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8월 15일 입니다.
등산객들이 우리집에서 잠을 자는 날이 많습니다.
내가 마당에 전등을 켜 주면 온갖 날벌레들이 가득히 몰려와 전구 주위를 맹렬한 속도로 도는데
그 조그만 벌레들이 어떻게 동작이 저렇게 빠르면서 충돌도 없이 도는가 감탄을 합니다.
그러다가 정말로 충돌로 해서인지 땅에는 많은 벌레들이 떨어져 쌓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밖의 화장실 앞에도 전등을 켜 놓는데, 그러면 어디에서 날라왔는지 생전 처음보는 손바닥만한 나비들도 날라오고
이름도 모를 각종 곤충들이 다 모여 드는데 엄청 납니다.
그리고 화장실 벽에도 새까맣게 달라붙는데 그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합니다.바닥에도 떨어진 벌레들이 쌓입니다.
그리고 사방에서 벌레들의 노래소리가 얼마나 웅장하고 장엄하게 들려오는지
`와르르 ♪`음악을 연주합니다.
나는 낮에 풀밭의 돌멩이를 들어 봤을때 거기에는 귀뚜라미가 여러마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니 땅 한평 안에는 수많은 곤충들과 벌레들이 가득한 것입니다.
나는 벌레들의 음악 소리에 반해 한 밤중에 숲속에 나와 서성이며 수천 수만평의 공간에 가득한 벌레들의 합창 연주 소리에 놀라 귀를 기울입니다.
왕귀뚜라미가 트럼펫을 불고
긴꼬리색새기가 제1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베짱이가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큰여치가 콘트라베스를 연주하고
방울벌레가 비올라를 연주하고
모대가리 귀뚜라미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이름도 모르는 각종 벌레와 곤충들이 모두 연주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대자연의 교향곡이 아닌가?
나는 이슬에 젖는줄도 모르고 밤 가는줄도 모르고 한참이나 서성입니다.
나는 지금 그때 녹음기가 없었음을 안타까워 합니다.
이곳 중부지역에서는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이 대자연의 전원 교향곡을 들을 수 있고, 남쪽에서는 한달이 늦어 9월 15일 부터 10월 15일까지 깊은 숲속에 들어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곤충과 벌레들의 소리는 그들이 우는게 아닙니다.
그 소리는 그들의 짝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이며,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입니다.
내가 심어 놓은 부추밭에 부추꽃이 하얗게 피면 어디에서 날라오는지 생전 처음보는 온갖 곤충들이 가득히 몰려 오는데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나는 대낮에 부추밭에서 곤충들을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거기에는 온갖 벌들과 나비들과 천연기념물이 `장수 하늘소`도 날라옵니다.
물건너 나의 농장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옥수수들이 말라비틀어지고
콩과 참께들이 여물어 가는데 나는 큰 걱정입니다.
이 엄청난 농작물들을 내가 무슨수로 수확을 하는가 입니다.
지게로 집으로 져 나른다해도 놓을 자리가 없고 내가 다 어떻게 수확을 할 수 있는가? 내가 고민을 하자, 우리집에 왔던 풍곡 사람하나가
"뭘 그런것을 가지고 다 걱정을 합니까?'
"예?"
"걍 밭뙈기 채 팔아버려요"
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 그런방법이 다 있나요?"
라고 하자 내가 원하기만 하면 사람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자, 서로 너도나도 사겠다고 달려오는게 아닌가?
"하 이런 놀라운 방법이 있을 줄이야 !"
나는 벼도 팔고 콩도 팔고 참깨도 팔았는데 그들은 참깨의 대가 굵은 것을 보며 깨 농사를 잘 지었다고 좋아라 합니다.
그러나 사료용 옥수수는 팔지 않고 내가 지게로 따서 마당에 넣어놓자 마당에 가득합니다.
그리고 껍질을 벗겨 말렸다가 건너방에 쌓아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밤새도록 말립니다.
