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주
장 옥 관
따듯하게 데워 먹어야 한다 엿기름 우린 물에 밥알 삭힌 감주 감주는 단물이 아니라 삭힌 밥알로 먹어야 한다고 일러준 사람 북에서 온 사람이었다 '타는 듯한 녀름볕'이 아니라 '쩔쩔 끓는 아르궅*'에서 먹는 게 냉면이라고 일러준 사람 얼음 띄운 감주 마시며 생각한다 그이들은 아직도 냉면과 만두를 빚어 먹을까 온가족이 두리반에 둘러앉아 감자농마국수 먹거나 가자미식혜, 숭엇국, 어죽, 온반을 즐기고 있을까 그러나 내 인식의 동토에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감주을 마시다 새삼 떠올리는 소월의 거리 춘원의 거리, 백석의 거리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 아무리 철조망 치고 콘크리트 갖다 부어도 서정의 영토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누가 지워버린 걸까 달고 시원한 단술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 백석의 시 <국수>에서 빌려옴.
- 시집〈사람이 없다고 한다〉 문학동네 -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 예스24
“파르라니 실핏줄 돋은 어스름 속으로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애도의 조종(弔鐘)을 새벽의 풍경(風磬)소리로 바꾸어내는 시력(詩歷)등단 35주년을 맞은 장옥관 시인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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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시집 〈사람이 없다고 한다〉 문학동네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