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다녀와서..
역마살이 낀 운명인가... 나는 돌아다니는걸 좋아한다..
물론.. 곰탱이의 습성도 가지고 있어서.. 한번 집에 쳐박히면 나오질 않지만..
어쨌거나..
지난 7월경.. 문득 지리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8월에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해서
지난 금.토.일.월(8/8 ~ 8/9)의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출발하기 몇 주 전부터 이것저것 장비를 준비하느라
휴일이면 명동과 동대문 일대를 훝고 다녔다.
( 돈이 꽤나 들어갔지만.. 가장 유용했던건.. 빅토리녹스의 주머니칼과 지포라이터다.. )
8/8
장비를 챙긴다.. 수건과.. 칫솔/치약. 라이터, 칼, 식량..
이것저것 배낭에 넣던 나는..
문득.. 잊고 있던 감정..
"소풍가기 전의 설레임"이란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울역..
전날의 대구에서 있었던 열차추돌 사고 때문에.. 1시간 정도 연착된 기차..
젠장스럽게도 1시간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 입석 주제에.. ㅡㅡ )
전화위복이라.. 1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 많은 사람이 타지 않았다..
( 덕분에 구례구역까지 앉아서 갔다는.. 음흣 )
한참을 졸다보니.. 구례구역 도착.
버스를 타고 구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물컵과 물을 사고
5시 30분에 화엄사로 출발.. 10분 남짓 가서.. 도착.
버스에는 그날 올라가시는 듯한 남자분 1명과.. 나 -_-;
역시 성삼재까지 도로가 뚫려서 그런걸까..
화엄사 계곡 코스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혼자가는 길이고.. 사람도 없는 통에.. 약간은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간간히 보이는 샘에서 물을 떠마시며 꾸준히 올라갔다.
7:30경 국수등에서 잠시 쉬면서 집에 전화를 하고.. 다시 출발..
약간 흐린 날씨라.. 이슬비가 내려서.. 숲속에서 돌로만 이루어진 산길을 걷고 있으니..
반달곰이라도 나올까.. 기대를 했지만. -_- 반달곰은 보이지도 않았다.
근처에 사는 부부에게 오이도 얻어먹으면서 힘내서 올라간 결과
대략 9:00 경에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돌로 포장된 길을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화엄사 계곡 코스가 가장 힘들었었다..
가파르고.. 돌길에.. 쉴자리도 별로 없고..
포장된 길을 천천히 걸어서 노고단대피소에 도착.
MRE로 아침식사를 대충하고는 다시 출발..
예약을 하지 않은 관계로 노고단은 보지 못하고.. 사진만 몇 장 찍고는
근처에 보이는 반야봉을 향해 출발..
다시 혼자서 30~40분 정도 걸었을까..
아저씨 두분이 길을 가시길래 그 뒤를 따라갔다..
반야봉에 가던 도중.. 임걸령 샘터에서 식수를 채우고.. 아저씨들과 담소..
한분과 같이 반야봉에 가기로 해서.. 임걸령에서 휴식. ( 아저씨들이 라면을 끓여드시느라.. -_- )
아저씨와 같이 출발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장가는 가셨나요... 산을 좋아하시나 봐요.. 고향이 어디세요.. -_- 등등..
30분 정도 갔을까..
노루목이라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경치를 구경하면서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또 반야봉을 향해서 돌진..
( 아저씨의 산타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나는 거의 돌진.ㅜㅜ )
올라가면서 몇 개의 절벽-_-을 만날 때마다 쉬고...
여기가 정상 아니에요? -_-를 반복하던 나..
결국에는 무거운 배낭을 벗어놓고 카메라만 들고 반야봉을 향해 올려친 결과..
드디어 반야봉 정상..
정말.... 멋진 광경을 봐따..
저 멀리 보이는 노고단과.. 이런저런 봉우리들.. 새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계곡에서 계곡으로 넘어가는 구름들..
내가 본 풍경 중 가장 멋졌던 것 중의 하나일듯..
잠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을 쉬고 있으니..
6박 7일간 지리산 탐사를 왔다는 대찬 아가씨가 도착.
그리고 아저씨 두 명 도착..
