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논현동에 있는 남동문화예술회관 갤러리 화.소(관장 박은희)에서는 사진가 이상봉의 '잠상' 초대전과 그가 강의해온 사진반 수강생들의 사진전이 함께하는 전시회가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오픈식에는 지역인사와 원로사진가, 사진관계자, 혜광학교 사진부 학생들이 참여하여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각장애인 프로젝트 사진가 이상봉의 '잠상'(나, 드러내기)는 2010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전시했던 사진들을 모아 특별한 12월 초대전으로 열렸다. 잠상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의 삶에 내재되어 있는 꿈과 희망을 표현한 장애인 프로젝트이다. 제1회 전시회는 다큐멘타리 영화로 만들어져 2011년 전국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영어제목 'Latent Image', 중국어 제목 '潛像', 한국어 제목 '나, 드러내기'로 이번 전시장에서도 상영 중이다.
사진가 이상봉은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에는 서로 동일시되는 중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스스로 함께하고,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어 일반인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중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이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를 숨기지 않고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어우러지다보면 그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울려 함께 살고 있는 자신과 이웃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
▲ 잠상 - 나 드러내기 - 이상봉 초대전 |
ⓒ 이상봉 | 관련사진보기 |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에 대해 위로해주고 어떤 방향성까지 제시해 준다면 우린 그런 사람과 분명 친구가 되거나 삶의 멘토가 되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사진가 이상봉의 '잠상' 전시는 자신의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며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선생님. 그래서 사진 속의 아이들은 밝고 환하다.
전시 중 사진을 구경하러온 관객이 십여 년 전 병원에서 자신의 아이와 투병생활을 함께했던 아이가 액자 속에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미 이 세상에 있지 않음에 또 한 번 애끓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전시 중 사진 속의 한 소녀가 뇌종양으로 하늘나라로 가서 관람객과 주변인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함께 슬퍼하였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행복했으나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엔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과 다시 못 볼 긴 이별을 하고 먼곳으로 가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사진은 이처럼 기록성이 있는 매체이며 시간적인 아픔을 담고 있다.
'한 번은 ... 내게 이런 일이 있었다' 남동예술회관 사진반 강사인 이상봉은 이러한 시간성을 근거로 사진을 풀어나갔다.
"사진은 시간을 잡아둔다. 사진 속의 사람과 사건은 시간의 허상이다. 찍히는 순간 이미 그 순간은 소멸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여 과거 기억의 한 파편으로 남겨진다. 시간이란 과거로 다시 회귀할 수 없는앞으로만 가는 열차임이 틀림이 없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사진은 시간과 잘 어울리는 매체임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리고 빔 벤더스의 <한 번은(Once)>이라는 사진집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수강생들에게 한 번은 내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일상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기라고 했다.
"이 책에는 한 번은 내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다양한 내용의 사진과 글이 담겨져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은 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아름답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진실한 행위다."사진반 학생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의 남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한 번은 내게 이런일이 있었지...'라는 주제로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똑같은 이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사진과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공감하였다. 마치 바르트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슈만의 '아침의 노래'를 떠올리듯 서로를 알아보고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작품감상 |
▲ 그 녀를 운좋게 찍다 한 번은... 친구가 말했다. "난, 바람이 정말 좋아." 순간, 그녀는 조금 펄럭였고 나는 운좋게 그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
ⓒ 이재은 | 관련사진보기 |
|
▲ 종이학에 담긴 소년의 사랑 한 번은... 까까머리 중학교 소년은 소녀에게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서 주었다. 소년은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사랑의 싹에 물을 주어 싹을 틔운다. 세월이 흘러 숙녀가 된 소녀는 청년이 된 소년을 위해 빼빼로를 만든다. |
ⓒ 이연옥 | 관련사진보기 |
|
▲ 문경에서 한 번은 문경에 갔다. 가을도 다 지나간 듯... 마을 담 밑에는 떨어져 쌓인 낙엽 속에 여전히 푸른 이름 모를 풀들이 있고 마당엔 마당에 쓰러질 듯 서있는 나무 한 그루. 그리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다음날 날이 꾸물꾸물 거리더니 첫 눈이 왔다. |
ⓒ 김동후 | 관련사진보기 |
|
▲ 이방인과 함께 하는 삶 한 번은... 무심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하나둘씩 내 생활에 들어온 이방인들. 그들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네들을 위한 전화카드,식당,헌 옷... 힘들어 보이지만 그들끼리 이사도 하고, 그들을 위한 상점도 하나 둘 생긴다. 나도 그 속에 들어가고 있는 걸까? |
ⓒ 홍춘기 | 관련사진보기 |
이상봉 프로필 |
1954 대전출생 1981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약력 현재 '사진공간 배다리' 대표 장애인 사진협회 부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시각장애인 사진동아리 '잠상' 지도 남동문화예술회관 공연예술 아카데미 강사 인천혜광학교 교사 2010 장애인 문화예술 대축제 '다양한 시선 사진전' 초대작가 2013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전시 총감독
저서 사진이 있는 에세이집 '안녕,하세요? 2011 - 출판사 공간루 폐허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2013-출판사 사진공간 배다리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하세요!' 출연(사진전 'Latent Image'가 영화화 됨)
개인전 2012 '안녕,하세요!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2011 '潛像 2nd'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 2010 '潛像 Latent Image -나, 드러내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대전계룡병원전시지원
초대전 2012 '안녕,하세요!' 공간루 정동갤러리, 서울 2011 '잠상' 부평도서관, 인천 '潛像 2nd' 공간루 정동갤러리, 서울 2010 '나,드러내기 '인천수봉도서관,나눔누리, 인천장애인 문화예술 국민대축제 이화여고 갤러리, 서울
순회전 2010 'Latent Image -나, 드러내기' 공간 루, 서울.
단체전 및 기획전 참가 2011 갤러리 공간루 소속작가 5인전, TRACE 공간루 - 서울 외 다수
전시기획 2013 '문학과 사진' 전국 작가 공모 전시,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괭이부리말 기차길옆 공부방 '유동근사진전'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2012 사진그룹 '빛과 공간' 소속작가전 '환생'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인천현대사진포럼 7인전 '문학 속의 인천' '날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인천 최민식 사진전 'Human'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류은규 사진전 '청학동' 사진공간배다리, 인천 김석배 사진전 '73년의 흔적'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성남훈 사진전 '집시의 시간'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2011 단 하루의 전시 '잔치', 아벨전시장, 인천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