사료용 옥수수는 엄청 큽니다 우리가 먹는 보통 옥수수들은 알갱이가 350개가 보통인데 사료용 옥수수는 알갱이가 1000개도 넘는게 있습니다.
알이 하도 커서 닭에게 던져주자 닭들이 알을 빼 먹는데 그 알이 목구멍으로 남어가서 위에서 부딧치는 소리가 달그락 거립니다.
그리고 다 마르자 동네부인들 세명을 사서 밤새도록 옥수수알을 빼 내는데
양손에 옥수수대를 잡고 서로 비벼 마찰을 하여 알을 빼 내는데, 그것도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산더미 같은 옥수수를 큰 자루에 담는데 24자루나 됩니다.
그리고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협에 납품을 하자, 최 일등급으로 받았습니다.
고구마를 캐는데 정노인이 주고간 고구마싹을 심었을때 처음으로 비스듬하게 심는 법을 배웠는데, 지금 고구마를 캐는데 고구마가 얼마나 큰지 어린 아기의 머리통만합니다.그리고 갈라진 고구마가 무척 많습니다,.
나는 고구마가 하도 커서 한개만 가지면 일주일은 먹을 것입니다.
마당에 가득한 이 고구마를 어떻게 보관하는가 걱정을 하다가
그때는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소를 한두마리씩 키웠기에 모두 가져가 먹이 하라고 하자, 그들은 신이 나서 줄기까지 다 걷어 갑니다.
이 고구마는 껍질이 하얗습니다.
지금도 그런 종류가 있는지 시장에서 살펴봐도 없습니다.그렇게 하여 나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해의 추수를 다 마쳤습니다.
내가 감가상각비를 계산해 보니, 너무 지출이 많아, 기절할 정도 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가?
이제부터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맘대로 농사를 지어야 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때는 매달마다 한번씩 반상회를 하는데, 나 보고도 꼭 참석을 하라고 합니다.
밤 10시부터 12시가 넘게 반상회를 하는데 반상회인지 잠담을 하는 회인지 아무 계획없이 농사 이야기만 하다가 헤여집니다.
내가 집으로 오려면 길이 두갈래 입니다.
하나는 계곡 따라 항상 다니는 길이고
다른 또 하나의 길은 산중턱의 길로 가는것인데, 밑에는 계곡물이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어느날 자정이 넘은 밤중에 산길로 가다가, 밑의 계곡을 내려다 보는데, 계곡의 물이 흐르는 자갈밭에 늘씬한 미녀가 옆으로 팔을 괴고 누워 나를 올려다 봅니다.
가뜩이나 무서웠는데 미녀가 벌거벗은 체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너무 무서워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둘리고 빨리 집으로 갑니다.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니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마구 달려 집에 왔습니다.
숨이 차서 가슴이터져 죽을것만 같습니다.
나는 무서움을 잘 안타는 사람인데 그날은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내가 그 자리에 가 보니 미녀는 무슨 미녀인가?
자갈밭에 물이 얕게 흐르는데 큰돌 작은 돌과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달빛에 그런 현상을 들어낸 것 뿐인데 나는 정말로 미녀가 나를 바라봤다고 착각을 합니다.
(계속)
첫댓글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마시며
폰을여는 시간에 형광등님 글이 올라와서
시간대로도 참 좋읍니다.
가을날 풀벌레 소리들이 들려올 즈움엔
나락이 하나씩 패기 시작 하였지요.
이곳에서 처음 집을사서 이사를 갔는데
마당 잔디밭에 메뚜기 들이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형광님 전원생활은 저에게 대리만족을
주어서 읽을때엔...
마치 제일인양 설레이기도 합니다.
아유 무악산님 어서오세요 저를 닮으면 어쩝니까?
저는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그냥 순수하기만 한데요 하하하
많은 분들은 재가 왜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제 과거 이야기를 매일 쓰는지
잘 모르실 껍니다.재가 비록 보잘것 없어도 양심하나만은 바르고 미움이나 비난이나 분노따위는 이미 버린지 오래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제 정신이 옳바르다는 것을 알기에 글을 습니다.제가 53살에 결혼을 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나는 아내를 사랑하며 미움이나 거짓 따위나 분노는 전혀 없이 살아왔습니다. 하하하 별난 사람이지요,Believe it or not
@형광등등 믿거나 말거나가 아닌 진실 그대로
이십니다.