다섯명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가씨의 배낭에서 나오는 매화주~ 오예~~
매화주 한 잔 하고나니 이것이 신선이로구나~~
잠시 후에 2인조 먹자아저씨들의 배낭에서 나오는 밥-_-과 쌈장. 보온병에 담긴 김치찌게.. 오이 풋고추.. 상추.~~
또 맛있게 밥을 먹고.. 음하핫.. ( 생애 가장 맛있는 식사중의 하나.. )
다시 뱀사골로 출발.. 다섯명 모두가 뱀사골 산장이 목표지점이라서 같이 출발..
급경사를 내려가서.. 배낭을 다시 찾아 메고..
중간에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경계인 삼도봉의 벼랑 끝에서 아저씨들과 사진 한 컷.
2인조 먹자아저씨들의 배낭에서 나오는 오렌지.. 오렌지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또 그런 곳에서 먹으니.. 맛있었다.
또 다시 이어지는 산길.. 갑자기 목재 계단이 등장. -_-;
엄청나게 내려가니.. (대략 550계단이라고 함.. ㅜㅜ ) 뱀사골 산장이다.
여기서 2명은 쉴것이고.. ( 나. 아가씨 )
2인조 먹자아저씨들은 내려가시고.. 처음에 만났던 아저씨도 하산하셨다.
아가씨는 저녁을 안먹는다고 해서..
나 혼자 저녁준비.. 반합에 물을 받아와서 고체연료로 물을 데워서 햇반과.. 3분카레를 데워먹었는데.. ㅜㅜ
( 정말 맛없었다. 쒯.. 햇반은 다시는 안먹기로.. 함)
어쨌든 저녁을 먹고.. 잠시 담소..
옆에 중년의 부부가 와서 식사를 하는데.. 정말 부러웠다는.. ㅜㅜ
( 뭐랄까..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알콩달콩하다고 해야하나.. )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에 일어났다.. 3:30분경.. 자정에 한 번 깼지만.. 곧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하늘 가득 별들.. 은하수도 보이고..
난 또.. 잊고 있던 무언가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간간히 떨어지는 별똥별.. 소원도 몇 개 빌고..
1시간쯤 흘렀을까..
사람들이 식사준비한다고 부스럭대면서 일어나서..
나도 또 MRE로 식사... 역겨웠지만.. 먹을게 별로 없어서..
그냥 꾸역꾸역 우겨넣고.. 어제의 그 중년부부가.. 일어나서는 별을 본다고 하더니.. ( 이미 그때는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오는 도중.. )
일출을 보겠다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 올라가면 화개재.. )
나도 식사도 마치고 해서 어제 만났던 아가씨와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슬슬 무릎이 아팠지만.. 이미 출발한거..
그냥 토끼봉까지 쉬지 않고 갔다..
토끼봉에 도착하니.. -_- 그 밑의 헬기포트에서 자고 있던.. -_- 아저씨.. 옆에서 내가 쉬고 있자 일어나면서.. "안녕하세요~" "^^"
잠깐 해가 뜨는걸 구경하고 연하천 산장을 향해서 가는 도중..
말라버린 총각샘에서 야영하던 형들 2명을 만남..
앞서거니 뒷서거니.. 연하천산장에 도착해서 식수를 채우고..
형제봉과 조금은 험한 길을 좀 지나서 벽소령 산장에 도착.. 거기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또 MRE... ㅜㅜ 이제는 정말 토가 나올것 같아서 복숭아 통조림을 하나 먹고..
대충 배낭을 정리한 다음..
조금은 널널한 벽소령 작전도로를 따라서 20분 정도 걸으니.. 다시 산길이 나온다..
거기서 만난 ... 무박종주를 하는 사람들... 정말 빠른 속도로 사라지더군..
이때부터는 정말 무릎이 아파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매미도 없고.. 벌만 윙윙대는 길들.. 바위투성이에 옆에는 낭떠러지인 길을 좀 걸어가니.. 선비샘이다..
아까 아침에 만났던 형 2명..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 간단히 인사하고..
식수를 채운다음에..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칠선봉이란다.. 여기에서 고대 체교과 96 선배의 가족을 만나서 잠시 인사하고..
다시 ㄱㄱ~~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던 사람들과 아찔한 높이의 영신봉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 그다지 험하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걸어가니..
조금 완만한 지대에서 저 멀리보이는 세석산장..
마치 알프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말 멋졌다..
