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에서 강제경매로 새 주인을 찾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이 지난해 들어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깡통전세 사태 여파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강제경매로 처분되는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빌라촌 전경 (사진=이데일리)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은 총 3155건으로 전년 1222건 대비 2.58배나 늘었다.
해당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로 2000건이 넘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20년 604건 △2021년 810건 △2022년 1375건 등 최근 수치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강제경매는 채무자(집주인)가 전세 보증금 등 채권액을 변제 기일까지 갚지 못할 경우 법원이 부동산을 압류한 후 경매를 진행해 매각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강제경매에서 채권자는 통상적으로 해당 건물에 거주 중인 세입자다.
이처럼 서울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되는 물건 수가 급증한 것은 2023년 서울 일부 지역의 비아파트 매매가 하락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별 통계를 살펴보면 강서구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된 집합건물은 2023년 284건에서 2024년 1002건으로 약 4배 뛰었다. 빌라촌이 많은 강서구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이다. 마찬가지로 저렴한 원룸이 많아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등도 같은 기간 강제경매로 매각된 물건이 2~3배 늘었다.
이같이 다수의 매물이 강제경매로 내몰린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고 물건을 경매에 부치거나 직접 경매에 뛰어들면서 강제경매 물건이 매각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예전에는 깡통전세와 관련된 경매 물건은 낙찰금액 외에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까지 부담해야 해 낙찰자 없이 유찰이 계속됐다”며 “이제는 HUG가 직접 물건을 낙찰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강제경매로 새 주인을 찾는 건수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이러한 강제경매 매물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에서 강제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은 전년 5834건 대비 50.2% 뛴 8763건으로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다 수준이다. 새 주인을 찾는 물건이 는 만큼 강제경매를 앞둔 물건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여전히 시장에 많은 물량이 쌓여 있고 깡통전세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도 많아 강제경매 건수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