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이러시 강의 비밀
샤르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이 길고 규모가 큰 강들이 흐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둔이러시 강이 가장 길고 규모가 컸다.
둔이러시 강은 그 길이가 30만 km에 달하고 사방으로 지천이 흐르고 있는 대규모의 큰 강이었다.
둔이러시 강의 원류는 주스니라 산의 깊은 계곡에서 시작되었고, 본류는 늡이구스 초원의 한 복판을 가로지르며, 신경망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지류들은 초원의 밀림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닙이누시 산에서 흘러나오는 폭포수의 물결과 합해지기도 했다.
원류와 지류의 흐름이 거미줄처럼 얽혀진 복잡한 강이었고 강줄기를 따라 미로처럼 발달된 대자연의 경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둔이러시 강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두 개의 원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 또 다른 제2의 원류는 푸스주스니 산에서 발원되고 있었다. 즉 쌍둥이 원류의 발원지를 가진 강이었는데, 그래서 강 이름조차 쌍둥이란 뜻의 둔이러시라고 했다.
이렇게 거대한 지류와 본류의 물줄기들은 지칠 줄 모르고 서쪽으로 계속 흘러가서 결국은 푸스효시라는 거대한 해양과 만났다. 푸스효시는 우주항공장으로 이용되는 인공섬이 떠 있는 바다로 샤르별에서 널리 잘 알려져 있었다.
둔이러시 강이 발원되는 주스니라 산은 샤르별에서 가장 성스런 영산으로 여기는 정신적 지주의 발원지라 할 수 있고, 푸스효시 바다는 무변광대한 우주를 향한 꿈의 요람이 띄워져 있는 장소란 점에서, 이 두 성지를 연결해서 흐르는 둔이러시 강의 의미는 샤르별 인류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둔이러시 강의 상류에는 샤르별의 제2의 도시 뵤시럿이가 자리잡고 있고, 하류에는 사소디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두 도시야말로 샤르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문명의 발상지로 그 이름을 날리면서 우주문명의 메카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소디먀 도시의 역사는 5만 년 이상 긴 과거로 돌아가고, 그때부터 샤르별의 정신세계와 삶의 질을 가름하는 문명의 현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오늘날의 4차원 문명세계까지 돌입해 왔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말하자면 샤르별에서 발생한 4차원 문명세계의 씨앗이 발아된 근원지는 사소디먀 도시였고, 그 사소디먀 도시의 문명을 잉태시킨 모태가둔이러시 강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둔이러시 강을 생명의 젖줄 뿐 아니라 문명의 모태로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잘 가꾸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물을 생명의 원천이요 생명의 창조력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둔이러시 강 뿐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강줄기와 하천들까지 포함해 생명의 젖줄처럼 아끼며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모든 강줄기들은 어디서나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흐르며 자연의 신비를 연출하는 생명의 강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30만 km에 이르는 둔이러시 강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위용이 엄청났다. 동맥과 신경망처럼 사방으로 이어지는 지류와, 꾸불꾸불 초원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규모의 강세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 비행체를 보트처럼 강물에 띄우고 수십킬로미터씩 떠내려가며 탐사도 하고, 둔이러시 강의 상공에서 멀리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강줄기를 망원장치로 살펴보기도 했다.
강물의 어떤 지류에서는 끝도 없는 밀림이 우거져 강줄기를 삼켜버린 듯 뒤덮고 있기도 했고, 대나무 보다 크게 자란 갈대의 숲이 수 킬로미터씩 이어지면서 다양한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수백만 종의 물고기와 수중 생명체들, 강기슭에 새까맣게 몰려다니는 조류들은 보기만 해도 환희가 넘치는 생명의 물결들이 아닐 수 없었다.
둔이러시 강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깊고 끝없는 밀림 속으로 묻히고 있었다. 강물의 상류를 삼키고 있는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서 하늘도 보이지 않았으며, 괴물처럼 생긴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불청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특별한 준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탐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지대가 아닐 수 없었다.
춘우셔시 비행체를 몰고 겨우겨우 밀림의 사이로 빠져 다니면서 대충 살펴보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들이 천태만상의 생태계를 이루며 자연의 신비를 연출하고 있는 대자연의 숨결 앞에 저절로 몸이 낮춰졌다.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서 샤르비네는 또 놀라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 밀림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투명생명체들에 대한 궁금증을 샤르비네에게 질문했다.