하지만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고 -_- 산장에 들르지 않고 그대로 촛대봉으로 직행..
사진도 찍고 진통제도 먹고.. (무릎이 너무 아팠다.. )
또 다시.. ㅜㅜ 오르막... 너무 힘들어서 중간중간에 쉬어가면서 도착한 무명바위..
시원했다기 보다는 좀 추웠다.... 천천히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서둘러서 철계단을 내려가니.. 또 오르막.. ㅜㅜ 기를 쓰고 올라가니.. 연하봉이란다..
거기서 남들 가족사진 한장 찍어주고.. 이를 악물고 장터목대피소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이제껏 온 길은 구름에 뒤덮여서 보이지도 않고..
이 계곡에서 저계곡으로 구름이 옮겨가는 길목이라서 구름 속에 덮여있는 산장.
어쨌든.. 좀 쉬다가..
다시 고체연료에 불을 붙이고.. 도저히 햇반은 먹지를 못하겠기에..
그냥 버리고 -_-;;
신라면을 하나사서 반합에 끓여먹으니... 눈물이 나더라는.. ㅜㅜ
정말 맛있었다..
식사를 하고.. 아저씨들과 이야기하고.. 12시간만에 노고단에서 장터목까지 주파했다는 사람과 함께.. 잠깐 천왕봉에 갈까 말까 하다가보니..
비가 내린다..
얼른 대기자 등록하고 잠자리에 들어서 ... 푹 자고 일어나니.. 새벽 4시..
옆에서 주무시던 아저씨는 출발하신단다.. 나도 같이 천왕봉에 올라갈까 했지만.. 비도 오고 해서 그냥 내려가기로 결정..
잠시 자고 나니.. 6시 30분..
배낭을 정리하고.. 판초를 꺼내서 입고..
모자를 쓰고 내려가려고 하니..
어제 만났던 형 2명(총각샘에서 야영하던..)이 밥먹고 가라고 붙잡는다.. ^^ 라면과 밥을 얻어먹고는
백무동쪽으로 하산..
험한 산길을 지나서..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으니..
비가 그친다..
그래도 안개가 꽉 낀 백무동계곡.. 정말..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멋졌다..
3시간 정도 쉬지않고 내려오니.. 야영장이 보이고.. 사람사는 곳이 보인다.. ㅜㅜ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파전을 시켜놓고 막걸리 한병 원샷하고~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더라~~
2병째 비워가는 순간.. 아침같이 먹던 형들이 내려와서 같이 막걸리 한 잔 더하고..
남원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는.. 잠들었다..
그리고 남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
오고나서는 무릎에 파스가 둘러져있고.. ㅜㅜ
사람이 먹는 밥을 먹고 나니.. 정말 좋더라는.. ㅜㅜ
다시 또 가고 싶다. 아.. 지리산.
첫댓글 하하~~ 참 멋지네요~~~ 와..^^ 저도 산을 참 좋아하지만~ 아직 선뜻 가지 못하고 있다는..정말 신선이 따로 없는걸요... 정말 부럽습니다~~
나도 이런 여행 함 해보고 싶당^^
우와~~대단해요~!!^^
구례'군' 아닌가? -_-; 잘 몰라서 물어본다는...
구례구 역입니다.. ^^
아..천왕봉. 세석산장.장터목..추억의 장소들입니다. 2001년 여름 제 무릎에 파스 둘러지던 그때..저도 그 지리산과 함께 했었지요~정말 천왕봉에서 먹던 생라면!!신라면 부셔먹는게 그렇게 맛있는지 그때 알았드랬죠..
그런데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그 계곡길...너무 힘들지 않던가요??으..죽는줄 알았는데..
어쨋거나 요약하면 좋은곳에 잘 댕겨왔다 아이가?? 요즘은 귀찮아서 5줄 넘어가면 안 읽는다.. 담부턴 시적 표현을 활용하기 바란다.... 아!! 답글 읽기도 빡쎄다 ㅠㅠ
나도 여행가고싶다~ㅡ,ㅡ 언제쯤 혼자여행한번가볼까..부러워요^^
비오는것만 없었으면 백무동 계곡은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 오히려 좋았었쥐.. 화엄사계곡에 비하면..
이야~ 무릉도원이 따로없었겠네여^-^ 부럽네요~>_< 암튼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이네요~