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선은 긴 잠에 빠져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진남 역 레일 자전거 의 폐달을 밟으며 풀들에 가려진 녹슨 선로를 바라보며 살아있는 그 무엇도 품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문경선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것이 아니다.
아직 문경선은 살아있다.
질긴 생명의 근원처럼 떠나버린 철마의 자락 끝을 잡고서 그렇게 열차운행 역으로 영업 중이다.
물론 화물열차의 평일 하루 한번 운행이지만..
점촌 역 에서 주평 행 완행버스를 타고 10분을 달리면 찾을 수 있는 문경선 첫 번째 기차역인 주평 역..
1995년 3월 문경 역 그리고 점촌 역 구간을 오가던 두 칸의 비둘기호 동차의 기적소리도 엔진소리도 멎어 버린 채 긴 기다림의 나락으로 빠져있던 문경선의 유일한 오아시스 같은 살아있는 주평 역은 부근의 시멘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수송을 위해 화물 취급 역 으로 운영 되고 있다.
일요일 낮..
소백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가을 찬 바람 속 인기척도 없는 주평 역 대합실로 들어섰다.
화물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에만 점촌 역에서 역무원이 파견 나와 근무를 한다고 한다.
오늘은 역 전체가 가을바람 속 침묵에 잠긴 채 낯선 이방인을 맞았다.
커튼이 내려진 매표소..
“문경 역 한 장 주 세요”
“10분 뒤면 열차가 오니깐 플랫폼으로 나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작은 마분지 조각의 붉은색 국유철도 마크가 새겨진 오늘 하루만 유효한 글이 찍힌 문경 행 비둘기호 승차권을 손에 꼭 쥔 채 개표구 출입문을 열고 정거장으로 나간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
오늘따라 찬바람이 더 이상 가을이기를 거부 한 채 초겨울의 문턱으로 세상을 끌어놓은 듯 하다.
흙먼지 날리는 정거장..
통 표 걸이를 지나 벤치하나 없는 정거장 한가운데 서서 진남방향으로 바라보니 소백산으로 향해 뻗은 레일은 미지의 세계로 이어진듯하다.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 레일 옆에 버려진 플랫폼 역명표시..
아주 쓸모없는 건 아닐 텐데..
2014년이면 다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때까지의 휴식일까?
정거장은 얼마나 사람의 발길이 끊겼을까?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 다시 말라버린 풀들로 가려진 소백산 자락으로 이어진 철길을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리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