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나에게 여행은 수혈처럼 신선한 의식이다.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자연이나 사물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가슴 떨리는 전율을 품어보고 싶은 발걸음에서 길을 나선다. 그러다가 여행지에서 향기 나는 사람을 만날 때는 자연이나 사물보다 더 신선한 전율에 젖는다. 돌아와서는 그 전율을 꺼내어 감사 편지를 쓰며 그 향기를 갈무리한다.
24년 4월에는 중국 장가게를 다녀왔다. 중국 대용 공항에 내렸을 때는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배가 고팠다. 그런데, 버스에 타자마자 가이드가 여행사에서 준비해 준 거라며 김밥 도시락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여행사에서요?”
하나투어 여행사에서 이런 틈새를 고려한 여행객에 대한 배려가 감동으로 안겨 왔다. 함수일 가이드님도 예사롭지 않았다. 버스를 탔다가 다시 여행지로 이동해서 내릴 때 가이드는 일행 중에 걸음이 불편한 사람을 눈여겨보고 다가왔다.
“걸음이 불편하면 천천히 다닐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하더니 지팡이를 하나 사와 손에 쥐여 주고 여행 내내 신경 써서 챙겼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행 일정에도 없는 집라인 타기를 권했다.
“여행 일정에는 없지만 제가 공짜로 태워드릴게요. 한 번씩 타보세요.”
“공짜로?”
귀가 솔깃하였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나는 중국 장가게의 그 높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데 달린 집라인에 덜덜 떨면서 올라앉았다. 출발했는데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내 평생에 집라인을 타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아들들한테도 그런 것 타지마라고 일러두었건만, 직접 도전해 보니 별것 아니었다.
‘하하, 이렇게 좋은 경험을….’ 내 안에 갇혀 한 발도 내디뎌보려고 애 쓰지 않고 살아왔던 자신이 얼마나 옹졸하게 살아왔나? 집라인에서 내려 하산하기 전에 가이드는 커피를 마실 건가, 다른 차를 마실 건가를 미리 주문받았다. 내려가는 길목에 여행사에서 설치해 둔 찻집 부스에서 공짜 차를 나누어 준단다.
‘오메, 하나투어 여행사 CEO는 대체 어떤 분일까?’
나도 CEO로 살아왔기에, 이 회사 CEO의 섬세한 배려가 우리 관광객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담겨왔다. 돌아와 가이드 칭찬을 위한 홈페이지는 물론 여행사 대표님께 감동 사례들을 12가지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대표님은 손 편지로 답례를 보내면서 상품권도 보내왔다.
‘어머, 여행사 상품권도 있었나?’
남이섬을 다녀온 감동을 대표님께 써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대구신문에 칼럼리스트로 4년간 난을 맡아 칼럼을 쓰고 있을 때라, 남이섬에 대해 쓴 글이 남이섬 직원들보다 더 홍보하는 글이었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왔지만, 이런 상품권은 받아보지 못했는데…
그래서 이래저래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든 하나투어 대표님께 답장을 보내고 싶었지만, 메일 주소를 이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런데 11월 1일에 '전지구적 하나국제 여행제'에서 '하나뿐인 고객 시상식'을 서울 일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한다며 참석 여부를 물었다. 수상자는 열 댓명쯤 되는데, 그 중에 내가 최고 수상자란다.
“어머, 그런 시상식도 있나요?”
생전 처음 듣는 소식에 성의껏 대답하고 싶었다. 마침 그날은 우리 결혼 기념일이 아닌가? 일주일 전에만 알았어도 우리에겐 더 의미있는 결혼기념일 행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11월 1일 결혼기념일 행사로 신교장 부부와 포항 송라 보경사 등산을 1박 2일로 계획하여 호텔 방까지 2개 예약해둔 상태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저, 죄송한데요. 저는 대구 살아요. 서울에는 아들이 사는데 대신 보내면 안 될까요?”
그래서 아들 부부를 대신 참석시켰다. 보내온 행사장 사진에는 <전지구적 하나뿐인 고객 시상식>이라는 행사명이 세로 현수막으로 품위있게 서 있었다. 파워포인트로 띄워 놓은 화면에는 <대표님 마음에 치명상>이라는 상명이 화면 하나를 그득 채우고 있었고, 밑에는 ‘장가게 여행 다녀와서 감동받아 대표님에게 손 편지를 쓴 고객 박경선 님’ 이라는 설명까지 적혀 있었다. 아들은, 아직 철 이른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반짝이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속에 같이 담겨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들 부부의 이름이 적힌 명패 옆에, 축하 꽃다발까지 두 다발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식탁에는 이탈리아 요리 세프가 만든 양식과 후식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아, 고객을 챙기는 데에도 이렇게까지 진심이라니!’
상품으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다려주어 고마웠다’며 스팀다리미를 받았단다.
‘어, 상품부터 센스 있게?’
그런데 아들은 이런 문자도 보내왔다.
‘본부장이란 분이 테이블에 찾아와서 인사 하시는데, 대표님이 편지 너무 좋아하셨다고,
담당지역 직원에게도 칭찬 많이 해주고 다들 너무 좋았대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답니다.’
나는 ‘치명상’에 ‘다리미’상품까지, 거기다 찾아와 인사하는 임직원의 배려까지 생각하다가 '여행사의 사훈이 뭐였더라?' 하면서 어디서 본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대표님이 보내준 상품권 담긴 봉투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꿈꾸는 대로, 펼쳐진다 > 사훈에도 철학적 깊이가 담겨 있었다. 평생 여행 다니면서 숱하게 감사 편지를 써왔지만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여행사라니! 그저 써 보낸 칭찬 편지 하나의 꼬리가 어디까지 이어지려는가? 평생 고객이 되고 싶게 만드는 이 여행사의 진정성이 점점 더 크게 내 가슴에 안겨왔다. 그리고 주최측에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다.
https://cafe.daum.net/packgungsun/kQp4/145?svc=cafeapi 사장님께 받은 손편지
https://cafe.daum.net/packgungsun/kcSn/65?svc=cafeapi 여행 후기
https://cafe.daum.net/packgungsun/kcSn/66?svc=cafeapi 4박 5일의 후기
우리 부부는 신교장 부부랑 11월 1일날 아침 보경사 앞 등산 식당에 아침을 먹으러갔다. 어제 점심때부터 이용했던 식당이라 아침을 예약해두고 갔다. 그런데 들어서니 주인은 없고 가게 문은 열려있었다. 조금 있으니 사장님은 텃밭에가서 채소를 뜯어오고, 여사장님은 청하시장에 새벽 장을 봐서 왔다. 이렇게 60대 부부가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고 '저러다가 누구 한 사람 아파 눕기라도 하면 어쩌누?' 걱정도 되고 안스러워서 돌아와서 식당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가 식당 이용 후기를 남겼다. 어디든, 내 발길이 닿은 곳에서 인연 맺은 사람들은 내 글속에, 내 마음 속에 걱정과 애정으로 담겨 있다. 등산식당 사장님도 문자를 보내왔다. '네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내년에 또 오시길 기다릴게요.'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하나투어 대표님도 우리의 이런 사정을 아시면 그 빛나는 여행제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해주시고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12. 2024.11.2.)
첫댓글 우와 이런 고객이라니 저라도 상 주고 싶네요
가끔 박경선선생님의 열정이 저같은 사람에게는 극성으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저같은 귀차니스트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서요
이런 열성이라야 꿈꾸는대로 펼쳐지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