저는 군에 입대 할때까지 농사를 하였기에
농군들 이야기 읽어보면 진짜 농사꾼
인지를 금방 알아차립니다.
천성이 좋으시기에 복을많이 받고 살아
오셨읍니다.
늦은결혼 이셨지만 벌써 30여년을 결혼
생활 하셨으니 다른분과 같은 생활을
하신것 입니다.
형광등등 님 글을 읽다 보면 그 정경이 떠올라 힐링이 됩니다.
계곡물을 따라
맑은 기운이 마구 흘러나오는 듯 합니다. ㅎㅎ
늘 형광등등 님 글을 읽으며 아침을 열어가니
참 상쾌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송초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썩 좋은 글도 아닌ㄷ 계속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님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써야갰다는 생각이 들어요
깊은 산골 청정지역에 사시면서 오롯이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시는 형광님 시멘트처럼 삭막하기만 하다는 도회지 생활을 하는 제게 형광님 글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져 매우 좋습니다. ^^~
순수수피아님 어서오새ㅔ요 감사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고요? 하하하 참 고마운 말씀입니다
농사도 잘되고 모처럼 행복모드 입니다
혜자님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좋은 주일 되시고요 ^)*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골에 살던 어린시절에 흔히 귀신만난 사건을 이야기 하던데 그런 것이었군요~
나국화1님 어서오세요 감사하니다.
귀신이요? 하하하 착각이랍니다
항상 기다리는 글입니다
벌레들의 오케스트라 대단했지 싶습니다
농사의 어려움이 보이고요
내일의 글이 또 기다려집니다
달아달아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조금씩 어려움이 다가올것입니다. 하하하 미리 겁내지 마세요
시골의 여름밤!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개골개골 노래하고
각종
곤충들의 합창곡들
듣고 자랐던 한 사람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멋진 곳인데....
모르고 자랐지요
강원도의 산골짜기는 더 더욱 멋진곳이
아닐까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예 사랑벼리님도 좋은 주일되시고요
강원도 산골은 그래도 오염이 덜되어 그렇지요
ㅈ;금이라도 농약 비료 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자연속에세 .벌레들의 오케스트라 향연 이 있었군요.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지요. 현대는 환경 이 열악해 져가고 있습니다.오솔길 대화 하며 걸어가는데.스피드 시대라 삭막 합ㄴ다.좋은 하루되세요.
다행복니;ㅁ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무당벌레 노린재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하하하
풍뎅이 떡정벌레들도 많고 송충이도 엄청 많았는데 다 그리워요
미녀가 아니라 여자가 그리웠나 봅니다 ㅎㅎ
헛 것을 여자로 보다니
전 여직 살아도 헛 것으로 남자를 못 보았는데 ㅋ
ㅎㅎ 저도 여짖껏 헛것을 남자로 보지못했네요 ㅋ
하하하 운선님 왜 이러세요? 저는 여자에 대하여 관심이 없어요 하하하 고자인가봐요
오래전입니다 ᆢ
속초에 갔다 정선으로
넘어가는데 길을잘못ᆢ
구도로 로 갑니다
비는부슬 부슬 오고
너무 무서운데 나무에
한밤중인데 하얀 비닐이 나무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밤에 무서운데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ᆢ
형광등님 ᆢㅎ
무서움 이해됩니다 ㅎ
글 감사합니다 ,,,,
하하하 그 비닐 귀신이 달려들면 어쩌려고 그리가셔요? 하하하
어둠이.란게 싫지요 빛이 훨씬 좋습니다 감사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서오세요 연누리님 감사합니다.
정겨운 님의 글을 읽으며 제가 행복해 집니다.하하하
밤 12시면 제가 또 글을 올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