졌다.
…… 마음은 그 지점을 지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고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게 뭘까? 그러자 대답이 나왔다. 이 일들은 본래 그런 것이다. 의심할 필요가 없다.
…… 두 번째로 들어갔을 때에 몸은 미세한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졌고 마음은 더 깊이 들어가서 고요해지고
……마음이 세 번째로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온 세상이 부서졌고 땅, 풀, 나무, 산, 사람 모두가 빈 공간이었다.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 체험을 한 뒤 온 세상이 바뀌어 버렸다.
……이런 나를 보고서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사실 변한 건 나밖에 없다. 난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잭 콘필드, 폴 브라이터 엮음/ 김윤 역,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 침묵의 향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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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을 들판의 맑은 물처럼, 옛 사당 안의 향로처럼, 고요한 경계에서 마음이 깨어 있어, 마음 길이 끊어졌을 때는, 이 허깨비 육신이 인간 세계에 있다는 느낌이 없고, 오직 화두만 이어져서 끊어지지 않는다. 이 경계에 이르면 번뇌가 멈추고 ……중심이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고, 밖에서 흔들어도 흔들림이 없으리니, 이것이 세 번째 고비이다. …… 의심 덩어리가 깨져, 바른 눈이 열릴 때가 가까워졌느니라. ……
홀연 댓돌 맞듯 맷돌 맞듯 한 순간에 천지가 끊어지고 자기가 훤하게 드러난다. (《蒙山法語 ·示胸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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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따라 삼탑사에서 경전을 외다가 머리를 들어 문득 오조 법연화상의 영정을 보고서 ……
곧장 허공이 가루처럼 잘게 부숴지고 대지가 평탄하게 가라앉아
사물과 나를 몽땅 잊어버림이 마치 거울에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고봉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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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깊은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은 거울과 같아 그저 비출 뿐 물들거나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참나’는 거울처럼 비어 있기 때문에 거울 앞에 사물이 오고 가도 거울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이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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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는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 동굴에는 아무 것도 없네. 순수하고 경이로운 공간
태양처럼 빛나는 광채가 있을 뿐
이 늙은 몸은 한 끼 죽이 돌 볼 것이고
이 유령 같은 몰골은 헤진 넝마가 감쌀 것이네
내 앞에 천 명의 성인이 와 보라지
내겐 거룩한 진리의 부처님이 있으니.
(오쇼 라즈니쉬 저, 손민규 역. 《선, 빈 거울에 담긴 노래:마조》, 태일출판사, 2000,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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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토록 봄 찾아도 찾을 수 없어(盡日尋春不見春)
짚신 닳도록 먼 산 구름 끝까지 헤맸다네(芒鞋踏遍隴頭雲)
돌아와 매화가지 집어 빙그레 향기 맡으니(歸來笑拈梅花嗅)
어느새 봄은 가지 위에 가득한 것을(春在枝頭已十分)
-당나라 때 무진장 비구니가 지었다고 하는 悟道詩(오도시)는 밖에서 깨달음을 찾고자
했으나 정작 깨달음은 매우 가까이에 있음을 일깨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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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拾得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삼계의 일체 시끄러움이 無明을 끊지 못함임을.
일념조차 일지 않고 마음 맑아지면,
오고 감도 없고 생멸조차 없다네.
(君不見, 三界之中紛擾擾, 只爲無明不了絶. 一念不生心澄然, 無去無來不生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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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선시의 현대적 의의 초탐 -전영숙(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