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97% “올해 경제 위기 올 것”
23%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
대기업도 3곳 중 1곳은 자금 상황 악화
경제정책 불확실성 5년 만에 최고 수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대 중반으로 뚝
요즘 밤잠을 설치는 이들은 빚만 늘어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아니다. 기업인들도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나아질 조짐이 없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수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관세 전쟁의 여파가 미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수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 3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5%나 감소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여파가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 2. 11. 연합뉴스
내수 침체에 수출 경쟁력 약화…증폭되는 불안감
산업 현장의 이런 불안감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1월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 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경총이 6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22.8%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기업도 기업 경영과 국민 삶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경제 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위기를 촉발할 요인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가 47.2%(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소비 심리 위축 및 내수 부진 심화(37.8%)와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26%)이 뒤를 이었다.
경총은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와 대내 정치 불안으로 우리 기업들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설문조사 결과. 연합뉴스
대기업도 사정도 좋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기업과 금융사 제외,
응답 기업은 100개)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6일 발표했는데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31%에 달했다. 좋아졌다고 답한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업종은 내수 경기 의존도가 절대적인 건설·토목이 50%로 가장 많았다.
금속(45.5%)과 석유화학·제품(33.3%)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환율 상승을 꼽은 비중이 24.3%로 가장 높았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과 높은 차입 금리(17.7%)이라고 답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한경협은 “많은 기업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에 빠져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자금사정 조사. 연합뉴스
경제정책 불확실해 설비 투자도 급감할 듯
주요 언론매체의 단어 빈도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5년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불확실성 지수가 높아지면 설비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표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6일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365.14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는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 있던 2019년 8월 538.18이다.
경제정책불확실성 지수 추이. 연합뉴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와 국내 설비투자지수의 상관관계. 연합뉴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증가하면 국내 설비 투자는 약 6개월 뒤 8.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의 SGI는 “지수가 64개월 만에 최대치로 상승한 만큼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비 투자는 지난해 12월 대비 14.2% 줄었다.
대한상의 SGI는 “정치 불안과 대외 충격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미 계획된 투자조차 늦춰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그에 따른 충격 완화,
기업의 위험 관리 등 일관된 경제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투자은행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변화 추이. 연합뉴스
올해 성장률 전망치 발표될 때마다 하락
기업들이 예감하는 경제 위기와 불안감은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발표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추이에도 나타난다.
연합뉴스가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인용해 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 달 만에 또 하락했다. 지난 1월 말은 1.64%였는데 2월 말은 1.55%로 하향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에서 1.5%로, 씨티가 1.4%에서 1.2%로, 노무라가 1.7%에서 1.5%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직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