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세훈 서울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가를 호소하며 시장 직을 걸었다. 눈물 콧물에 무릎까지 꿇는 쇼맨십을 발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안간 투표율이 제고 되리라는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걸고 말 시장 직을 미루고 미루다 마지못해 건 오 시장의 졸렬함도 문제지만 주민투표 강행과정에서 보이는 특정 집단의 눈치작전과 음모를 본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 며칠 전 오 시장은 대권 출마를 포기한다고만 선언, 그가 시장 직까지 걸고 주민투표에 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주시하던 시민들을 실망시켰고 게다가 그의 대선출마 포기 선언마저도 이재오 특임장관과 의논 끝에 나온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 실망은 더 컸었다.
어제 오 시장이 자신이 시장 직을 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또 다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와 과연 그가 신념이나 주견이 있는 정치인인가를 의심케 했다. 처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결정할 때 국가의 미래까지 들먹이던 호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여당 곳곳을 기웃거리며 주민투표 결과에 따르는 자신의 거취를 묻고 다니는 오 시장의 모습이 비루하게 비친 게 사실이다. 결국 오 시장의 행적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와 강행 결정 과정 모두가 오 시장의 우국충정은커녕 청와대와 친이 수뇌부 등이 공동으로 꾸민 모사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게 됐다.
무상급식 문제는 어디까지나 해당 지자체의 사안이라며 일찌감치 선을 그어버린 박근혜 전 대표, 우리는 환경급식을 하고 있다며 발을 빼버린 김문수 경기지사, 그리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최고위원과 친박을 뺀 나머지 모두는 오 시장의 결정을 묵인하고 있었고 대선불출마 선언이 나오자 나경원 최고위원은 드러내 놓고 박근혜 전 대표를 원망했다. 대선불출마 선언에서도 승산이 보이지 않자 결국 시장 직까지 걸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한다.
대통령까지 나선 복지 포퓰리즘과의 싸움, 이 싸움은 결국 친이 권토중래의 마지막 카드였다. 친이 재 결집에 의한 오 시장의 승리라는 계획이 제대로만 성사되면 친이는 다시 한 번 보수 리더 자리를 되찾고 친박을 다시 소수파로 몰수도 있었다. 오 시장 지원을 천명한 홍 대표의 위치는 공고해지고 공천권 장악에 걸림돌이 없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실패하더라도 보수 대 좌파의 전쟁을 외면한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대세론을 뒤집어엎을 묘수가 될 수도 있고 하니 그때까지만 해도 시장 직까지 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 오 시장을 계백으로 지칭하며 박 전 대표를 원망한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그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그렇게 앞뒤를 뜯어 맞추고 보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친이의 꽃놀이 패였다. 오 시장을 한껏 띄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고 한편 박 전 대표를 물 먹일 절묘한 계략이었다. 목적이 딴 데 있느니만치 박 전 대표가 나서도 좋고 안 나서도 좋다. 박 전 대표가 나섰다가 패했을 경우, 박 전 대표도 별것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니 좋고 안 나서면 안 나서는 대로 보수 결집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사람으로 몰아붙여 국민의 반감을 사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박 전 대표 도움 없이 승리하여 오 시장이 한껏 뜨게 된다면 친이의 미래는 찬란해진다. 그것이 청와대와 친이 그리고 상도동의 백일몽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무상급식이 문제가 됐을 때 친이는 이 문제를 다시없는 호재로 봤을 것이다. 청와대가 뒤에서 밀어주고 언론을 동원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좌우 대결로 몰아붙인다면 승산이 충분한 것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보수 대 좌파의 대결로 몰아가는 사이에 싸움의 주도권은 친이가 쥐게 되고 눈 깜빡할 사이에 친박을 별 볼일 없는 소수집단으로 밀어 버린다는 전략이었는데 아뿔싸 물 폭탄이 서울 한복판에서 터져 오세훈이 궁지에 빠지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0억 비자금 설이 YS의 입에 재갈을 물려 놓는 바람에 전략 전술이 다 틀어지고 말았다.
산사태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주민투표 강행 입장을 밝힌 터, 시치미를 때고 있던 청와대도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총력을 기울여 밀어주겠다는 청와대와 친이의 다짐 속에 설마 시장 직까지 걸게 될 줄은 모르고 착수한 오 시장이겠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게 됐다. 하는 수 없이 대선불출마 카드를 날려봤지만 반응은 시큰둥하고 날이 갈수록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남은 건 시장 직뿐인데 실패하는 날엔 별 수 없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는 날엔 세빛 둥둥섬, 한강르네상스 등 의혹 때문에 곧장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도 모르는 오 시장이다.
그래서 불초 산지기는 추리한다. 오 시장이 홍 대표와 만나 의논한 실제 사안은 시장 직을 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시장 직을 그만 두게 될 경우, 검찰조사를 막아줄 의사가 있는가? 향후 정치판에 재등장할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인가 등 등 부정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정치판 뒤안길로 사라지는 참담한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고 다짐을 받은 게 아닌가? 바로 그 점이 오 시장이 자기 직을 걸지 못하고 미적대던 진짜 이유가 아닐까 아니면 거기서 더 나아가 혹 윗선까지 연결 된 부패사슬 실체 폭로 같은 비장의 카드를 슬쩍 내보인 것은 아닐까? 별아 별 생각이 꼬리를 문다.
마지막으로 불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의 동기를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찾는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정책에 관한 한 약속을 지킨 것이 하나도 없다. 반면에 권력형 부정부패 개입이 의심되는 사안은 부지기수고 그 성적표를 가지고 총선에 나섰다가는 참패를 면치 못한다. 그래서 택한 카드가 무상급식 문제를 빌미로 한 반전카드다. 살인적인 물가고 속에 실업자는 늘어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데도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은 중단이 없다. 여태까지 민생은 도외시한 정책만 강행해 오고도 경제가 악화된 이유를 외적 요인 탓으로 돌려 온 이명박 정권이지만 이제는 실패의 책임을 복지 포퓰리즘에 떠밀 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울며 시장 직을 거는 오 시장도 이명박 경제 실패의 희생양일 뿐이다.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국 일을 너무 크게 벌렸다. 투표율이 모자라 개봉조차 못하게 되면 바로 사퇴를 선언해야 할 오 시장의 처지도 안 됐지만 홍 대표를 비롯한 오 시장 지원파도 치명적인 정치력 손상을 입는다. 서울 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이길 확률도 희박하지만 수도권 총선이 죽을 쑤게 된다. 그래도 가장 다급한 자는 어물어물 등을 떠밀려 호랑이 등을 탄 오 시장이다. 사흘 후면 시장 직까지 날아가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오늘 오세훈 서울시장이 흘린 눈물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성자/산지기>
첫댓글 그렇게 밥주기가 싫으냐............
얼마나 진흙탕인지 똑똑한 문수 죄오는 입 딱 다물고 있지요? 발 안 담그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