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음악회

[후리지아]

지난 토요일이었답니다.
영주에서 소백산 철쭉제 행사가 열리고..그 일환으로 '2002 푸른 음악회'가 열였지요.
시간은 토요일(25일)저녁 7시..장소는 영주 서천강변 둔치 (파란 잔디밭)..
저녁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남편과 슬슬 걸어서 둔치까지 갔답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강쪽으로 설치된 무대.. 그리고 대형스피커..
그 앞으로 준비되어있는 수많은 의자들.. 거기엔 이미 발빠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앉아있었어요.

파란 잔디위로 지는해가 만들어놓은 노을빛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경치가 되더이다.
사람들은 모두들 기대감에 부풀어 있고.. 남편과 나도 비스듬한 언덕위에 자리를 잡았지요.
질서가 그런대로 정연해지고... 그 많은 사람들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시작을 알리는 연주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지요.

영화 시네마천국중 '사랑의 테마'가 은은하게 잔디밭에 울려퍼지고.. 뒤이어서 'Yellow Submarine(노란 잠수함)'이 흥겹게 울리자 관중들은 하나가 되어 다같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흥겨워했지요.
곧 성악가들의 가곡이 이어지고..김경희 ..김미자..박인수..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줬지요.
옆에 함께 앉은 남편과 서로 눈을 마주쳐가며 그렇게 초여름의 닮콤한 밤은 깊어가고 있었답니다.

제2부 순서는 대중가수들의 공연이었지요.
우선 오케스트라가 드라마 '피아노'의 주제가 '내 생애 봄날은'을 연주했고.
곧이어 최유나가 아름다운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서 그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흔적' '와인글라스' 그리고 앵콜곡으로 신곡들 불렀지요.
하느작 거리는 허리춤을 추면서 산들산들 노래를 하는데... 수많은 관중들이 그냥... 뻑 가더라구요.
우린 너무 멀리 앉아서 그냥 박수로만 호응을 했지만 앞좌석의 열성팬들은 일어나서 춤도 추고 악수도 나누고요..
그 다음에 귀여운 문희옥의 출연... 잠자리 날개같은 이쁜 드레스로 사뿐사뿐 나오더니 얼마나 애교스럽게 사람들을 녹이는지 원.. 그렇게 이쁠 수가 없더이다.
하긴 시골에서 그런 가수들의 공연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군중심리라는게 참 굉장하더이다.
박수에 환호성에 어깨춤에 강변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문희옥의 열정적인 무대매너는 그 가수를 다시 보게끔 했지요.
너무 이쁘고 귀여운 가수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답니다.
'성은 김이요' '정 때문에.' 그리고 앵콜로 부른 '사랑의 거리'는.. 가사를 한 부분 고쳐 부르는 바람에 관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기에 충분했지요.
"여기는 남서울 영동' 인데..'여기는 경상도 영주... 사랑의 거리" 이렇게 불렀거든요?
와.... 문희옥 화이팅!!! 짝짝짝..
우리 남편도 그 무뚝뚝한 입에서 한소리 하더이다.
"문희옥... 참 이쁘게 논다.. 그지?" 허허허.

그다음 마지막 가수... 한국 트로트의 황태자.. 설운도...였지요.
젊잖은 그의 이미지답게 조용히 서서 상체만 살짝 흔들면서 '애인이 돼주세요'와 '누이'를 불렀지요.
앵콜곡으로 부른 '상하이 트위스트'에서는 아주머니 관중 한 분이 무대위로 올라가서 함께 그 멋진 트위스트를 췄답니다.
열광의 도가니... 그런게 공연문화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같이 한마음이되어 함께 노래부르고...
이웃이라는 친근함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서 하나가 되는거요.
참으로 즐겁고 신나는 음악회 관람이었지요.
달은 동쪽하늘에서 둥글게 떠 올랐고.. 강바람은 시원하게 얼굴을 스치고...
손뼉치면서 흥겨운 대중가요를 따라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과 행복함이 충만한건 당연한 결과겠지요?

그 많은 사람들 질서 정연하게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여기저기 날리는 쓰레기들이 좀 눈살을 찌프리게는 했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스런 음악회였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몸은 소백산 비로봉으로 철쭉구경을 갔구요.
이상... 후리지아의 음악회 관람 보고였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