“투명생명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텐데 샤르별의 인류들이 어떻게 알고 발견할 수 있었소? 혹시 그건 전설로 내려오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오?"
“투명생명체들은 결코 전설처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이며, 지금도 밀림을 방문한 탐사대들 앞에 출몰해서 한바탕씩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답니다."
“그러면 투명생명체들에게 탐사대원들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피해는 가하지 않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장난을 투명생명체들이 짓궂게 걸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우리 지구에는 도깨비나 유령 같은 존재들이 있어 인간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오?"
"샤르별에도 도깨비나 유령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투명생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현상들이랍니다.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는 눈으로 확인도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어떤 방법으로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오?"
"파장이나 음광증폭기를 이용하면 맨 눈으로 보이지 않던 투명생명체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음광증폭장치는 볼 수 없는 빛과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랍니다. 즉 인간의 감각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세상의 빛과 소리가 음광증폭장치를 통해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투명생명체들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그러면 투명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현실세계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현실세계의 존재들이란 뜻이 아니오?"
“현실세계의 질서를 벗어난 제3의 현실세계 존재들이 투명생명체들이지요. 제3의 현실세계는 현실세계와 물질구조가 다른 자연세계가 존재하여 인간의 감각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나 제3의 현실세계 법칙도 우주의 법칙에서는 벗어나지 않지요."
“그렇다면 제3의 현실세계는 현실의 삶과 공존이 가능하오?"
“공존은 가능하지만 현실세계의 질서에 간섭을 일으키지는 않지요. 그러므로 없는 듯 존재하는 세상이 제3의 현실세계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공존하면서 서로는 없는 듯하고 부딪쳐도 아무런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의 관계란 뜻이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서는 현실세계의 존재들과 제3의 현실세계 존재들인 투명생명체들이 서로의 정체를 노출시키며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 대하여는 샤르앙의 의문이 커지겠지요?"
“의문보다는 무한한 호기심이 발동되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곳은 특수한 자연의 질서에 의해서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가 교차되는 경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주는 본래 다차원의 현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 샤르별에도 다차원의 현상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다차원 세상과 연결되는 미로의 통로나 교차로가 원시림이나 밀림 속에서 발견되곤 하지요. 투명생명체들의 출몰현상은 미로의 교차로에서 발생되는 특이현상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현실세계와 제3의 현실세계 현상은 지구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인데 샤르별에는 별 신기한 현상들이 다 공존하면서 특별한 세상을 가꾸어 가는 것 같소."
“샤르별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미로의 세계인 제3의 현실세계는 얼마든지 현실의 삶과 공존하면서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 믿어요. 이름하여 너시러시존 현상이지요.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로인 너시러시존에서는 처음 당하게 되는 경우에 많은 혼란과 착각을 야기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한 경우에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느껴지게도 만들고 착시나 환상을 보는 것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러한 사유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도 지구에서 너시러시존 현상을 경험한 기억이 있소. 어떻든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또 다른 제3의 현실세계가 존재하면서 우주의 법칙을 이어가고 있다니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느껴지오."
이런 대화를 나눈 끝에 샤르비네와 나는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신기한 현상들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광증폭기라는 장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샤르비네가 쿠디처 초원에 위치하고 있는 우주 생명공학연구소로 지원을 요청했다.
우주 생명공학연구소는 인조인간과 인조생명체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도 유명했다.
우리들이 자가용으로 몰고 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에 설치되어 있는 화상통신 장치를 통해 우주 생명공학연구소에 통신을 보내고 나서 잠시 후에 음광증폭기가 우리들 앞에 도착했다. 음광증폭기는 누주시 무인 통신장비에 실려 배달되어 왔는데 포스머스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투명생명체들이 출몰하는 현장에서 음광증폭기를 작동시키니 이제까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현상들이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며 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소위 말해 제3의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의 모습도 보이고 제3의 자연세계 현상들도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제3의 현실세계는 다른 말로 투명세계라고 부를 수도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투명세계가 현실세계와 공존하면서 또 다른 우주질서를 펼쳐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투명세계에는 분명히 현실세계의 물질구조와 또 다른 물질세계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또 다른 생명체들이 투명세계의 주인공으로 또 다른 삶을 펼쳐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투명생명체의 출현과 함께 투명세계의 비밀이 벗겨지고,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는 셈이었다.
인간이 만약 증폭장치처럼 증폭된 시각과 증폭된 청각을 소유하고 있다면 투명세계의 투명생명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